
배우 이병헌(46)의 행보가 분주하다. 바삐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쉴 틈 없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병헌에게선 할리우드와 충무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엿보인다.
이병헌은 올해 할리우드에서 찍은 2편의 영화를 선보이는 한편 2편의 한국영화를 새로이 찍는다. 이미 개봉한 '미스컨덕트'와 가을 개봉을 준비하는 '황야의 7인'이 할리우드 속 이병헌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최근 호주 로케이션 촬영을 마무리한 '싱글라이더'와 오는 6월 촬영에 들어가는 '마스터'는 여전히 충무로가 신뢰하고 관객이 사랑하는 배우 이병헌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병헌이기에 기대가 쏠리긴 매한가지다.
할리우드의 이병헌에게선 신스틸러의 매력이 농후하다. 범죄스릴러 '미스컨덕트'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지만 미스터리한 '히트맨'으로 등장한 이병헌을 보는 재미만은 쏠쏠했다. 알 파치노와의 '투샷'은 그 자체로 보는 이를 묘한 감흥에 젖게 했다.
사실 뒤이어 나올 '황야의 7인'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서부극의 고전 '황야의 7인'을 제목 그대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이병헌은 7인 중 하나인 빌리 록 역을 맡았다. 덴젤 위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등 쟁쟁한 스타를 앞세운 터라 이병헌의 분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공개된 예고편에 잠깐잠깐 등장하는 모습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백발백중의 칼잡이로 분한 이병헌의 카리스마가 분량이 짧다고 어디 가지 않는다.
이미 한국 정상의 배우였던 이병헌이 2009년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을 통해 동양인 액션스타처럼 할리우드에 발을 디딘 지 7년이 됐다. 이병헌은 점차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장르를 넓히고, 악당에서 벗어나고, 굳이 동양인에게 맡기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까지 섭렵해가는 중이다. 지난 2월 열린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인 배우 최초로 무대에 올라 외국어영화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다양성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동양인 배우에게 인색한 할리우드의 정서를 생각하면 그의 행보가 더욱 돋보인다.
한국에서도 그는 여전히 든든히 영화 한 편을 책임질 수 있는 믿음직한 배우다. 사생활 논란으로 주춤했던 것도 잠시, 지난해 개봉한 '내부자들'로 여전한 존재감과 연기력을 재확인시켰다. 그는 복수를 준비하는 정치깡패로 분해 변화무쌍한 면면을 선보이며 관객의 입을 떡 벌리게 했다. 그를 패러디한 개그 코너가 아직까지 인기를 얻을 정도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무려 700만 관객을 모았고, 감독판의 추가 개봉으로 누적관객 900만 명을 넘기며 역대 청불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병헌은 지난 3월 열린 제10회 아시아필름어워즈(AFA)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병헌의 행보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공효진, 안소희 등과 호흡하는 '싱글라이더'의 호주 로케이션 촬영을 마치고 지난 20일 귀국했다.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한 남자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물이다. 보충 촬영을 마치면 6월부터는 또 다른 기대작 '마스터'의 촬영에 들어간다.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싼 속고 속이는 추격을 범죄오락물이다. 이병헌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분해 다시 극을 이끌 예정. 강동원 김우빈 엄지원 오달수 진경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한다. 제 2의 '내부자들'이 그의 손에서 다시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올해는 바삐 한국과 미국을 오갈 것 같다"며 "오는 8월까지는 '마스터' 촬영에 집중한 뒤 9월에는 '황야의 7인' 개봉이 예정돼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하나 더 중국 오우삼 감독의 신작영화 합류 여부도 주목할 일이다. 세계가 좁고 1년이 짧은 이병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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