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뽑았습니다..나를 만든 캐릭터 No.5 ②

발행:
김현록 기자
[心스틸러] 마동석
배우 마동석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배우 마동석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나올 때마다 눈길을 뗄 수 없는 마동석의 캐릭터들. 공식 출연작만 50편 가까이 되는 작품 중에 꼽을 수 있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출연작 리스트를 훑어 보며 마동석이 동그라미를 친 캐릭터만 열 손가락을 넘어갔다.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마동석의 대표 캐릭터들을 꼽아봤다. 마동석이기에 가능했던, 대체불가의 얼굴들이다.


'히트' 출연 당시의 마동석 / 사진=스타뉴스, '히트' 현장사진


◆드라마 '히트'(2007)의 남성식


특수본부의 강력반 형사. 남성미가 하도 넘쳐 이름도 남성식. 항상 티셔츠에 배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는 남성식은 우락부락한 외모 탓에 척 보면 경찰인지 조폭인지 구분이 안 가는 인물이었다. 힘쓰는 게 특기인 단순한 캐릭터지만 착하고 과묵하며 세심한, 알고 보면 사랑스럽기까지 한 경찰이었다. 끼니를 거른 반장님을 위해 햄버거를 사오고, 여고생 마냥 알록달록한 펜으로 수사일지를 꼼꼼히 챙기는가 하면, "강력반은 팀이 생명이고, 한번 팀은 영원한 팀"이라며 울분을 토할 만큼 의리로 똘똘 뭉친 멋진 형사님이기도 했다. 마동석을 처음 보던 시청자들이 '진짜 형사냐', '아니면 조폭이냐' 궁금해 했을 만큼 마동석에게 제 옷 같았던 첫 캐릭터다. 특히 생긴 것과 안 어울리는 딱 붙는 미키마우스 티셔츠 탓에 '미키성식'이라 불리며 우리에게 배우 마동석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어쩌면 마요미의 시작이 이때부터였는지 모른다.


"애착이 있는 역할이에요. 저를 알리게 해 준 역할이기도 하고요. 캐릭터 자체가 좋았죠. 험악한 형사가 미키마우스 티셔츠 입고 다니는, 인간적인 면모를 좋아해 주셨어요. 그 당시에 남성식이 '미키성식'이라고 불리면서 한동안 동대문에서 미키마우스 티셔츠가 '남성식 티'라고 많이 팔렸을 정도라고요. 실제 형사들 중에 건달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분들을 만나보면 만화 캐릭터 옷을 잘 입으시더라고요. 너무 설정 느낌이 나면 안 되니 여러 고민을 하다 가장 보편적인 미키마우스를 골랐어요. 그게 신의 한 수였죠. 만약 남성식이 지금 나왔다면 또 다른 느낌이 있었을 것 같아요.


고현정 하정우와도 처음 만났죠. 하정우는 그 전에 미국 영화 오디션을 보면서 알던 사이였어요. 사실 제게 소중한 캐릭터로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 속 창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정우가 저를 소개해 준 거예요. 최대한 리얼한 연기를 좋아하는 데 참 맞닿은 인물이었죠. 이후에 영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어요. 참 고마웠죠."


마동석 / 사진='퍼펙트게임' 스틸컷


◆영화 '퍼펙트 게임'(2011)의 박만수


해태의 벤치 신세 만년 2군 포수.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지만 실전에 나간 적 없는 비운의 인물. 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반전의 한 방을 선사하는 그의 이야기는 영화의 핵심인 최동원·선동렬의 대결 못잖은 감격과 감동을 안기며 배우 마동석을 다시 보게 했다. 실존 인물들이 우르르 등장하는 영화지만 사실 마동석의 박만수는 허구의 캐릭터. 허나 거친 남성미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마동석의 생생한 연기 덕에 영화를 보고 나면 진짜 박만수란 인물이 있었던 게 아닌가 헷갈릴 정도다. 박만수는 마동석이 "가장 좋아한다"고 밝힐 정도로 많은 애정을 지닌 캐릭터다. 운동선수로, 트레이너로 쉽지 않은 시간을 오래 보냈던 마동석이 가장 이입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캐릭터를 가장 좋아해요. 사람들이 '캐릭터에 한 방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한 방이 있는 인물이죠. 제가 원래 눈물이 별로 없어 우는 연기가 진심으로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 이영화는 보면서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특히 저에게는 이입이 많이 되는 캐릭터예요. 꿈을 가졌지만 뭔가 부족한 사람들, 하지만 지켜보지 않는 곳에서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캐릭터가 아닐까요. 만수가 홈런 한 방을 쳤다고 그 인생이 바뀌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나 그런 순간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해나가는 거죠."


'이웃사람'의 마동석(사진 오른쪽) / 사진=스틸컷


◆영화 '이웃사람'(2012)의 안혁모


연쇄살인마를 이웃으로 둔 거친 남자 안혁모는 마동석이 그려낸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다. 길 가다 만나면 자연히 몸이 움츠러들 비주얼의 소유자지만, 마침 그에게 잘못 걸린 게 희대의 연쇄살인마라니 이런 우연의 일치가! 연쇄살인마가 아무리 악독해도 그에겐 한주먹감이니 말 다했다. 이른바 '이웃사람' 마동석의 부분편집 영상이라고 해서 그의 출연분만 모아놓은 분량이 당시에도 퍽 인기였다. 흉악한 연쇄살인마를 한 손으로 틀어쥐고 제압한 것으로 모자라, 슬리퍼로 때려가며 응징하는 쾌감이라니. '이웃사람'의 마동석은 사람이 사람 패는 모습을 보며 후련해지는 드문 체험을 선사한다. 어쩌면 이런 전복적인 폭력성을 지닌 캐릭터야말로 마동석만이 할 수 있는 이른바 '마동석 시그니처'일 수도 있겠다.


"'이웃사람'이 나오고 나서 호평을 많이 받았죠. 이야기가 많이 돼서 식상할 수 있지만 참 멋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어떤 통쾌함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매력이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대목인데요, 저 역시 관객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늘 있어요. 보시는 분들이 통쾌하고 시원하도록이요. 그래서 저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역할이었어요.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박웅철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역할이죠. 같은 마음으로 맡아 연기했어요. 엇비슷할 수 있다지만 연기하는 저는 상관이 없었어요. 그것이 배우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해요."


'결혼전야'의 마동석(사진 왼쪽) / 사진=스틸컷


◆영화 '결혼전야'(2013)의 건호


무지막지한 근육질 상남자만 있었다면 지금의 '마요미' 마동석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최상위 클래스의 마초 싸움꾼인 마동석은 이상하게도 여자들 사이에선 '쑥맥'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결혼을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를 귀엽게 풀어낸 영화 '결혼전야'의 꽃집 노총각 건호도 딱 그랬다.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으로 우크라이나 절세미녀와 결혼을 앞둔 행운의 예비신랑이 된 마동석은 뜻밖에 그녀와의 밤이 두려워진 고개 숙인 남자가 돼 관객들을 내내 낄낄거리게 만들었다.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코미디 '굿바이 싱글'(2016)에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동석을 만날 수 있지만 길이 조금 다르다. 세심하고 속 깊은 유학파 스타일리스트 평구 역을 맡아 때로는 듬직한 남편으로, 때로는 든든한 조력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래저래 기대고 싶은 남자다. 결코 흔들릴 것 같지 않다.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중간중간 하고 싶어요. 제가 딱 로맨틱코미디다 하는 작품을 한 게 별로 없는데 '결혼전야'의 건호는 그 중에서 꼽고 싶은 작품이에요. 최근 개봉한 '굿바이 싱글'의 평구도 사실 비슷한 느낌을 주죠. 이런 작품들은 촬영하면서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아요. 폭력과 욕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살다가 꽃밭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그 느낌 아시겠죠?(웃음) 그리고 저뿐인가요. 관객들도 이런 걸 보면서 행복해 하시잖아요. 그게 힐링이 아닌가요."


사진='베테랑' 스틸컷


◆'베테랑'(2015)의 아트박스 사장님


주인공으로 TV와 스크린을 누비면서도 특별출연과 카메오를 마다하지 않았던 마동석의 존재감을 진정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 있다. 무려 1341만 관객을 모은 지난해 최고 흥행작 '베테랑'이다. 영화가 끝나기 약 5분 전, 싸움 구경 하던 군중들 틈을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온 그의 한 마디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 심각한 마지막 격투에 빠져있던 관객들의 허를 찌른 대사, 통쾌한 한 방, 그리고 유유한 퇴장은 마동석을 2015년 최고의 카메오로 만들고 말았다. 덕분에 진짜 아트박스 사장님이 보내주신 인형 선물을 한가득 받았다는 마동석은 "얻어걸린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거야말로 얻어걸린 역할이죠. 본의 아닌 인생 캐릭터랄까. 잠깐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거였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이야. 원래는 올리브영 사장이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아트박스 사장님이 됐어요. 류승완 감독님과는 원래 '부당거래'로 인연을 맺었죠. 제게 정말 좋은 기회를 주신 거예요. 사람들이 그때부터 류승완 감독님이랑 몇 번째 하는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워낙 호흡이 잘 맞아서 서로 뭔가 해봤겠거니 했었는데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웃음)"


'부산행'의 마동석(가운데) / 사진=스틸컷


◆그리고 '부산행'의 상화


개봉을 앞둔 '부산행'의 상화를 빼놓을 수 없다. 임신한 아내와 함께 부산행 KTX에 올라탄 남자 상화는 험상궂은 비주얼의 소유자지만, 아내 앞에선 순둥이로 돌변하는 반전의 매력 소유자. 하지만 아내를 지켜야 할 땐 다시 겁없는 상남자로 돌아가 좀비 떼와 싸움을 벌인다. '부산행'이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에서 상영됐을 당시 액션 클라이막스를 책임진 마동석의 활약에 객석에 환호가 가득했을 정도다. '저 배우가 누구냐'는 궁금증도 굉장했다. 비록 바쁜 일정으로 칸의 열기를 함께하진 못했지만 마동석은 "작품이 호평받은 게 더 기쁘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왠지 '부산행'의 상화도 저의 인생캐릭터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며 "관객들이 이런저런 것 많이 따지지 말고 단순하고 즐겁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짧은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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