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감독 김경형)가 베일을 벗었다. 판타지 감성 드라마를 표방한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김지수, 허이재, 심은진, 윤소미 등 여성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남자 배우 일색인 극장가에 여성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더욱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우주의 크리스마스' 언론배급 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김경형 감독은 "여자들만 나오는 영화를 하는 게 꿈이었다"며 "예전에 이재용 감독이 찍은 영화 '여배우들'이 너무 부러웠다. 개인적으로 세상을 구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김지수는 "감독님이 여자들과 촬영하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여자랑 촬영하는게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느꼈을 것"이라며 "좋았다고 말했지만 여자들이 좀 피곤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똑같은 이름으로 닮은 인생을 살아가는 세 명의 여자 성우주의 기적을 담은 판타지 드라마로,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가 되어 삶의 희망을 공유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이다.
세 명의 성우주는 김지수, 허이재, 윤소미가 연기했다. 서른여덟 살의 성우주 역을 소화한 김지수는 "사실 요즘 서정적이거나 감성이 묻어나는 시나리오를 만나기 힘들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감독님을 만났다"며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또 "생각했던 것보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쓰셨을까 생각이들었다"며 "만나서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냥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원래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단 맘은 아니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하게 됐다. 낚여서 한 것"이라고 웃었다.
스물여섯의 성우주 역의 허이재는 '우주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2009년 영화 '걸프렌즈'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를 알렸다. 지난해 이혼 후 첫 영화이기도 한 그는 "우연한 계기로 시나리오를 읽게 됐는데 어떤 역할이든지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하는 연기처럼 감독님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을 본 것 자체로도 좋더라. 감독님이 그런 맘을 느끼셨는지 캐스팅해주셨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허이재는 또 "시나리오도 좋았고, 같이 하게 된 김지수, 심은진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더 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9살 연상의 김지수와 극 중에서 친구로 열연한 심은진은 김지수와의 호흡에 대해 "나는 극 중 나이와 비슷해서 손해 볼 게 없었다"며 "오히려 지수 언니가 어린 역할을 소화한 게 더 특별하다 생각했다. 지수 언니와 나이 차이가 있는데 친구 역할을 해서 안 맞는다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둘 다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수다를 떨다 보니까 더 친밀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심은진은 이어 "나만 느낀 건지 모르지만 나는 촬영 현장에서 언니가 잘 챙겨줘서 편하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감독과 배우들은 이날 저예산 영화에 대한 씁쓸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심은진은 "저예산 영화라 감당이 어려운 순간에도 찍어야 상황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 좋은 날씨 덕분에 분위기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수는 저예산 영화를 촬영하며 감독에 향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김지수는 "내용과 상관없이 작은 영화는 외로움이 있다"며 "'여자 정혜'를 하면서도 굉장히 느꼈다"고 눈물을 흘렸다.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김지수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김경형 감독은 "처음 저예산을 하는데 나도 많이 느끼고 있다"며 "한국의 작은 영화들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느끼고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버틴다"고 말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김지수는 "감독님의 외로움을 잘 받아주지 못했던 것 같다"며 "'여자, 정혜'를 찍을 때도 이용기 감독님한테 지나고 나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드는 생각에 굉장히 미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다 외롭고 힘들지만 감독의 외로움은 굉장히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잘 보듬어 주지 못했다. 뭔가 짠해 보이는데 따듯하게 안아주는 말 한마디 못한 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오는 10월 13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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