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하루 전 들이닥친 태풍의 피해를 뒤로 하고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성대한 막을 올린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배우 설경구와 한효주의 사회로 열린다. 150여명의 감독과 배우 등 영화계 인사들이 레드카펫을 꾸민다.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 자율성 확보를 위한 2년 가까운 갈등과 내홍을 봉합하고 시작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20회를 맞이해 열렸던 화려한 잔치와 비교해 내실에 집중한 모습이다.
부산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아 오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정관 개정과 함께 민간 사단법인의 이사회 체제로 다시 태어났다. 이에 따라 개막식 풍경도 바뀐다. 그간 조직위원장이 담당하던 개막선언은 사회자 설경구 한효주가 맡는다. 21년 부산국제영화제 역사상 처음이다.
개막식에서는 작고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을 대신해 아들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다. 프랑스 포럼 데지마주의 대표인 로랑스 에르즈베르그는 한국영화공로상을 받는다.
뒤이어 장률 감독의 흑백영화 '춘몽'이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한 여자를 두고 벌어지는 세 남자의 독특한 사랑이야기이자 장률 감독의 첫 휴먼 코미디 영화. 한예리가 여주인공을 맡고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등 감독들이 배우로 의기투합했다.
영화제 분위기는 예년보다 차분하다. 2014년 9월 부산시의 '다이빙벨' 상영 취소 요구 이후 영화제 흔들기가 이어진 가운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실상 해촉, 이후 정관 개정과 김동호 현 초대 이사장 취임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통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는 아직까지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김영란법 시행 등과 맞물려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 대형 배급사들은 라인업 발표를 겸해 열었던 대형 파티를 열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라인업은 쟁쟁하다.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69개국에서 초청된 작품 301편이 상영된다. 성대한 성년식을 치른 지난해 75개국 304편과 엇비슷한 규모다. 불과 서너달 전까지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영화 및 게스트 라인업에서 프로그래머들의 노고와 열의가 묻어난다.
라인업에는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라라랜드', 일본에서 흥행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안노 히데아키와 히구치 신지의 '신 고질라', 17년 만에 돌아온 '블레어 위치', 드니 빌뇌브의 신작 '콘택트' 등 수많은 화제작들이 집결했다. '위플래쉬' 마일즈 텔러, '다크나이트'의 아론 에크하트, '곡성'의 쿠니무라 준을 비롯한 와타나베 켄, 오다기리 조 등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아시아 영화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포럼, 이벤트도 의미를 더한다. 이창동-허우샤오시엔-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함께하는 특별대담이 관심을 끈다.
한편 영화제 개막 전날인 지난 5일 갑작스럽게 부산을 덮친 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해운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오픈토크와 야외무대인사 등은 태풍 피해로 모두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미리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해 둔 비프빌리지 시설물이 태풍과 파도에 크게 훼손된 탓이다. 그러나 예정됐던 행사는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된다. 영화제 개막 직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진 셈이나 5일 오후부터는 날이 개며 제 21회 부산영화제에 따뜻한 햇살을 드리웠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 10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릴 예정이다. 김민종 최여진의 사회로 진행되는 폐막식에서는 이라크를 배경으로 한 후세인 하산의 '검은 바람'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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