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이 흥행에서 참패했습니다. 첫 주 3000만 달러는 벌어들일 거라던 예상이 무참하게 깨져 186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순제작비가 1억1000만 달러로 알려진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의 P&A비용을 더한 총제작비는 무려 2억5000만 달러 수준. 이대로라면 최소 6000만 달러(약 678억 원) 적자, 많으면 1억 달러(약 113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니 할리우드도 야단이 났습니다.
당연히 그 이유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파라마운트의 북미 배급 담당자는 캐스팅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주인공 캐스팅이 (무조건 백인을 캐스팅한다는) 화이트워싱(whitewashing) 논란을 빚었고 관련한 나쁜 리뷰들이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알려졌다시피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일본 만화를 바탕으로 1995년 오시이 마모루가 연출한 일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실사영화입니다. 원작에서 일본인이었던 여주인공을 백인인 스칼렛 요한슨이 맡으며 논란이 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잘 안 된 게 과연 그녀 때문일까요?
캐스팅의 실패가 아니라 해석과 재창조의 실패로 보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화이트워싱 논란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실사로 태어난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에 비해 매력이 덜합니다. 진일보한 CG기술을 사용해 원작의 명장면들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그 이상의 미덕을 원합니다.
22년 전 영화가 나왔을 땐 혁신적이었던 설정들이 이미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상황입니다.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에 대한 원작의 심오한 메시지를 쏙 빼고 기억상실과 자아찾기 같은 평이한 테마를 담은 건 블록버스터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칩시다. 문제는 그 전개가 너무 뻔하다는 겁니다. 설정은 물론이고 줄거리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리메이크는 지루합니다. 이미지는 그럴싸한데 따져보면 납득이 안 되는 디테일도 상당합니다. 상쇄하려면 속도감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CF처럼 틈틈이 슬로우모션을 이용하는 액션도 그러질 못합니다. 그나마 스칼렛 요한슨이 혼자 '열일'을 하죠.
제작사는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동양인처럼 보이도록 CG를 덧입힐까 고민할 만큼 화이트워싱이 부담이었던 모양입니다. 결과가 이러니 다시 그 생각이 났겠죠. 하지만 피부색을 고심하는 대신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에서 백인 스칼렛 요한슨을 주인공으로 삼아 풀어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고민하는 나은 리메이크 방향이 아니었을까요. '공각기동대' 시리즈를 내심 기대했던 원작의 팬으로서 이래저래 아쉬운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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