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맛 돋우는 자극적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 아니 영화를 들고 임순례(59) 감독이 돌아왔다.
임순례 감독은 28일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작품은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리틀 포레스트'를 원작으로 했다. 서울에서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김태리 분)은 오랜 친구 재하(류준열 분), 은숙(진기주 분)을 만나 사계절을 함께 보낸다. 친구들의 사는 모습과 시골 생활을 통해 자신이 왜 고향에 오게 됐는지 깨닫게 되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리틀 포레스트'는 극중 혜원이 직접 키운 농작물을 위주로 한끼 식사를 만들어 가듯, 조미료가 없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여느 상업영화들과는 다른 맛이 있다. 일본 만화 원작이지만 임순례 감독이 한국적인 감성, 담백함을 듬뿍 넣어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어우러져 '힐링'을 선사한다. 작지만 깊은 힐링의 순간을 전한 임순례 감독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리틀 포레스트'는 잔잔하면서 사계절을 통해 여러 감성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것인가.
▶의도는 분명히 있었다. 그 중 사계절이 그렇다.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겨를이 없다. (시골에 있으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엔 산과 흙의 색깔이 달라진다. 새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도시에선 차를 타고 다니니까 추우면 겨울, 더우면 여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느꼈으면 하는 의도가 있었다.
-젊은 관객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극중 시골 생활.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가.
▶ 한국사회가 혼란스럽고 지친 상황이다. 2,30대들에게 자극적인 맛을 내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덜 자극적이더라도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전해주면 어떨까 싶었다. 조미료는 없지만 재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내 정신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그런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는 자극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가 심심할 수 있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뭔가 날이 선 감정이나 감각들을 순하게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에는 보기 좋은 사계절이 등장한다. 그러나 계절마다 촬영을 진행하니 어려운 점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특히 촬영이 힘들었던 계절이 있었는가.
▶ 겨울 촬영이 제일 어려웠다. 춥기도 했고, 겨울 음식이 워낙 많아서 쉽지 않았다. 막걸리, 떡, 수제비, 전 등 다 준비하느라 만만치 않았다. 겨울이 첫 촬영이어서, 스태프들끼리 호흡 맞추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 뒤로는 물 흐르듯 갔던 것 같다.
-이번에 농촌에서 주로 생활하는 모습이었는데 예능 '삼시세끼'처럼 어촌 버전의 이야기를 담을 생각은 없었는가.
▶ 농담 삼아서 한 번 말한 적은 있다. 영화는 예능보다 더 짜임새 있게 만들어 질 수 있지만, 마음이 가지는 않는다. 예로 생선을 잡고 죽여야 하고, 미역이나 김을 채취해야 하는데 어렵다.
-영화 곳곳에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다. 주인공의 요리하는 모습 외에 풍경도 그러하다. 감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신이나 음식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혜원이가 봄에 지붕을 고치는 신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뭔가 변화의 마음이 담겼서 그렇다. 음식 중에는 아카시아 튀김인데, 제가 고집해서 넣었다. 사실 한 번 해먹어 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영화의 시작은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오면서다. 그녀가 고향에서 생활하면서 음식을 만들 때 유독 엄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고향에 내려온 이유가 현실 때문이 아닌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 우선 혜원이 어렸을 때 엄마가 직접 해 준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서울에서 생활했다. 서울 생활을 하면서 늘 인스턴트만 먹다가 불현듯 엄마가 떠올라 고향에 내려왔을 것 같다. 그리고 1년 동안 엄마를 생각한 거는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것이다. 그렇게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을까 싶다.
-'리틀 포레스트'는 김태리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그녀와 함께 작업한 시간은 어땠는가.
▶ 현장에서 굉장히 저한테 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태프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항상 밝았고, 힘든 티를 전혀 안 냈다. 연기는 집중하면서 강약 조절을 잘 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어울림이나 연기하는 태도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 없는, 부족함이 없는 배우다. 또 극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이 되게 좋다.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배우로서 어떤 현장에서든 칭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즘 대세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류준열은 어땠는가.
▶ 변함이 없다. 바빠도 전혀 티 안 내고 촬영을 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준열은 '독전' '침묵' 등 영화들을 많이 찍어서 굉장히 바빴다. 캐릭터 역시 상반되는 게 많아서 본인은 힘들었을 텐데, 열심히 해줬다. 준열은 영리한 친구다. 일과 생활의 균형도 잘 맞추는 좋은 기술도 가지고 있다. 자기가 한 화면에서 어떤 것들을 보여줘야 관객들이 좋아할지를 안다. 알아채는 감각이 있다. 태리도 그렇고 준열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인 듯 하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몇 배나 잘 될 수 있는, 사랑받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한국영화가 너무 대작(상업) 위주로 가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 뿐만 아니라 작은 영화나 다른 장르 영화에 관객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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