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대종상이 올해 또 한번 뜨거운 감자가 됐다. 수상작이나 시상식의 권위 문제도 아닌 시상식 '진행' 문제다. 수상자의 절반 이상이 불참해 대리수상 벌어진 가운데, 그 대리수상도 작품과 상관없는 사람에게 '대리 수여'하고 "문제 없다"고 당당한 태도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 55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음악상 수상자로 '남한산성'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호명되자 '남한산성' 제작자 김지연 대표가 상을 받기 위해 일어나 걸어나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이 순간 갑자기 한사랑이라는 트로트 가수가 무대에 올라가 대리 수상을 했다. 한사랑은 무대에서 "저는 가수 겸 배우 한사랑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상을 받았다. 한사랑은 자신이 왜 대리수상을 했는지, '남한산성'이나 사카모토 류이치와 어떤 관계인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대리 수상과 소감 전달 등 자신이 맡은 임무(?)만 수행하고 내려갔다.
이후 '남한산성'이 촬영상을 받게 되자 김지연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무대에서 관계자에게 잠깐 귓속말을 한 뒤 "시상식 진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가 대리수상을 위해 참석했는데, 상관없는 분들이 수상했다. 매끄럽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시상식 후 한사랑의 대리수상이 논란이 됐다. 한사랑이 대한가수협회에도 등록되지 않은 가수로 알려진 가운데, 그녀에 비난이 쏟아졌으나 한사랑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대종상 측의 연락을 받고 "대리 수상을 해 달라"는 부탁 때문에 무대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사카모토 류이치는 누군지 모른다"라고 덧붙여 놀라움을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논란이 계속 되자 대종상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불참으로 한국영화음악협회의 추천을 받아서 대리수상자를 선정했다. 대리수상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오히려 영화제 진행 미숙을 지적한 김지연 대표를 향해 "김지연 대표의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고 전했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누군지도 모르고,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랑을 대리수상자로 추천 받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문제다. 대종상 영화제의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말이다.
대종상의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남한산성' 쪽에 연락이 안돼 어쩔 수 없이 대리수상자를 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지연 대표는 "시상식 참석 전까지 대종상 측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제가 어떻게 지정된 좌석표와 주차비표를 받아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개봉도 하지 않은 작품에게 상을 몰아주고,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며 파행을 자초했던 대종상. 올해는 미숙한 진행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없다. 유감이다"라며 억울함만 표하고 있다. 대충상, 대리수상상이란 오명도 이젠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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