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너무 말이 많았죠. 미안해요."
영화 속 스파이디와 닮았다. 수다쟁이에, 친절한 이웃.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으로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스파이더맨: 홈 커밍'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으로 세 번째 방한이다.
지난달 29일 제이크 질렌할과 한국에 도착한 톰 홀랜드는 1일 서울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기자회견에서 영화에서처럼 속사포처럼 여러 감정을 쏟아냈다.
우선 톰 홀랜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MCU(마블 영화 섹)에서 떠난 것에 대해 빈 자리가 크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MCU에 합류했을 때부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호흡을 맞췄기에 빈 자리가 더욱 크다고 털어놨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엔드게임’ 이후 모든 것이 바뀐 세상에서 유럽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이 지구를 위협하는 엘리멘탈과 그에 맞선 미스테리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으로, 제이크 질렌할이 미스테리오로 출연한다.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아이언맨이 떠난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피터 파커를 연기한다.
톰 홀랜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아이언맨은 역대 가장 아이코닉한 시네마적 캐릭터다. 또 나는 (MCU에서)늘 그와 함께 연기하다가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해 그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에서도 아이언맨 부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더 이상 다정한 이웃이 아니라 다정하지만 전 세계를 구해야 하는 고민에 놓인다"며 "그래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이따금 전화를 걸어서 조언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톰 홀랜드는 이 답을 쉼 없이 쏟아냈다가 통역을 보고 "너무 말이 길어서 미안하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톰 홀랜드는 취재진을 자신의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고 싶으니 기자회견장의 조명을 꺼달라고 요청해 또 한번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톰 홀랜드는 어두워진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들이 각자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달라고 말한 뒤 그 모습을, 옆자리에 있는 제이크 질렌할과 같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담았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후 질문을 받고 답을 한 뒤 "가능한 답을 짧게 하려 했는데 미안하다"고 말해 또 다시 기자회견을 웃음으로 채웠다.
주최측은 톰 홀랜드는 한국을 이번이 세 번째, 제이크 질렌할은 첫 방문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제이크 질렌할은 "공식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국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찍기 위해 찾은 적이 있다. 한국과 한국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동물학자로 출연해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바빠서 내 전화를 안 받는다. 농담이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봉 감독과는 '옥자' 작업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좋아하는 친구이자 존경하는 감독"이라며 "내한 전에 봉 감독에게 전화로 한국에 가니 소개할 만한 곳이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메일로 답변을 줬다"고 설명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봉준호 감독이 소개한 음식점에서 어제 톰 홀랜드와 식사를 같이 했다"며 "'옥자'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같이 국제적인 스태프와 같이 작업했다. 한국 스태프와 작업을 같이 했는데 정말 재능이 넘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나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배우들이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라며 "그래서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 홍보를 위해 한국에 왔든, 영화를 찍으러 왔든, 개인적으로 오든, 반가워해주는 한국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렇게 쫄쫄이 스판덱스 옷을 입고 헬멧을 쓰고 연기하는 게 즐거울 줄 몰랐다. 어쩌면 꿈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질렌할은 "미스테리오가 원작에선 빌런이지만 영화에선 스파이더맨과 같은 팀을 이룬다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또 제안을 받았을 때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연기를 재밌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쯤 제안을 받았다. 과거 배역과 비슷한 것들이 있고 그렇게 쌓인 것들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톰 홀랜드와 제이크 질렌할은 상당히 좋은 관계로 영화 촬영을 마친 듯 했다. 톰 홀랜드는 "원래부터 제이크 질렌할을 존경했다. 시나리오부터 직장 동료 같은 분위기였는데 촬영장 안팎에서 정말 잘 지냈다. 그런 모습이 영화에서도 잘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제이크 질렌할은 "톰 홀랜드는 겸손하고 호기심이 많다. 호기심은 인간 및 배우의 좋은 자세"라면서 "본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열정적인 배우"라고 답했다. 이어 "젋은 배우들이 연기 열정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편견이있기 마련인데 (톰 홀랜드는)굉장히 연기에 집착한다. 기회가 닿으면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엔드게임'에 이어 MCU 페이즈3의 마지막 영화이자 페이즈4를 향한 출발을 알리는 영화. 실제로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이에 대해 톰 홀랜드는 "지금 MCU는 재밌는 시기"라면서 "'엔드게임' 이후 마블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스파이더맨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선 피터 파커가 수학여행을 놀러가는 청소년으로 있을 것인가, 세계를 구할 영웅이 되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페이즈4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확실한 답은 모른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페이즈4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톰 홀랜드는 "MCU에서 한 캐릭터(스파이더맨)가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재밌다"며 "큰 영화에서 작은 비중으로 출연했다가 다른 영화에선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는다. 그런 점들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팬들도 훨씬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파이더맨은 완벽하지도 않고 성숙하지도 않은 슈퍼히어로다. 토니 스타크는 억만장자고, 토르는 신이고, 캡틴 아메리카는 진정한 슈퍼히어로다. 스파이더맨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청소년이다. 그런 점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에 옆자리에 있던 제이크 질렌할은 "완전히 동의한다"며 "세상에는 슈퍼히어로 같은 일을 묵묵히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슈퍼히어로라고 하지 않는다. 피터 파커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한국에서 725만명을 동원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전편의 흥행 바톤을 이을지, 7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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