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짜: 원 아이드 잭' 화려한 카드를 붙이는 맛 ①

발행:
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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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원점으로 회귀인가, 창조적 재해석인가, 열화카피인가,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는 기대치에 따라 반응이 쪼개질 것 같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뒷전이고 불법 포커판에선 날고 기는 도일출.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이길 순 없는 세상, 그래도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포커판에서는 7장 카드를 들고 하는 점은 똑같다고 이죽대며 산다.


어느 날, 일출은 도박장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 마돈나를 알게 된다. 마돈나는 도박장의 실력자 이상무 곁에 머물고 있다. 일출은 마돈나의 매력에 빠졌는지, 이상무의 벤츠에 배알이 뒤틀렸는지, 노름빚까지 지면서 이상무와 포커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벼랑 끝에 몰린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타짜, 또는 사기꾼인 애꾸가 나타난다. 애꾸는 일출이 전설적인 타짜인 짝귀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일출은 애꾸 곁에서 도박을 배우려 하고, 애꾸는 큰 판을 벌이기 위해 팀을 꾸린다. 마음먹은 대로 카드를 설계할 수 있는 까치, 남다른 연기력의 영미, 재야의 숨은 고수 권원장, 그리고 도일출. 그렇게 큰 판은 꾸려지고, 그 판은 예기치 않게 흘러간다.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최동훈 감독이 2006년 영화로 1편을, 강형철 감독이 2014년 2편을 만들었다. 최동훈 감독이 원작에 충실하되 영화만의 맛을 살렸다면, 강형철 감독은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 타짜의 세계를 확장했다. 권오광 감독은 '타짜3'를 원작의 설정만 가져와 1편의 세계로 다시 돌아갔다. 설정은 원작만화 '원 아이드 잭'을 가져왔지만 큰 뼈대는 오히려 영화 '타짜' 1편과 흡사하다.


'돌연변이'로 주목받은 권오광 감독은 '타짜3'를 4년여 동안 준비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놓은 권오광 감독의 답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원 아이드 잭'은 원작 만화 시리즈 중에선 가장 경쾌하다. 원작은 짝귀의 아들이자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도일출이 재벌2세의 여자친구 현지를 짝사랑하다가 재벌 2세에게 포커로 농락당해 나락에 떨어진 뒤 포우란 정체불명 설계자의 도움으로 타짜로 거듭나면서 재벌2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포우의 첫사랑인 마돈나와 도일출의 삼각관계가 서브플롯으로 그려진다.


권오광 감독은 원작의 설정에서 도일출이 짝귀의 아들이란 것만 그대로 가져왔다. 포우와 현지는 없앴고, 포우 대신 애꾸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마돈나는 이름과 일출과의 속고 속이는 관계만 가져왔다. 팀을 처음부터 교육해서 만든다는 원작 설정 대신 재능 있는 사람들을 꾸린다는 것으로 바꿨다. 이렇게 권오광 감독은 '원 아이드 잭'을 재설계한 뒤 1편의 세계로 돌아갔다. 화투를 카드로 바꿨다. 거친 노름판의 생리와 절대 고수에 대한 복수라는 큰 틀. 이 큰 틀을 '도일출' '애꾸' '물영감' '마돈나' '마귀' '짝귀'라는 여섯 챕터로 나눠 꾸렸다.


각각의 챕터는 매력적이다. 인물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큰 줄기를 따라간다. 다만 매력적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은, 챕터에서만 빛이 난다. 각각의 챕터에서만 등퇴장하기 때문에, 전체를 끌고 가는 캐릭터의 매력이 휘발됐다. 이는 안타고니스트인 마귀를, 1편의 아귀처럼 매력적으로 그리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팀 원 아이드 잭'도 챕터에서만 존재하는 탓이다.


대신 각각의 챕터 매력이 선명하기에, 미드(미국 드라마)식 구성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선호는 분명할 것 같다. 챕터마다 장르가 다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변주가 좋다. 1편의 기억이 희미한 관객들에겐, 1편으로 회귀 또는 오마주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도일출을 맡은 박정민은 기대주 딱지를 떼려면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애꾸를 맡은 류승범은 등장은 강렬하다. 마돈나 역을 맡은 최유하는 오히려 주인공 같다. 서사가 가장 확실하다. 박정민과 최유화의 베드신은, 1편에서 조승우와 김혜수의 베드신과 닮은 듯 다르다.


'돌연변이'에서 물고기탈을 내내 써서 얼굴 한 번 나오지 못했던 이광수는 이번에는 까치 역으로 엉덩이까지 노출하며 한을 풀었다. 배우들의 욕설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가장 맛깔나게 욕을 하는 류승범은 정작 욕을 하지 않는다. 극 중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처우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오가지만 마돈나의 확실한 마무리로 동의를 구한다.


'타짜3'는 쪼는 맛이 아니다. 붙이는 맛이다. 화투와 카드의 차이이자, 1편과 3편의 차이다. 권오광 감독은 클래식이 된 1편을 재해석하되 화려한 카드를 붙이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 그의 방식에 관객의 반응은 제법 다양할 것 같다. 에필로그 카메오는 아는 사람은 폭소하고 모르는 사람은 왜 웃는지 모를 듯하다. 왜 웃는지 모르는 관객일수록 3편에 대한 만족도가 클 것 같다.


9월 1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추신. 분명 지난 정권 시절 썼을 금수저에 대한 원망을 담은 대사들이 지금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게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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