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최민식 "한석규와 할 때가 됐다..눈만 봐도 안다" [★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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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최민식/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최민식/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최민식과 한석규. 한석규와 최민식. 오랜 한국영화 관객들, 또 만드는 사람들에겐 로망이다. 오랜 할리우드 영화팬들에게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한 작품에서 만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천문'에서 이 꿈의 조합이 이뤄졌다. '천문'(감독 허진호)은 세종대왕과 장영실, 같은 꿈을 좇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른 영화다. 최민식이 장영실을, 한석규가 세종대왕을 맡았다. 둘은 팽팽한 연기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대신 오랜 세월 한 길을 같이 걸어온 고수이자 동료로서 깊은 정을 드러낸다. 최민식에게 그 깊은 정을 물었다.


-'천문'은 왜 했나.


▶한석규와 허진호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동시에 받았다. 허진호 감독이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누가 할지, 두 사람이 알아서 정하라고 하더라. 그때 시나리오는 지금과 좀 달랐다. 사실 '천문'이 아니더라도 한석규와 같이 작품을 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둘이 같이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보니깐 괜찮았다.


한석규가 자기가 세종대왕을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내가 장영실 할께,라고 했다. 세종대왕이 궁금하긴 했지만 장영실이 할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천문'에서 세종은 갈등 구조가 많다.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그리고 장영실과도. 그에 반해 장영실은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비정치적이다. 오로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자신을 세종이 알아줘서 고맙고, 그 마음에 화답하고 싶은 사람. 역사적으로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으니 배우가 만들어낼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


-어떤 장영실을 그리려 했나.


▶마지막으로 영화가 향할수록 나이든 장영실을 그리고 싶었다. 실제로 세종대왕보다 7살이 많았고. 젊었을 때부터 변화되는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장영실과 세종대왕은 비록 신하와 왕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 다양하게 둘의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다. 기록에는 세종대왕께서 장영실을 내관처럼 지근거리에 두고 침전에서 여러 논의를 했다고 써 있다. 그렇다면 둘만 있을 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그런 고민들을 했다. 차별화에 대한 강박은 없었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에 대한 포커스를 새롭게 가져가고 싶었다.


-어떤 관계로 그리고 싶었나.


▶모짜르트와 살리에르 관계처럼, 위대한 업적을 갖고 있지만 서로에 질투도 하지 않았을까. 왕과 신하지만 같은 꿈을 꾸는 벗으로 때로는 의견대립도 있고 너무 편해져서 영실이 본분을 잊고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했다가 기분이 상한 세종이랄지. 정이 두터워지는 데 고운 정만 있는 게 아니잖나. 미운 정도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된 데는 세종께서 허물없이 대해주셨기 때문이겠고. 그게 세종의 철학이요, 그 왕의 위대함이기도 하고.


그래서 영화 속에서 영실이 세종께서 한글을 보여줄 때 "어색하옵니다. 이것 때문에 저를 멀리하신 겁니까"라고 하는 게 나름대로의 질투, 아니 질투라기보다 서운함이 드러났으면 했다.


-한석규와는 어땠나.


▶똑같다. 대학교(동국대 연극영화과) 때와 한결 같다. 내가 2학년, 한석규가 1학년으로 만났는데 똑같다. 연예계, 이 동네에서 저렇게 오래 동안 변함없는 철학과 자세와 변함없는 톤과 톤의 길이로 한결 같이 매진하는 사람을 많이 본 적 없다.


나는 한석규에 한참 모자라다. 후배지만 그런 동료가 있다는 것으로 든든하다. 1학년 때도 "형은 연극 왜 해요"라고 물었는데 여전히 형은 "연기 왜 해요"라고 묻는다. 그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최민식/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에게 또 한참 선배인 신구가 '천문'에서 영의정으로 등장하는데. 한석규와 최민식의 기 싸움은 없지만, 신구와 전체 배우들과의 긴장감이 영화에 상당한 힘을 주는데. 후배들에게 대 선배 신구와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생기는 어떤 긴장감이 영화 속에 그대로 작용한 것 같은데.


▶석규랑 내가 신구 선생님을 추천했다. 신구 선생님 정도의 아우라와 에너지, 존재감을 갖고 있는 배우가 영의정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선왕의 곤룡포를 입고 칼을 빼 든 세종과 단지 말로써 팽팽하게 붙지 않나. 물론 출중한 연기로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신구 선생님은 연륜으로 딱 그 존재만으로 현장에서 엄청난 힘을 줬다. 그런 어른이 계시다는 게 든든했다.


-최민식과 한석규, 두 사람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던데.


▶나야 뭐. 허진호 감독과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예컨대 근정전 앞에서 세종과 영실이 같이 눕는 장면은 한석규 아이디어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는데 그렇게 세종 품 속으로 영실이 들어가는 스타트 장면이다. 아주 좋은 장면이다.


난 주로 야당 역할을 많이 했다.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비틀고 다른 생각을 많이 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도 아니고, 이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구현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둘의 관계를 인간 대 인간, 애틋하고 짠한, 벗이면서 보통 사이가 아니겠구나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천문'에선 일부러 살을 찌웠나. 지금은 15kg 가량 감량했다던데.


▶일부러 찌운 건 아니고 막 살았다.(웃음) 석규가 말랐으니깐 홀쭉이와 뚱뚱이 같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고. 그래서 외형적으로 스트레스는 안 받았다. 그러다 감량하다가 죽는 줄 알았다.


-영화 속 둘의 관계는 브로맨스 그 이상인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글쎄, 둘은 몽상가들이었으니깐. 수없이 많은 몽상을 하고 그걸 현실로 구현해 내려던 사람들이었다. 때로는 아이 같을 수도 있고, 그랬지 않았을까. 그건 전적으로 세종의 배려요, 철학이요, 가치관 때문이기도 했고. 편집된 장면들이 붙었으면 좀 더 설명이 됐을 수도 있다.


둘의 관계에 대한 상상, 그게 재밌다. 그게 재밌어서 연기를 하는 것이고. 가공된 이야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전하느냐가 재미다. 그 과정이 재밌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싶고. 그런데 영화라는 게 혼자 소설 쓰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하는 작업이고 결국은 감독이 결정하니깐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둘의 감정이 짙게 드러나는 장면들이 많은데.


▶리허설을 많이 안했다. 그런 장면은 리허설을 하면 안된다. 테이크를 많이 갈수록 감정이 소모되니깐. 세종과 영실, 영실과 세종이 서로의 마음을 읽는 장면들인데, 석규랑 그냥 눈만 보면 알았다. 내가 대사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 석규가 그걸 받아서 자신도 눈물을 흘렸다. 허진호 감독이 믿어주고 맡겨줬다.


석규와 오랜 우정이 영화 속 세종, 장영실의 관계에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냥 석규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알겠다. 현장에서도 서로 별말을 안 했다. (연기를) 그냥 주면, 그대로 받아서 다시 줬다.

최민식/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장영실은 인간 최민식, 배우 최민식과 닮았다고 생각하나.


▶난 과학은 통~.(웃음)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공감한다. 배우란 게 감성과 인성,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걸 모아모아서 만드는 직업인데 그런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보다는 더 닮은 것 같다.(웃음) 그 분은 군인이니깐. 내가 세종을 맡았다면 그냥 싹 다 쓸어버렸을 것이다.(웃음)


-사극을 많이 했는데 왕 역할도 욕심이 있나.


▶물론이다. 왕은 많고 다양하니깐. 욕심이 많다. 여전히 더 목마르고, 더 해보고 싶다. 멜로도 해보고 싶고, 코미디도 하고 싶고.


-영화에서 좀 더 자유롭게 표현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드러냈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고 살 수는 없다. 어떻게 축약을 잘하느냐가 중요하고. 그런 게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고. 다만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어떤 점들을 우려하는지는 알지만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폄훼가 아니라면 인간적인 부분 등을 다양하게 해석해서 표현하는 데 제약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미지에 함몰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아쉽다.


-여전히 주연을 맡았던 '명량'이 한국영화 흥행 1위인데.


▶완전히 잊었다. 물론 스코어에서 자유롭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맨날 영진위 사이트에 들어가 봤자 속만 상한다. 대신 관객과 소통이 잘 안 됐다면 왜 그랬는지, 소통이 잘 됐다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다.


-차기작으로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를 찍었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찍을 예정인데.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는 나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완전히 다른 영화일 것이다.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 선생님 곡이 많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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