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야구소녀'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최연소 여자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 김라경과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야구선수라 불리는 안향미가 떠오른다. 최윤태 감독은 주수인이라는 인물에 김라경과 안향미를 투영해 묵직한 울림이 담긴 변화구를 던진다.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서 포기하지 말라는 뚝심을 전한다.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이자 시속 130km 강속구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지닌 주수인(이주영 분)이 졸업을 앞두고 프로를 향한 도전과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여성 성장 드라마다.
주수인은 특채로 야구부가 있는 남자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20년 만에 탄생한 여자 고교 야구선수다. 주수인 역시 남들과 똑같이 프로에 진출하고 싶어한다. 졸업을 앞뒀지만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주수인과 어릴 때부터 리틀 야구단에서 함께 야구를 해온 이정호(곽동연 분)는 프로 지명을 받는다.
주수인의 학교 교장 선생님도, 엄마도, 친구도 그녀에게 프로의 꿈을 접으라고 압박한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걸 알기에. 그러던 중 주수인에게 최진태(이준혁 분)가 나타난다. 주수인이 재학 중인 고등하교 야구부에 최진태가 새로운 코치로 부임한 것. 프로 진출에 실패한 코치인 최진태도 주수인에게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주수인은 해보지도 않은 걸 왜 포기하냐며 자신의 뚝심을 보여준다.
현실과 타협하라고 말하던 최진태도 주수인의 뚝심을 보고 태도를 바꾼다. 주수인의 조력자가 되어 꿈을 향해 달리는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최진태는 주수인에게 너클볼(손가락을 구부린 채 던짐으로써 공이 전혀 회전하지 않게끔 던지는 변화구의 일종)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게 만든다. 주수인은 부상 당한 선수가 던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150km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없으니 순응한다. 연습을 거듭해 너클볼을 자신만의 주무기로 만든다.
'야구소녀' 속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야구를 하고 싶어 덕수고(구 덕수정보산업고)에 진학했던 안향미 그리고 여자 야구 국가대표 김라경. 안향미는 1999년 제3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 야구대회 4강전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공식 경기에 최초로 출전한 여자 선수가 됐다. 김라경은 2012년 리틀 야구단으로 야구를 시작해 2015년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차출된 인물이다. '야구소녀' 속 주수인은 안향미와 김라경을 섞어놓은 듯 하다.
'야구소녀' 러닝타임 내내 주수인의 뚝심을 엿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수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저렇게 무모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뚝심은 칭찬할만하다. 주수인의 뚝심은 무모하지만 결국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오히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요소가 된다. 주수인은 어렵게 얻은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테스트 및 입단 테스트)에 임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영화의 엔딩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피엔딩일수도, 새드엔딩일 수도 있다. 물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야구소녀' 속 주수인의 뚝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믿음의 야구', '뚝심의 야구'를 선보였던 김경문 감독의 전략이 오버랩 되며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6월 18일 개봉. 러닝타임 10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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