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주영(34)의 얼굴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름만 보면 동명이인의 다른 배우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에 등장하는 이주영은 강렬함으로 관객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강렬하고 독할 것만 같았던 이주영은 실제로는 달랐다. 차분했고, 오히려 수줍어 했다. 본인은 소심한 편이라고 했다. 소심한 사람이 연기만 하면 어떻게 그렇게 강렬하게 바뀔까. 최근 스타뉴스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에 출연한 이주영과 만났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 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다.
단편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다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 '조제'(2020)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였던 바 있다.
채널 CGV 소셜무비 '채-씨 영화방'을 통해 김종관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주영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김종관 감독이 '아무도 없는 곳' 시나리오를 보냈으니 봐달라고 했다고.
"(김종관 감독님이)시나리오 하나 보냈는데 확인 해달라고 하면서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너무 좋았다.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했다. 감독님의 영화는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것 같고, 대화들도 제가 겪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의 담백한 스타일 안에 있는 유머도 좋아한다. 예전부터 감독님의 팬이었다. 감독님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있고,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었다."
그동안 센 캐릭터, 강렬한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던 만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또 다른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주영은 극중 주은을 연기한다. 주은은 틈틈이 시를 쓰는 것으로 마음을 풀어내는 어느 바의 바텐더다.
이주영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통째로 잃어 종종 바에 오는 손님들에게 재밌는 기억을 사 빈 기억을 채워넣는 주은에게 끌리는 점과 다른 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외형적인 것과 그녀가 겪은 트라우마, 사건 등에 끌렸다. 처음 본 사람한테 아픔을 이야기 하는 게 쿨해보이더라. 주은과 이주영의 교집합이 있긴 있다. 반대까지는 아닌데 다른 면이 아무래도 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남들한테 제 이야기를 하는 편인 것 같다. 주은이는 상처를 받았지만, 강한 편인 것 같다. 기억을 잃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상처를 받으면 회복이 힘들고, 오래 걸린다."
이주영은 "주은이와 닮은 건 글을 쓴다는 것이다. 저는 대학 다닐 때 문예창작학과를 복수 전공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시나리오도 장편 두개와 단편을 써보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이 길은 아니다'라는 걸 알게 됐다. 글 쓰는 게 정말 힘들더라. 약간 수행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 힘들다는 걸 안다. 요즘은 예전만큼 글을 쓰지 않는다. 취미로 쓰고 있긴 하다"고 했다.
'콜'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의 데뷔작인 단편 영화 '몸 값'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주영이다. 이주영은 "스타트를 그렇게 끊어서 쉽게 (강렬한 캐릭터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당연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이건 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맡은 캐릭터들이랑 반대라고 하긴 그렇지만 조금 다르다. 화가 났을 땐 성격이 센 면이 있긴 하다. 평소엔 유한 편인 것 같다. 어렸을 땐 조금 더 내성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주영은 "'몸 값' 때부터 강렬한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독전'도 감독님께서 '몸 값'을 보고 오디션에 절 부르셨다. 드라마 '라이브'도 '몸 값'을 보고 연락이 왔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주영은 어떻게 '몸 값'으로 영화계에 데뷔하게 됐을까.
사실 이주영은 동덕여대 모델학과 출신으로 모델로 활동했다. 우연한 계기로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된 그녀였다. 이주영은 "배우를 구한다는 글을 봤다. 그때 지원을 했었다. 모델 일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배우에 관심이 생겨서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주변에서 '안 될 것'이라고 안 좋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현대 미술을 하는 지인 언니가 있는데 전시 오프닝 영상이 필요하니 제게 영상 촬영 모델을 해달라고 했다. 그 오프닝 영상을 단편 영화로 찍었었다. 연기의 연자도 모르고 시작했다. 대사를 외워오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곳곳에 숨겨서 발연기를 했었다. 그런데 도와주러 오셨던 영화사 다니는 분들이 제게 연기를 해봐도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연기 학원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학원에 가서 1년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해보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쌓다 보니까 이제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이도 좀 있고, 슬슬 할 수 있겠다 싶다. 지금까지는 외형이 강조되고 보여지는 캐릭터가 많았다. 이제는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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