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작에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배우는 결혼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 이혼 후 두 아들을 먹여살려야 했던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아직 이혼이 흠이던 그 시절, 배역을 주는 이도 없었지만 '가장'으로 살아야 했던 배우는 단역부터 다시 시작했고, 그렇게 배우 인생 55년 만에 한국 최초로 오스카 시상식 배우상을 수상했다. 배우 윤여정의 끈질기고 아름다운 열정이 그녀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 29일 방송 된 KBS1TV에서 다큐인사이트 '다큐멘터리 윤여정'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린 윤여정의 연기인생을 돌아봤다. 윤여정의 작품은 물론, 그녀와 함께 한 11명 동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큐멘터리 윤여정'은 윤여정의 55년 연기 인생을 4000여 시간의 아카이브와 동료 11인의 인터뷰로 담은 다큐멘터리. 윤여정의 기록을 함께하기 위해 동료 배우 김영옥, 강부자, 이순재, 박근형, 최화정, 한예리, 김고은과 작가 노희경, 영화 감독 김초희와 영화 제작자 심재명, '화녀' 제작자 정진우 감독 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 유쾌한 통찰력을 지닌 '미나리' 속 순자의 모습처럼, 윤여정 역시 질긴 생명력으로 55년간 여배우로 버텨 왔다. 특히 결혼 후 미국으로 갔다가 이혼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먹고 살기 위해 단역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생을 위한 연기를 해왔다.
강부자는 "일 저지를 줄 알았다. 윤여정이 '언니 너무 인터뷰가 많아서 정신없어' 하더라. 그래서 '그렇겠지, 그래야지. 온통 배우 윤여정 뉴스로 휩싸였다'고 했다"라며 "그랬더니 언니, 그거 식혜 위 밥풀이야 하더라. 식혜 위 동동 뜬 밥풀이라고 하더라. 인기는 하루 아침에 없어지는 거야 했다"라고 말했다. 김영옥은 "잔잔한 물결이 인다고 할까. 윤여정에게 '여정아 이제 내가 못하는 거 네가 다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김고은은 "윤여정 선생님의 수상에 환호를 질렀다. 내 가족의 일처럼 기뻤다"라며 "배우 윤여정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미나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번 해보지 뭐'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용감하게 선택한 영화들을 봤을 때 가장 큰 영감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선배들과 함께 윤여정 선생님을 보며 부럽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한국은 나이가 중요한 나라인데, 윤여정 선생님은 그 시야를 넓혀준다"라며 "선생님께 연기에 대해 여쭤봤을 때 해가 지날수록 어렵고, 나도 아직 연기가 어렵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함께 '미나리'에 출연한 한예리는 "선생님은 두려움 없이 끊임없이 도전하신다. 함께 '미나리'를 촬영하러 매니저도 없이 털사에 있을 때 선생님이 '정신차리자, 예리야'라며 용기를 주셨다"라고 말했다. 한예리는 "저보다 예민한 시대에 배우로 살아오신 선생님을 보며 많은 영감을 받는다. 나도 선생님처럼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배우 윤여정과 비슷한, 가까운 어느지점에 가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최화정은 윤여정이 이혼 후 한국으로 왔을 때 를 언급하며 "그때만 해도 이혼이 사회적인 이슈라 아무도 캐스팅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알게 모르게 설움도 받았다고 하시더라. 단역부터 하셨다"라고 회상했다.
윤여정은 과거 인터뷰에서 "저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가 복귀 후 주로 맡은 역할들은 할 말 하는 여자, 전문직, 사자 직업을 가진 캐릭터다. 그런 여자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윤여정은 빈손으로 돌아와 가장으로 다시 연기를 시작한 뒤, 그녀만의 연기 열정을 불태우며 정상의 자리에 올라 감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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