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2'→'지우학' 천성일 작가 "작품의 키워드? 역시 재미죠" [★FULL인터뷰]

발행:
김나연 기자
영화 '해적 : 도깨비 깃발'의 천성일 작가가 1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022.02.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영화 '해적 : 도깨비 깃발'의 천성일 작가가 1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022.02.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천성일 작가가 2022년 새해를 제대로 뒤집어놨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밀도 높은 이야기와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천성일 작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밝혔다.


최근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의 천성일 작가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전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비롯해 드라마 '추노', 영화 '7급 공무원' 등까지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탁월한 필력을 자랑한 천성일 작가가 집필을 맡아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서사와 타율 높은 웃음을 선사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2014년 개봉해 866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편이다. 천성일 작가는 "시작 전에 기대를 채워야 할지, 아니면 기대와 다른 재미를 줘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김정훈 감독님과 회의 끝에 이 영화만의 재미를 찾아가자고 했다"라며 "시나리오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해적' 1편을 안 봤던 기억이 난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일주일에 6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라며 "사실은 주변에서는 성공한 작품을 기반으로 가면 쉽고 편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성공한 작품을 건드는 게 제일 힘들다.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는 보장도 없고, 또 새로운 재미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굉장히 힘들다. 도망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가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촬영 직전까지 시나리오를 계속 고쳤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김정훈 감독님이 글을 잘 쓰시기 때문에 제가 쓴 시나리오에서 각색을 전담하기로 하셔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만 얘기하고 감독님이 집필을 하시기도 했다. 저한테는 상대적으로 편하고 고마웠던 작품"이라며 김정훈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천성일 작가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모험과 어드벤처에 집중하기 위해 바다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심해까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대 사람들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였는지 알고 싶어서 직접 보러 다니기도 하고, 유럽 쪽에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책을 구해 그림도 봤다. 근데 먼 바다로 갈수록 괴물이 살고 있다는 상상을 그린 지도가 있더라. 가면 안 되는 곳, 위험한 곳으로 그려놓은 지도가 있어서 흥미로웠다"라고 밝혔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사라진 왕실의 보물을 찾아 떠난다는 참신한 스토리는 물론 덱스터 스튜디오의 완성도 높은 CG에서 비롯되는 볼거리와 독보적인 스케일로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천성일 작가는 "제가 상상했던 부분은 다 담긴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상상 이상으로 담겼다. 작가가 상상하는 게 완벽한 그림보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은데 작가의 상상 그 이상으로 그림을 완성해 주시는 것 같다"라며 "단순히 기술력을 뛰어넘어서 이미지 디렉터 분들의 힘이 크다. 이제는 작가가 그분들의 상상력에 기대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한 작품이지만,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그는 "아쉬운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저한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는 데서 만족한다"라면서도 "좋은 작품은 10년 후에 나와도 좋은 작품이 되는 것 같고, 아닌 작품은 바로 나와도 아니지만 '해적: 도깨비 깃발'이 코로나19 시기에 태어난 것은 안타깝고 미안하다"라며 "박스오피스 1위지만, 관객 수가 너무 적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해적: 도깨비 깃발 / 사진=넷플릭스,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전 세계를 휩쓸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지금 우리 학교는' 또한 천성일 작가가 각본 집필을 맡은 작품으로, '해적: 도깨비 깃발'은 순수 창작 작품, '지금 우리 학교는'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공개 이후 줄곧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정상을 지키며 전 세계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천성일 작가는 "원작이 없는 작품을 집필하는 게 훨씬 쉽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소수의견'을 집필한 바 있는데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라며 "성공한 원작의 경우 고쳐서 잘못 나왔을 때, '원작보다 못하다'라는 평가에 대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데 있어서 (원작을) 어느 정도 해석하고, 바꿔야 할지 또 내 생각을 어디까지 집어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가 있다"라며 "그래서 가능하면 원작이 있는 작품의 집필을 안 했던 것 같다. 또 원작의 판권이 비싼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디어 시장은 빠르게 변화했고, 콘텐츠 시장의 경쟁도 뜨거워졌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처음으로 OTT 작품을 작업한 천성일 작가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OTT 작업은 드라마보다는 비교적 제한이 없는 영화와 가깝다.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걸 다 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OTT 서비스가 늘어난 만큼 작품 수도 많이 늘어났지만 질적 향상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크다. 작가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말 르네상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는 '돈'이다. 누가 어떤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지점을 다루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누가 얼마를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자본도 커지고, 그쪽으로 포커스가 가고 있는 게 당연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라며 "어떤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든 일상에서 달라진 부분은 하나도 없다"라고 밝혔다.

영화 '해적 : 도깨비 깃발'의 천성일 작가가 1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022.02.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다만 K-콘텐츠를 대하는 세계의 시선이 달라진 것은 체감한다고. 천성일 작가는 "'지금 우리 학교는' 감독님과 '우리는 '오징어 게임' 덕을 많이 볼 거라고 얘기했는데 사실이 됐다. 전 세계가 K-콘텐츠를 대하는 장벽이 허물어졌고, '오징어 게임'이 그 문을 열어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제작사 프로듀서를 하려던 천성일 작가는 돈이 없어 시나리오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직접 쓰게 됐다. 그는 "저는 누군가 물어보면 '작가님들과 계약할 돈이 없어서 직접 쓰게 됐다'라고 편하게 얘기한다. 영화사 기획실에서 근무하면서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던 게 도움이 됐다.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정통성 없는 '길바닥 작가'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라고 웃었다.


천성일 작가가 어떤 장르를 집필하든 놓치지 않는 키워드는 '재미'다. 그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이야기를 담아내도 '재밌는 이야기'라는 외피를 씌워서 내보내야 한다. 그게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 놓치지 말고 가야 할 게 어쩔 수 없이 공인은 아니지만 대중문화예술이 파급력이 있고, 많은 곳에 노출이 되니까 이 세상에 악한 영향은 끼치지 말자는 주의다. 좋은 길은 잘 모르겠지만 나쁜 길을 제시하지는 않고 싶다. 그 부분을 늘 경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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