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는 더 나은 세상에서" 배두나의 책임감[★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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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기자
배두나 / 사진=CJ ENM
배두나 / 사진=CJ ENM

어느덧 24년 차 배우가 된 배두나에게는 전보다 더 중요한 자신만의 '세계'가 생겼다. 역할보다는 작품, 그리고 선후배 배우들을 아우르는 태도까지. "다음 세대가 저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라는 바람을 전한 배두나의 모습에서는 여유와 책임감이 묻어났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배두나는 브로커들의 여정을 뒤쫓는 형사 '수진' 역을 맡았다. '공기인형'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12년 만에 재회한 배두나는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섬세한 해석을 통해 '수진'을 한층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했다.


6년 전인 2016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작품 제안을 받았다는 배두나는 "감독님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 대본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구두 계약을 한 셈이다.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당연히 하는 거였고, 그다음에 캐릭터와 상황이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공기인형'을 찍으면서 정말 값진 경험을 했다.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고, 많은 애정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촬영했던 영화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한국에 와서 낯선 한국 스태프, 한국 배우들과 찍을 때는 저도 제가 받은 만큼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감독님의 옆에 있어드리고 싶어서 이 영화를 하겠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배두나는 "감독님이 2009년 '공기인형' 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지만, 예전부터 감독님은 넘버원이었다. 완성형 감독님이셨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12년 만에 다시 촬영하는데도 똑같으셨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들을 대하는 태도, 연기 디렉팅이 똑같으셨다"라고 감탄했다.


배두나 / 사진=CJ ENM

그러나 '브로커'가 배두나에게 쉬운 작품은 아니었다. 배두나는 "계속 시나리오가 바뀌었는데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한정된 차 안이라는 공간, 스토리의 중심보다는 외곽에 있는 제3자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내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고민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배두나는 한국어로 번역된 대본이 아닌 일본어 대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 대본에서 답을 못 찾아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레에다 감독님께 일본어로 쓴 오리지널 대본을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활자만 보고 한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대본에서만 답을 찾아야 하는데 인물이 너무 전형적인 대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로 바뀌는 과정에서 미묘한 뉘앙스가 바뀐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일본어 대본에 말줄임표 등을 보고 다른 뜻을 느꼈고 힌트를 많이 얻었다"라고 밝혔다.


차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스토리가 진행됐던 만큼 배두나는 자연스러운 연기에 가장 신경 썼다. 그는 "감독님도 먹는 장면을 많이 배치하셨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장면을 뽑아내려고 하셨던 것 같아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 또 메이크업도 안 하면서 리얼해 보이고, 꾀죄죄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며칠 잠도 못 자고 물티슈로 얼굴을 닦는 형사들처럼 보이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영화 '레벨 문' 촬영 차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배두나는 "아직 영화를 못 봤다. 아마 한국에서 '브로커'를 제가 제일 늦게 볼 것 같다"라면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는 평가를 들으면 좋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이주영 등 후배 배우들은 배두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배두나는 "이제 그럴 나이가 된 것 같다"라며 웃었다.


배두나는 "(이) 지은 씨한테 처음 역할 제안이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제가 '무조건 해야죠'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역할에도 정말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고, '페르소나'도 감독님이 지은 씨랑 같이 한다고 해서 드라마 찍다가 잠깐 가서 찍을 정도로 팬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작품에서 같이 하면 얼마나 좋냐. 그래서 강력 추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지은에게 무조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믿고 맡기라는 조언을 해줬다. 감독님을 믿고 가면 '이게 맞나?' 싶은 것도 맞게 될 거라는 얘기를 해줬던 것 같다. 그 외에 연기에 대한 조언은 따로 해준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배두나 / 사진=CJ ENM

또한 이주영에 대해서는 "분신처럼 붙어 다녔는데 제가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 코가 석자인데도 지은 씨한테도, 주영 씨한테도 자꾸 마음이 가고 챙겨주게 된다"라며 "주영 씨는 순수하고, 열의가 넘치고, 좋은 배우다. 일단 저를 잘 따라와 줬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는 추억이 많고, 저한테 요리 못 한다고 무시하는 것만 빼면 자상하고 따뜻한 후배"라고 농담했다.


이렇듯 후배들의 연기를 칭찬하면서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배두나다. 그는 "저는 제 연기에 있어서 가장 박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 연기를 보고 만족한 적도 없고 항상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은 더더욱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나 '브로커'는 제가 아직 못 봤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 저는 감독이 오케이라고 하면 그냥 오케이라고 생각해서 모니터링도 따로 하지 않고 제 연기를 잘 안 본다. 보면 부끄럽고, 민망하고 그렇더라"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한편 배두나는 칸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했다. '브로커'에 이어 가정 학대 피해 아동 이야기를 그린 '다음 소희'까지 비평가주간 부문 폐막작에 초청되며 칸 영화제에 진출한 것. 배두나는 두 작품 모두 현재 자신의 모습이 캐릭터에 투영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가 넘어선 후에는 제 역할보다는 어떤 작품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회 문제에 있어서 관심이 있는 분야도 있고,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얘기도 있다. 특히 저는 저보다 젊은 사람들이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즘 고르는 작품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쪽으로 많이 끌린다. 어떤 시행착오나 생각의 전환, 반성 등 한 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주리 감독에 대해서는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같다. 제가 아동, 청소년 문제에 많이 분노하는데 그런 대본을 줘서 안 고를 수가 없다"라고 웃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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