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깊은 곳으로 끌려들어간다. 현실과 환상을 분간할 수 없는 모호한 경계 속에서 관객들은 속수무책으로 '살목지'에 끌려든다. 다만 끝까지 몰아붙이는 긴장감에 비해, 결정적인 한 방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 살목지의 로드뷰 화면에 촬영한 적 없는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다. 오늘 안에 반드시 재촬영을 끝내야 하는 상황 속에 PD '수인'(김혜윤 분)과 촬영팀은 살목지로 향한다.
촬영이 시작되자 행방이 묘연했던 선배 '교식'(김준한 분)이 등장하고,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며 촬영팀을 서서히 조여온다. 휘몰아치는 공포 속 '기태'(이종원 분)는 전 여자친구인 '수인'을 살리기 위해 내달리지만, 살목지에는 도무지 아침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들은 '절대 살아서는 못 나온다'는 살목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살목지'는 '심야괴담회'를 비롯한 방송과 공포 채널을 뜨겁게 달궜던 장소를 배경으로, 이상민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완성된 작품이다. 영화 속 살목지는 '생사를 넘나드는 길목'으로도 불리는 금기의 장소다. 영화는 '호러 마니아'인 이상민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공포'의 집합체다.
각 인물들이 살목지로 향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극 초반부를 지나면, 영화는 본격적인 공포로 접어든다. 한낮의 배경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스산하고 음산한 공기는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영화 전반을 핸드헬드로 촬영해 불안감을 조성한다.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는 사방으로 확장된 시야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공포를 만든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디렉터와 귀신과 교신을 시도하는 고스트 박스의 활용도 새롭다.
로드뷰 촬영 카메라로 포착된 '살목지'의 풍경은 관객들을 곧 들이닥칠 공포 한가운데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공간의 특성을 극대화한 저수지의 기이한 풍경과 물이 지닌 공포가 더해지며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잠시 숨 돌릴 새도 없다. '뭔가 나올 것 같다'고 예상되면서도, 정박과 엇박을 교묘하게 오가는 연출은 점프 스케어의 타격감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공포의 결은 배우들의 연기와 맞물리며 더욱 극대화된다. 극의 중심에 있는 김혜윤은 점차 혼란에 빠지다 끝내 내면의 공포와 마주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까지 모두 제 역할을 해내며 극을 단단히 받친다. 특히 후반부 공포가 휘몰아치는 장면에서는 스크린에 첫발을 내딛는 윤재찬과 장다아가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긴다.
다만, 공포 영화의 '스토리'가 중요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길만하다. 낯설지 않은 공포 영화의 공식을 따르는 가운데, 캐릭터 간 서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몰입을 방해한다. 수많은 공포의 파문을 던지지만, 끝내 인상에 남을 결정적인 한 방이 부재하다는 점도 한계로 남는다.
'살목지'는 오는 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