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전환수술전에는 남자와 사귈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내가 접근할 수 없었고, 내게 대시하는 사람의 접근에도 나는 막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수술 후 몇명의 남자들과 교제했다. 내가 성전환자라는 것을 알고 사귄 사람도 있고 전혀 모르고 사귄 사람도 있었다. 대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았다.
24살 때 5살 연상의 사업가로부터 청혼을 받은 적이 있다. 내게 청혼을 한 그 분은 좋은 감정이 싹터, 두 번째 만남에서 트랜스젠더임을 고백했다. 나는 남자를 만날 때 사귀게 될 사람이면 내가 트랜스젠더임을 알렸지만 그냥 스치는 사람일 경우에는 굳이 나의 사정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 분은 나의 충격적인 고백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랑을 키워갔지만 그 분의 청혼에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가 어색해져 결국 헤어진 것 같다.
처음 그를 봤을 때는 그저그랬는데 그 사람은 열정적이었고 순수하고 착했다. 만남을 가질 수록 나는 그 사람에게 빠져들었다. 만난지 1년이 됐을 무렵 그 분은 서로의 부모님이 모르게 결혼하자고 했다. 청혼을 받았을 때는 '과연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머뭇거렸다. 자꾸 결혼하자고 하자는 말에 결혼을 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구속받기 싫었다. 트랜스젠더를 며느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 분의 가족도 생각해야 했다.
무엇보다 나는 여자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결혼을 한다는 것도 어색했다. 결혼을 한 후에도 난 잘 살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트랜스젠더 중 결혼해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모님에게 트랜스젠더임을 알리지 않고 결혼해서 아이를 입양한 후 낳은 것처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악착같이 살아가려고 한다. 사회적 편견이 쉽게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보지 않게 만든다. 우리는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농담삼아 '안되면 시집이나 가지 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절대 그런 생각하지 못한다.
트랜스젠더들은 많은 사회적 제약과 싸워야 한다. 수술로 여자가 됐더라도 호적정정이 남아 있다. 직업을 갖고 싶어도 남녀 성별을 기재하는 서류,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하는 서류를 내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몸으로 해야하는 일 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내레이터 모델, 잡지 청바지 모델, 서빙 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트랜스젠더들은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해 보험을 모두 해약하기도 했다.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 제발 평범해지고 싶다. 옆집 친구처럼 그저 똑같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욕하던 사람도 막상 우리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며 이해해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를 나쁘게 보지말고 똑같은 인간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나의 고백을 들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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