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가 되어서 가장 좋았던 일 중 하나는 부모님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 집안은 좀 특이해서 가족모임 때 꼭 한복을 입는다. 사실 우리 집안은 훌륭한 분들이 많으시다. 집안 어른 중 체신부 장관도 있으셨고, 농수산부 장관도 있으셨다.
그래서일까, 아버지께선 어릴 적부터 나에 대한 꿈이 크셨다. 최초의 여자 국무총리가 되길 원하셨으니깐.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하면서 아버지가 나를 없는 자식 취급하셨다. 결국 우기고 우겨 안양예고에 들어가고 난 뒤부터 난 집안 행사에 참가할 수 없었다.
명절이면 항상 혼자 집을 지켜야 했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하고 어른스러워서 항상 집안 모임에 부모님과 함께 했지만 난 그 때마다 집에서 홀로 라면을 끓여 먹곤 했다. 그래도 꿋꿋이 고교 시절 각종 가요제와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했다. 엄마가 그 때마다 아버지 몰래 도와주시곤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아버지가 몰래 오셔서 보고 가시곤 했다고 한다.
LPG에 처음 합류한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의 반대가 엄청나셨다. 앨범 재킷을 촬영하러 가는 날 ‘나가면 두 번 다시 안본다’고 집에서 못나게 하셨다. 제주도가 촬영지였는데 모든 멤버들이 나 때문에 출발을 못했고, 소속사에서도 적잖이 당황했다. 결국 동전이 들어있는 저금통 하나만 들고 집에서 탈출하다시피 나왔다.
이틀이 지나서 엄마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통장에 돈 넣었으니 찾아서 쓰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눈물이 났고, 꼭 가수로 성공해야지 다짐했다.
LPG로 활동을 시작하고 난 뒤 올 추석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물론 한복을 입고. 집안 어른들도 내가 LPG라는 사실을 다 알고 계셨고, 좋아 해주셨다. 엄청 기뻤다. 무엇보다 이제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사실 눈물도 좀 흘렸다.
아버지는 지금 가장 무서운 모니터 중 한 명이시다. 내가 출연한 모든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검토하신다. 의상이나 화장은 코디네이터의 몫이지 네 몫이 아니라고 하시며 주로 노래 부를 때 표정이나 말하는 방법을 지적하신다. 예전에는 반항도 많이 했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나도 알고 있다. 아버지가 날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아버지 사랑해요.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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