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니 코믹 캐릭터시군요!’(기자)
털털한 웃음과 재치 넘치는 말투.
김종서와의 첫 만남은 유쾌하고도 상쾌했다. 왠지 '까칠할' 것만 같은 겉모습은 진짜 겉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말을 주고받다가도 손에 쥐고 있던 팬으로 장난을 치고 엉뚱한 말을 툭 던지는 그는, 그야말로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오랫동안 ‘신비주의’ 컨셉트를 고수했던 김종서가 사실은 유머러스한 남자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베일에 싸여(?) 있던 김종서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음반 ‘명작’을 발표했다. ‘명작’, 말 그대로 20년 가수생활의 정수만을 모았다.
“20주년 음반은 진짜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에요. 그 동안 앨범을 낼 때마다 재킷에는 신경을 안 써서 진짜 허접했는데, 하하하. 정성 많이 들였어요. 당연히 돈도 많이 들어갔죠.”
그의 음반에서 ‘급 꽃미남’으로 변신한 김종서를 발견했다. 아니 로커 김종서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단 말인가. 기타를 안고 해맑게 웃고 있는 김종서의 모습을 보니 시간이 거꾸로만 흘러간 것만 같다.
“사진이 너무 해맑게 나와서 사람들한테 앨범 주면서 죄송하다고 말해요.(웃음) 그러면 사람들이 ‘너 이 정도로 힘든 거야?’라고 농담을 하는 통에 웃음이 멈출 날이 없죠.”
“음악 덕에 담배 끊었죠.”
엉뚱한 매력이 통통 넘치는 김종서지만, 그의 음반을 들어보니 ‘역시 김종서’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김종서는 그 동안 발표한 모든 노래를 직접 작곡했다. 이번 음반에는 타이틀곡 ‘아이 러브 유’를 제외하고 기존에 발표한 노래들이 담겨 있지만 재녹음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또 자신의 히트곡을 윤도현밴드 노브레인 JK김동욱 등에게 노래와 편곡을 부탁해 전혀 느낌이 다른 곡으로 만들었다.
“그 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가수들에게 ‘너희들의 스타일대로 해봐’라고 맡겨놓은 채 결과물을 기다렸죠. 다들 자기 일처럼 해줘서 고마운 마음 뿐이에요. 이 친구들은 이제 저를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얻은 셈이에요.”
스스로도 “하하하. 제가 좀 산만하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김종서지만 음악을 할 때 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재떨이가 수북해질 때까지 피웠다는 담배를 끊게 된 것도 음악 덕이다.
“음악을 할 때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죠. 창문에 달린 커튼도 검은색으로 빛이 안 들어오게 만들어서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 가요. 당연히 집중하고 있을 때는 담배 피우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죠. 집에서 나설 때면 꼭 뭔가를 두고 와서 몇 번씩 들락거리는데 하나님이 음악 만큼은 재능을 주신 것 같아요.”
“‘나’를 드러낸 뒤,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난받았다.”
최근에야 김종서가 방송을 통해 얼굴을 내비치고 있지만 예전만 해도 음악 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에서 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사실 예전에는 마니아적인 음악을 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하지만 저는 대중가수에요. 대중들이 ‘겨울비’ ‘대답없는 너’ 등 내 노래에 친근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예전에 ‘나는 음악하는 사람이지 방송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한 게 어쩌면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어떤 사람들은 ‘변질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말도 해요. 어차피 나는 방송인도 아니고 대중적인 친근감도 얻고 노래도 알리려고 방송하는 거에요. 방송한다고 음악을 게을리하는 것도 아닌데 이유없는 비난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사실 방송에 많이 나오지 못한 것은 무대에 대한 두려움도 큰 요소로 작용했다.
“무대에 서면 지금도 떨어요. 이번에도 ‘아이 러브 유’ 부를 때 완전 떨었어요. 진짜 제가 생각해도 무대 울렁증이 심한 것 같아요. 오죽하면 제가 아동심리학을 전공하신 선배 가수에게 상담까지 받았겠어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는데 김종서는 그렇지 않았다. ‘신비주의’ 컨셉트를 택하게 된 본의 아닌 이유다.
“한때 음악을 한다는 게 무섭고 두려웠던 적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저는 음악쟁이에요. 다른 게 뭐 있나요. 천재성을 발휘해서 앞으로도 좋은 음악할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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