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기적처럼 다시 새 앨범이 나왔어요.”
남성그룹 원티드에게 2집은 어쩌면 ‘기적’(奇蹟)같은 일이다. 2004년 8월11 새벽, 불의의 교통사고로 멤버 서재호가 목숨을 잃고 김재석이 머리를 다치는 큰 부상을 입었으며, 하동균은 비교적 경상을 입었지만 공황상태에 빠져 원티드의 미래는 더 이상 없는 듯했다.
그러나 김재석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점점 음악적 감각을 찾아갔고, 하동균도 폐소공포증과 우울증 등 이른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겨내면서 희망의 ‘기적’(汽笛)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후 하동균이 지난해 여름 솔로앨범을 내면서 원티드 2집을 위한 가교 역할을 했고, 과거 세븐데이즈의 동료 이정은 故서재호를 대신해 객원멤버가 되면서 원티드 2집은 탄력을 받게 됐다.
여기에 지난 앨범에서 함께 활동은 하지 않았던 전상환이 이번에는 활동에 의지를 보이면서 원티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나는 다시 태어난 거니까, 사고이후 처음 맡은 일이니까 더 열심히 하려 했고, 그 만큼 감회가 남다르죠. 부상도 1년 반 물리치료하며 거의 나았는데 날씨가 궂으면 몸이 쑤시고 아픈 후유증은 있어요.”(김재석)
“지난 3년간 어떡하든 앨범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재호가 잊어지고 원티드가 잊어지는 것이 싫어서였어요. 그 친구가 못다 이룬 것을 이뤄주고 싶어, 내가 좀 부족하지만 함께 했어요. 그리고 우리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졌으면 좋겠어요.”(전상환)
“처음엔 나도 그렇고 다들 원티드 2집이 나올 수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내가 솔로앨범을 낸 것도 ‘원티드’란 이름을 갖고 가고 싶어서 낸 것이죠. 정 안되면 혼자서라도 이름을 계속 갖고 가려 했어요. 이번 앨범은 그래서 너무나 큰 의미입니다.”(하동균)
3년이 지난 데다 이정이 참여해 원티드 2집은 전작과 색깔이 달라졌다. 하동균은 “변화를 굳이 추구하지 않았지만 3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고 머리가 바뀌고, 마음가짐이 바뀌다보니 음악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밴드의 요소가 많이 담겨 있고, 비트 있는 음악이 수록됐으며, 이정은 원티드의 음악에 그루브를 살렸다. 발라드 넘버들도 목소리가 모두 다른 네 멤버가 조금씩 다르게 표현됐다.
3년 만의 새 앨범 ‘7dayz & Wanted’의 인트로는 배우 이보영의 감성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원티드의 팬이라는 이보영은 이들에게 응원과 새음악에 대한 설렘을 표현했다.
감성적 멜로디와 후렴의 강렬한 코러스 선율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I Promise’는 애절한 가사와 화음이 어우러진 마이너 발라드. 사랑하는 이를 향한 힘든 기다림을 담았다. 히트 작사가 최갑원과 휘성의 ‘안되나요’ 거미의 ‘그대 돌아오면’을 작곡한 이현정이 손을 잡았다.
김재석의 솔로곡 ‘눈물로 살아요’는 백지영의 서정적인 슬픈 목소리와 김재석의 애드리브가 잘 어우러졌다. 에픽하이가 피처링한 ‘너와 나’는 경쾌한 미디엄템포의 R&B곡으로, 타블로 특유의 랩과 원티드의 뛰어난 가창력이 돋보인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곡은 故서재호의 목소리가 살아난 ‘Fly me to the moon’. 서재호가 연습하던 곡을 전상환이 컴퓨터를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목소리만 살려서 새롭게 반주를 입혔다. 연습하던 곡이어서 가사와 노래, 리듬에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길은경의 피아노, 하림의 어코디언 연주를 입히고, 믹스와 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LP의 느낌을 더했다.
원티드 멤버들은 저마다 열심히 활동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기적같이 부상에 일어난 김재석은 “공연 위주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고, 하동균은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들은 또 입을 모아 “원티드는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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