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다시 태어나면 가정주부로 남고싶다"(일문일답)

발행: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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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가 데뷔 50주년을 맞이해 기념 음반과 전국 순회공연을 열 예정이다. 이미자는 9일 오후 3시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국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노래 중에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래가 많다. 그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본인의 노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다. 금지곡으로 묶여서 만 20년 이상 부를 수도 없고 구할 수도 없는 역경을 겪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해금된 다음부터는 어디 가더라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불렀다.


-금지곡이던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불렀었는데


▶대통령께서는 모르셨던 걸로 알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이 제 노래를 많이 좋아해주셨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많이 사랑해주셨다. 김종필 총리는 '섬마을 선생님'을 아코디언으로 오리지널로 연주해주시기도 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지는 어디인가


▶특히 큰 도회지보다는 작은 지방이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특히 이번에는 좀 더 작은 도시에 여건이 되는 한에서 많이 좀 찾아뵈려고 생각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가수는 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남고 싶다.


-패티김과 라이벌로 종종 이야기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 저와 데뷔가 같을 것이다. 패티김은 지난해에 데뷔 50주년을 했는데 그 전에는 나와 같은 해에 기념 공연들을 했었다.


-신곡 제목을 '내 삶에 이유 있음은'으로 지은 이유는


▶50주년을 맞으면서 가요 인생을 담은 진솔한 뜻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인 김소엽 선생에게 어렵게 노랫말을 부탁 드렸다. 곡은 장욱조 선생님과 그 딸 장지연 씨가 같이 지은 곡이다. 제가 걸어온 50년 인생을 담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일본 가수 미소라 히바리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에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이룬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 분을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 분이 일본에서 제 1의 가수라고 했는데 제 1의 가수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질 수 없다.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노래인생은 힘든 역동의 세월이었나


▶그렇다. 어려운 시절을 지냈고 배고픔을 느끼는 시대를 살아왔다. 데뷔는 수월하게 했지만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아픈 일, 기쁜 일, 보람된 일 모두 많이 있었다.


-여성으로서 못 해본 일이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일찍 데뷔해서 지금까지 노래만 불러왔기 때문에 그 일에 열중하느라 다른 일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신세대 가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세대 가수들 그 나름대로 잘 하고 있다.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성인 가요, 예전 노래들은 정을 느끼게 하고 가슴에 와닿는 풋풋한 정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노래들이 가사와 곡들이 흥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요는 아픔과 기쁨을 전달해주는 데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 지금 사회는 가슴 아프고 울고 싶고 어려운 일이 많지만 가요에서는 그런 점을 찾아볼 수 없다. 후배 가수들도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전달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노래하면서 눈물이 난 적이 있었나


▶오래된 이야기지만 박정희 대통령 당시 주월 한국군 위문 공연을 갔었다. 무대 위에서 동백 아가씨를 부를 때 온 장병들이 하나같이 따라 부르며 울더라. 그 때 가슴이 벅차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눈물이 나서 장병들과 부둥켜안았었다. 그 때가 가장 기억이 난다.


-데뷔 때와 목소리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비결이 있나.


▶'동백 아가씨'를 부를 당시에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공연에 목을 많이 써서 트여있을 때가 별로 없었다. 요즘에는 음폭이 조금 더 넓어졌다. 나빠진 게 있다면 음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50주년 기념 음반을 녹음 하면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없어지지 않았나 하는 걸 느꼈다.


-체력관리는


▶달리 특별한 관리를 하진 않는다. 생활하면서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만 저는 옛날 여성이 돼서 참는 것에 이력이 난 것 같다.


-징크스가 있다면

▶목에 좋지 않기 때문에 큰 공연이나 레코드 취입을 두고서 자극성 있는 음식은 피한다.


-신세대 가수 중 눈에 띄거나 생각나는 팀이 있나


▶원더걸스, 빅뱅 정도가 생각난다.


-지금까지 열혈 팬들은 없었나.


▶요즘처럼 광적인 팬은 없었다. 좋아해도 속으로 좋아하고 미소로 좋아했지 지금처럼 적극적이거나 직접적인 표현은 못했던 것 같다.


-노래 들어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후배는 없나.


▶있지만 그 사람의 이름을 댈 수는 없다. 누구라고 지적을 하는 건 후배들을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일 것 같다.


-어떤 사람이 노래를 잘하는 건가.


▶노래라면 정석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우선 가사 전달이 정확해야 하고 음을 정확하게 내야 한다. 요즘 유행은 가사 전달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것인 것 같지만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수가 희망인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데뷔할 당시에는 정말 실력 있고 가창력 좋은 가수라면 데뷔하기가 쉬웠다. 지금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주위 환경, 여건이 굉장히 어렵다. 경제적인 문제도 그렇고 다양한 매스컴이 있기 때문에 어디 한 군데 치우칠 수도 없다. 저에게도 많이 부탁하시는데 그럴 때에는 전문적인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라고 말해준다. 거기서 알려지게 되면 매니저도 생길 수 있고 프러포즈도 받을 수 있으니까.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을 때가 있었다면


▶1960년 대 '동백 아가씨'가 나온 이후 서구풍의 리듬과 음악이 많이 유행했다. 제 노래는 무조건 촌스러운 노래로 못이 박혔고 지성인들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부른다면 질 낮은 사람으로 깔보이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나도 발라드나 서구풍의 노래로 스타일을 바꿔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보람이 있다. 우리의 가요 뿌리를 제가 꼭 이어가고 싶다.


-50년 롱런의 비결이 있다면


▶노랫말 가사에 따라서 감정을 꼭 집어넣고 불러야한다. 자기가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더라도 기교를 넣지 말고 순수하게 불러서 가사 전달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가수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전통 가요의 맥을 잇기 위해 정부나 개인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없나.


▶선배들이 불러온 아름답고 주옥같은 노래가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저는 50년 동안 가요 생활을 하면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노래들은 레코드 자체도 SP, LP로 발매됐었기 때문에 그 노래가 다 없어지게 됐다. 그래서 제 히트곡만으로도 100곡을 채울 수 있지만 70곡만 넣고 명곡 가요를 30곡 불렀다. 우리 가요의 문화재이자 역사인 노래들을 '이 노래는 이렇게 불려졌구나' 하도록 남겨주는 게 목적이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부르나


▶제 노래는 여성의 한, 참고 이겨나가는 가사가 주된 것이다. 가사에 감정을 그대로 노래에 넣어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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