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음반 심의의 모호한 기준이 다시 한 번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방송 불가 이유가 사투리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음악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힙합듀오 가리온과 DJ렉스의 합동 프로젝트 신곡 '무까끼하이'는 최근 지상파 3사로부터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소식은 17일 DJ렉스의 트위터를 통해 전파됐다.
DJ렉스는 "'무까끼하이', 일본말 같다며 방송3사 모두 심의불가..세상에나.."라고 글을 띄웠다. '무까끼하이'는 오래전 대구 지역에서 즐겨 쓰던 방언이다.
이 곡은 전국 각지의 사투리로 노랫말이 구성된 힙합곡. '첨엔 돈 준다꼬 들이댔다 아이가? 내 몬 산다고 머라캤다 아이가? 그케도 내 몬 믿는다카이 니 머 캤노?' 등 돈과 얽힌 세상의 단편적인 부분에 대해 쓴 소리를 던진 곡으로, 사투리 구성이 독특하다.
이에 대해 동료 뮤지션들은 물론 힙합 팬들은 방송 심의의 모호한 기준에 대해 분노했다. 팬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방언이 일본말로 둔갑하다니 어이없다" "사투리 섞인 노래들이 방송되지 않는다면 사투리 쓰는 방송인도 방송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까끼하이'를 직접 작사, 랩을 한 가리온의 메타도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이날 오후 스타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무까끼하이'가 방송 부적격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무까끼하이'는 오래전 대구지역에서 쓰던 사투리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뜻한다. 일본말은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메타는 "노래에 쓰인 모든 사투리들의 억양이 세게 느껴질 뿐 욕설 또한 없다"며 "우리나라 사투리로 랩을 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색다른 프로젝트"라고 했다.
한편 1990년대 후반부터 주로 언더 신에서 활동해온 가리온은 지난 2004년 발표한 1집으로 '한국적 힙합의 완성'이라는 극찬을 받은 국내 힙합 1세대 뮤지션. 지난해에는 2집 '가리온2'로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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