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스럽게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됐다. 단순히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학교 전공을 택했고, 이제 평생 '업'으로 삼을만한 가치도 찾았다. 남성 2인조 그룹 파탈(공작·예준)은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들어줄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동갑내기 두 청년이 겁 없이 가요계에 등장한 이유다.
파탈의 음악은 단순하지만 특별하다. 그래서 '듣는 재미'가 있다. 데뷔 싱글에는 단 2곡이 실렸지만 확실한 그들만의 색이 있다. 어쿠스틱 음악이란 기본 틀을 하고 있지만 허투루 듣기엔 철저한 감성에 대한 계산도 깔려 있다. 평범하게도 '사랑'이란 소재를 택했지만 '공감'어린 가사가 꽤나 중독적이다.
우선, 영어와 한자가 묘하게 어우러진 '파탈'이란 그룹명에 감탄했다. 프랑스어, 영어로 '치명적인'(Fatal)이란 뜻의 단어와 어떤 구속이나 예절로부터 벗어난다는 '파탈(擺脫)'의 한자 의미. 두 남자의 음악이 치명적인 매력과 함께 어떤 음악적 틀 안에 고립되지 않겠단 각오에서 나온 이름이다.
"처음엔 이렇게 앨범까지 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친한 동료와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중3때부터 전 혼자만의 세계에서 작곡만 해왔거든요."(공작)
파탈 두 남자가 내놓은 첫 음악은 '어쿠스틱' 장르. 심플한 편곡에 두 보컬의 즐거운 조화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사랑7일차', '있잖아(사과송)'은 원초적이면서도 진솔한 냄새가 풍기는 시리즈 곡이다. 편안한 노래들이라 오히려 경쟁력이 생겼단다.
"저흰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본으로 유쾌한 음악을 하는 팀이죠. 물론 폭풍 가창력이나 비주얼을 내세운 팀은 아니지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멜로디로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싶어요. 주위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듣고 힘이 난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예준)
작사, 작곡을 맡은 공작은 사랑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담았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얘기. '네 손을 잡기가 어색하고 부끄러워 / 난 입이 찢어질 것만 같아 / 니 손을 꼭 잡은 채로 춤추듯 걸어가네'. 손잡은 것 하나로도 춤추듯 걸어가며 기뻐하는, 연애초보자 공작의 소감문이다.
반대로 '있잖아(사과송')이란 노래는 지겹도록 내뱉는 남자의 사과를 주제로 한 곡. 공교롭게도 두 곡의 마지막 가사는 '고마워'와 '미안해'다. 투박할 정도로 진부한 사랑주제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솔직한 노래들이 끈적한 공작, 미성의 예준의 보컬과 어우러져 첫 사랑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았다.
파탈의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작사, 작곡, 홍보까지 도맡아 하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어렵게 가요계에 뛰어들은 두 사람은 소속사 대표가 된 동네 누나와 함께 기획사를 차렸다. 소속 가수 파탈까지 직접 발로 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치열한 가요계에서 실력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는 셈이다.
"친한 누나와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회사가 생겼어요. 원래 게임회사에 다니던 누나는 저희 때문에 생소한 가요계에 직접 뛰어들게 됐죠. 당장은 힘들지만 우선 즐겨야죠."(예준)
파탈은 공연을 많이 다니며 노래를 알릴 계획이다. 올해에만 싱글 세 장 정도는 더 발표하며 파탈의 음악색을 구축하겠단 각오도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에 퇴근하는 '공무원 작곡가' 공작과 오래 전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다 실패한 예준은 상업적인 걸 떠나 즐거운 음악을 하는 게 진짜 목표다.
마지막으로 파탈 음악의 매력을 노골적으로 물었다. "물론 듣기 편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하는 것은 어렵죠. 하지만 저희가 즐거우면 듣는 분들도 기분 좋을 거란 생각은 분명해요. 저희 음악의 매력요? 아마도 10cm와 UV가 만나면 이런 음악이 아닐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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