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의미한 갈등과 논란을 불러 일으켜 시선을 끌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가요계에 판을 치고 있다. 이는 듣고 즐기는 음악의 본질에서 벗어나 지나친 상업주의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신인가수 Bro(브로)는 일부 여성들을 비하하는 가사가 담긴 신곡 '그런 남자'를 발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21일 공개된 이 노래는 일명 '김치녀' 현상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가사가 담겨있다.
'김치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할 때 쓰이는 말로, 데이트나 결혼 비용을 주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한국 여성을 비꼬는 신조어다. 특정 한국여성을 조롱하는 이 노래는 일회성 이슈에 그치지 않고 각종 포털게시판 실시간 검색어와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받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들리는 '김치녀'를 비하하는 반전 가사가 제대로 빛을 본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유독 신인급 가수들의 노이즈마케팅 의혹이 잇따랐다.
신인 7인조 여성그룹 7학년1반(백세희 강민주 신이랑 권소정 한빛나 유화 고은실)과 5인조 남자그룹 미스터미스터(진 태이 류 창재 도연)도 신곡 발매와 동시에 노이즈마케팅 의혹을 받았다.
7학년1반의 '빵셔틀' 논란, 미스터미스터의 '소녀시대 디스' 논란 등은 오히려 소속사 측이 밝힌 보도 자료를 통해 사건들이 공론화되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노이즈 마케팅 문제는 가요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예민한 사안을 주제로 다루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택해 비난을 자처하지만 사실 그만큼의 관심도 함께 쏟아진다. 여기에 선정성에 집착하는 황색 저널리즘까지 가세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걸 그룹의 진부한 노출 경쟁도 이러한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블랙, 스텔라 등이 파격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이슈몰이를 했다.
크레용팝도 지난해 고의 여부를 떠나 노이즈 마케팅의 재미를 봤다. 멤버들이 극우성향의 커뮤니티게시판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이 아니냐는 의혹을 비롯해, 무대 의상, 표절 논란 등은 지난해 히트곡 '빠빠빠' 열풍과 맞물려 관심과 인지도를 쌓는데 일조했다.
하루가 멀다하게 컴백 가수들이 쏟아지는 요즘,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금세 도태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신인일수록 갈급하다. 특히 주기가 빠른 음원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한 만큼 과열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논란이 커지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단기간 얻는 큰 관심은 잘 가꾸고 다루지 않으면 쉽게 사라질 수 있다. 가수의 이미지만 소모될 뿐,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은 오히려 이미지 훼손을 자초하는 행위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한 법이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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