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일기를 뒤져보는 것 같이 뿌듯합니다."
새로운 꿈을 찾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서른이 넘어 세션 기타리스트였던 본업을 버리고 가수로 전향한 빌리어코스티(31·본명 홍준섭)의 마음가짐도 그랬다.
22일 정규 1집 '소란했던 시절에'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홍대 인디음악계에 떠오르는 신예 싱어송라이터다.
유재하 가요제 금상, 파주 포크송 콘테스트 대상, ABU라디오송 페스티벌 대상, KBS영상음악 공모전 대상, CJ아지트 튠업 13기 우승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그의 잠재성을 말해준다.
지난해 10월 밴드 불독맨션이 소속된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한 첫 음반은 뛰어난 음악성만큼이나 남다른 완성도를 자랑한다. 10개의 자작곡으로만 꽉꽉 채워 넣은 앨범은 불독맨션 이한철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롤러코스터 조원선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를 둘러메고 허스키한 팝 보이스로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풋풋한 설렘이 느껴진다. 따스한 감성이 밀려오는 어느 날, 새 인생의 첫 발을 디디는 빌리어코스티를 만났다.
-정식 앨범을 내는 것은 처음인데, 소감은?
▶늦게 데뷔하는 만큼, 음악을 해온 긴 시간들이 1장의 앨범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지난 일기를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 곡을 직접 만들다보니 내 생각들이 많이 표현된 것 같다. 전반적으로 풋풋했던 시절부터 가슴 아팠던 과거의 얘기들을 표현하려 했다.
-음악을 한지는 꽤 오래됐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다들 그렇듯 어린 시절에는 록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고교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일렉트로닉 기타로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영상음악과에 진학해서 실용음악 전공을 하다 세션 쪽 일을 하게 됐다. 대학 동문인 옥상달빛 후배들의 1,2집에 참여했고, JYJ 변진섭 신승훈 밴드에서도 일했다. 문 패트롤이라는 록밴드로 홍대 인디음악계에서도 활동하다 내 음악에 대한 욕심이 생겨 솔로로 나오게 됐다.
-왜 갑자기 가수가 되고 싶었나.
▶음악을 해보니 3가지 분류가 있더라. 남의 음악, 밴드(우리) 음악, 내 음악으로 분류되더라. 그중에 내 음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래가 내 전공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연습하면서 해보니 내 음악을 할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션을 하면 돈이야 쉽게 벌수 있지만, 한창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남들 앞에서 내 음악을 한 번도 자랑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KBS 영상음악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면서 처음 내 음악으로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본 것 같다. 이후로 차차 하나씩 준비해나간 것 같다.
-지금 소속사와는 어떻게 만났나.
▶CJ아지트 튠업 결선 때 공연을 하던 중 객석에서 저를 촬영하는 대표님을 봤다. 불독맨션 이한철 씨인 줄 알았다.(웃음) 당시 기획사 대표님들 명함을 다 받았는데 나중에 미팅을 통해서 지금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제가 그렸던 목표점이랑 지향점이 회사와 같았던 것 같다. 제 음악을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실 것 같았다.
-이번 앨범 소개를 해 달라.
▶시기도 그렇고, 봄에 포커스를 맞춰 곡을 모아봤다.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로 구성했다. 가장 대중적이고 밝은 곡 위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될 것 같다.
-타이틀곡이 두 개다.
▶한 곡만 고르기 개인적으로 어려웠다. 좋은 곡들이 많이 있어서 한 곡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 언젠가는 노래'는 파주 포크 페스티벌 리허설 때 텅 빈 객석을 보며 '언젠가는 이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대기실에서 만든 노래다. '소란했던 시절에'는 앨범 타이틀 명과 같은데 제목대로 지난날의 서툴고, 잘 몰라서 조금 더 요란하고 소란했던 감정에 대해 노래했다. 그 시절 사랑했던 여인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다.
-타이틀곡 외에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10곡 다 좋은 곡이다. 1번 트랙 '봄날에 눈이 부신'은 처음 CD를 만들어서 플레이를 시켰을 때 설렘과 떨리는 감정들을 담았다. 마지막 트랙 '한참을 말없이'는 연인간의 마지막 이별 장면을 그림 그리듯이 표현해 놓은 곡이다. 피아노와 기타, 목소리만으로 담백하고 담담하게 구성했다.
-본인 이름으로 정식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게 처음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연주자의 입장보다 아무래도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 이번에 페스티벌도 나가고 여러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 부담도 되지만 무사히 잘 마쳤을 때의 성취감과 보람을 먼저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활동에 임하는 각오가 궁금하다.
▶막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이제 겨우 1집이 나온 것이지만, 나이가 어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좀 더 성숙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이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윤성열 기자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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