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대표 모던록 밴드 넬(NELL,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이 9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데뷔한 지도 이제 2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남다른 소회와 함께 넬은 묵묵하게 음악에 대한 굳은 열정 하나만으로 이번에도 팬들을 감동시킬 준비를 마쳤다.
넬은 지난 8월 31일 스타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정규 9집 '모멘츠 인 비트윈'(Moments in between) 컴백 활동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2001년 정규앨범 'Reflection Of'를 통해 데뷔한 넬은 '기억을 걷는 시간', '한계', '마음을 잃다', '섬', '그리고, 남겨진 것들', '지구가 태양을 네 번', '스테이'(Stay), '백야', '오분 뒤에 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매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넬은 2일 오후 6시 주요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모멘츠 인 비트윈'을 발매할 예정이다. '모멘츠 인 비트윈'에는 '위로'(危路)를 비롯해 '크래시'(Crash), '파랑 주의보',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 '유희', '돈트 허리 업'(Don't hurry up), '듀엣'(Duet), '말해줘요', '정야', '소버'(Sober)까지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앨범 타이틀 곡 '위로'(危路)는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안고 있는 위태로움을 표현한 노래. 몽환적인 보컬과 따뜻한 밴드 사운드 위로 쌓이는 스트링과 브라스, 타악기의 편곡이 인상적이다.
넬 멤버들은 '모멘츠 인 비트윈'에 하나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 이재경은 이 앨범을 "한 편의 영화 같은 앨범"이라고 비유했다.
"이전 앨범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모멘츠 인 비트윈'이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순서대로 시간의 흐름을 나열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새로운 시도이자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앨범 수록곡들을 1번부터 10번까지 앨범 순서대로 들으시면 곡들을 듣는 즐거움과 기쁨이 더 클 것 같습니다."(김종완)
멤버 이정훈은 "오랜만에 이렇게 새 앨범을 발매하게 돼 설레이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고 기대감도 큰 것 같다"라고 말했고, 김종완은 "타이틀 곡을 2곡으로 선정했다. 두 곡이 스타일이 다른데 이 곡들 모두 현 시점에서의 넬의 사운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곡 '유희'는 기존에 저희가 가지고 있던 사운드 추구하며 발전한 것의 연장선 상에 있는 곡이며 만족도가 높습니다. 저희가 프로그래밍과 리얼 악기 사운드의 밸런스와 조화를 맞추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유희'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장에서는 즐길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넘게 공연 못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2번째 타이틀 곡인 '위로'는 곡의 길이 6분 30초 정도로 길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타이틀과 거리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음악적 만족도도 역시 높습니다. 수록곡으로만 수록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고 현재로서 저희가 만족하며 추구하는 사운드의 방향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넬은 '위로' 뮤직비디오에 배우 이민기가 출연했다고 밝히며 시선을 모았다.
"예전에 '그리고 남겨진 것들'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주셔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앨범 작업을 하고 이 노래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할 때 욕심 많았었는데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대사가 없어서 출연 배우의 이미지와 눈빛이 중요한데 10년 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민기 씨는 정말 저희 음악에 잘 어울리는 눈빛을 가졌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제의했고 이민기 씨가 본인 촬영이 바쁜데도 너무도 쿨하게, 너무 흔쾌히 본인의 스케줄 조절까지 하면서 출연을 해주셨습니다. 뮤직비디오 역시 정말 만족스럽게 나왔습니다."
멤버 이재경은 "2년 가까이 준비한 앨범이라 작업 시간이 길었고 곡을 작업하면 버전이 여러 개가 나오게 되는데 이번 작업 때는 그 버전의 갯수가 많았던 것 같다. 어떤 곡은 완성되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렸을 정도였고 힘들기도 했지만 결과물이 잘 나와서 뿌듯하다. 정말 빡시게 작업한 앨범"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제목 '위로'에 덧붙여진 한자(危路)에 대한 질문도 더해졌다.
"그대로 해석하면 위험한 길이라는 의미를 가졌죠. 곡 내용 자체가 아름다운 대상에 푹 빠진 누군가에 대한 곡인데 그 안에서도 불안함 느끼는 무엇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물론 이 상황이 적절한 시기에 아름다운 결말로 갈수도 있지만 그 화자가 느끼는 불안함과 막연한 두려움을 표현하려고 했고요.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와 위험한 길을 같이 걷고 있다는 걸 '위로'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올해로 데뷔한 지도 딱 20년이 지난 넬에게 팀워크와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져봤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이 넬에게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이었다. 멤버들은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건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시국이 아니어도 저희는 항상 스튜디오 작업실에 있었고요. 물론 이 시국의 영향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거나 여행도 갔다 오거나 오프라인 공연 이후 리프레시를 받을 수 있는 그러한 긍정적인 해소가 없어져서 쌓인 스트레스를 갖고 작업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음원 시장 및 유통 시스템의 변화를 맞이하는 가운데서도 넬은 "우리가 하는 것만 잘 하자"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이렇게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자평했다.
"멤버들끼리도 얘기한 게 소비가 짧아지는 음악에도 오는 기쁨이 있지만 그 이외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는 감동을 주는 것에 있어서 우리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이재경)
"(감사하게도) 팬들이 저희 음악을 아껴주셔서 큰 탈 없이 음악 해오고 있는 것인데요. 시대가 변하는 데 우리도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만약 거기에 따라갔다면 (우리 음악의) 중심이 흔들렸을 거예요. 그렇다고 저희가 그런 것들에 빨리 대응할 사람들도 아니고요. 묵묵히 우리가 하는 거 하자고 얘기했어요."(김종완)
마지막으로 20년 동안 롱런하면서 겪었던 위기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갔다.
"저희는 멤버들이 안좋은 상황에 있거나 집중이 안 되거나 할때 가감없이 이야기도 하는 편이에요. 서로가 오랜 친구이기에 팀 활동도 오래 할 수 있는 거고요. 음악할 때는 프로페셔널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하죠. 그리고요. 사실 종완이가 곡이 참 좋아요. 밴드든 일반 뮤지션이든 음악이 안 좋으면 냉정하게 팀이 오래 못가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희만의 자부심이 있죠."(이재경)
"누구든 부족함이 드러나면 가감없이 이야기해요. 그걸 놔두면 발전이 없이 (팀에) 약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가야 해서 그렇게 말하는 거죠."(이정훈)
"위기는 주기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올해하고 작년에 저희가 경제 활동이 전혀 없었잖아요. 저희야 이게 오래되서 웃으면서 말하지만 일반 직장인이라고 치면 굉장히 힘든 상황이 있었을 것이고 멤버들 각자 다른 입장에서 힘듦의 크기나 방식도 다른데 결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위로도 서로 하고 희망적 이야기도 하기도 하는데요. 결국 냉정하게 우리가 뭐하는 사람들인가로 결론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이걸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그만두자고도 했고 더 큰 목표가 있고 음악이 중요해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면 현실적 어려움 역시 이거보다 못하게 할 수 없다고, 핑계가 안된다고,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모든 걸 감수하고 열심히 하는 거라고. 그래서 위기 극복도 되는 것 같아요."(김종완)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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