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조합에 K팝 판이 제대로 흔들렸다.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가 드디어 베일을 벗은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분명 데뷔 전에는 혼성 그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로 '불호'를 외치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극호'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데이 프로젝트(애니,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는 6월 23일 정식 데뷔한 더블랙레이블 소속 5인조 혼성 그룹으로 빅뱅과 블랙핑크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업한 테디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2002년생 애니와 타잔을 시작으로 2004년생 베일리, 2005년생 우찬과 영서로 구성됐다.
사실 2017년 카드(KARD)가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K팝 시장에서는 혼성 그룹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에도 몇몇 소속사에서 혼성 그룹을 론칭하긴 했으나 큰 인기를 얻지 못해 해체하기도 했고, 이성 멤버로 구성되는 만큼 군 입대 문제와 멤버별 팬덤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어 혼성 그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또한 아이돌 그룹의 주요 마케팅 수단인 유사 연애가 제한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올데이 프로젝트를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1990년대 국내 가요계를 사로잡았던 거북이, 샵, 룰라, 쿨, 스페이스A, 영턱스클럽, 코요태 등의 전성기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요 관계자 A씨는 올데이 프로젝트의 성공 이유로 테디의 프로듀싱을 손꼽았다. A씨는 "혼성 그룹이라고 하면 올드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 부분을 테디의 세련된 음악으로 다 상쇄했다. 다 떠나서 일단 노래가 좋다. 남녀 멤버가 같이 있어도 이성적인 텐션보다는 팀의 시너지가 더 돋보이는 것도 테디의 역량이다"라고 바라봤다.
또한 A씨는 '신세계 회장 딸'이라는 애니의 배경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집안 배경 자체가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되지 않았나. 특히 '재벌가'라는 고급진 느낌 때문에 혼성 그룹의 올드한 이미지를 벗기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말했다. 애니는 신세계 정유경 회장의 장녀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는 휴학 중이다.
올데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시작으로 K팝 시장 내 혼성 그룹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A씨는 "올데이 프로젝트가 혼성 그룹 부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제작자 입장에서는 혼성 그룹 론칭까지 열어놓고 기획할 수 있으니 가요계의 다양성 확장도 기대해 봄직하다"면서도 "다만 이 그룹이 성공했다고 해서 아류 혼성 그룹의 성공을 무조건 점칠 수는 없다. 올데이 프로젝트가 성공한 건 멤버들의 완벽한 조합과 프로듀싱, 콘셉츄얼한 기획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다수의 아이돌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한 소속사 관계자 B씨도 올데이 프로젝트를 극찬했다. "솔직히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는 B씨는 "예상보다 반응이 더 좋아서 연예계 관계자들도 놀랐다. 더블랙레이블도 이 정도로 잘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을 것 같다. 요즘 신인 아이돌은 코어 팬덤 화력으로 라이징되곤 하는데 올데이 프로젝트는 대중까지 사로잡아 유일무이한 케이스다"라고 이야기했다.
B씨 역시 테디의 음악성과 콘텐츠 기획력을 높이 샀다. "더블랙레이블의 첫 혼성 그룹인 만큼 노래와 뮤직비디오 퀄리티가 힙함과 고급스러움을 다 갖춰 모두를 선망하게 만들고 있다. 노래도 트렌디하고 퍼포먼스도 자유로우면서도 절도있어 무대를 찾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면서 "음악 못지않게 자체 콘텐츠 기획도 뛰어나다. 기존의 YG엔터테인먼트와 더블랙레이블 측은 자체 콘텐츠가 별로 없기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올데이 프로젝트는 멤버별 다양한 콘셉트로 이른바 '떡밥'을 쉴 새 없이 던지고 있다. 대중과 코어 팬덤을 동시에 노리는 마케팅 플랜도 타 팀과 차별력이 있다"라고 전했다.
"멤버 구성도 어벤져스 급"이라는 게 B씨의 말이다. 그는 "'신세계 재벌 3세' 애니로 처음엔 화제를 모았지만, 다른 멤버들 역량도 출중하다. 타잔, 영서, 우찬, 베일리 모두 각자의 전문 분야, 위치에서 네임드 활동을 펼쳤던 인물이라 개개인 실력과 캐릭터, 끼들이 엄청나다. 보통 아이돌 그룹은 푸시를 많이 받는 메인 멤버가 티가 나는데, 올데이 프로젝트는 누가 메인 멤버인지 꼽기 어려울 정도로 골고루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영서는 걸 그룹 아일릿 데뷔조였고, 우찬은 '쇼미더머니' 최연소 참가자 출신으로 빅히트 뮤직의 차기 데뷔조 연습생이었다. 타잔은 무용계와 모델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수재이며, 베일리 또한 글로벌 인기 안무가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안무를 도맡아 작업하고 있다.
B씨는 올데이 프로젝트가 흥행했다고 넥스트 혼성 그룹 역시 잘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혼성 그룹이어서 잘 된 게 아닌, 차별화 전략이 통했다는 것. B씨는 "물론 오랜만의 첫 혼성 그룹이라 신선한 눈도장을 찍은 것은 맞지만, 성별 간에서 오는 매력보다 팀이 보여주는 조화의 매력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룹명처럼 프로젝트성 그룹으로 비춰져 올데이 프로젝트 자체가 얼마나 오래 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올데이 프로젝트만큼의 인기를 얻는 혼성 그룹이 나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인기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 C씨도 올데이 프로젝트의 성공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다가와 놀란 눈치다. C씨는 "선례가 없던 국내 유명 재벌 3세의 연예계 데뷔라는 엄청난 화제성에 대비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초반 인지도나 곡 퀄리티, 비주얼, 마케팅 면에서 두루두루 훌륭한 밸런스를 보이며 성공 궤도에 잘 안착했다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C씨는 "K팝 팬들 사이에서는 혼성 그룹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었는데 그 점을 올데이 프로젝트가 영리하게 채웠다고 생각한다. 향후 새로운 혼성 그룹 탄생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혼성 그룹의 전망을 내다봤다.
현재 올데이 프로젝트에게는 데뷔 싱글 속 더블 타이틀곡 '페이머스(FAMOUS)'와 '위키드(WICKED)' 뿐이다. 이들이 성공 신화를 계속 이어가려면 다음 앨범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멤버들 본인은 물론, 테디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거다. 올데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더 신선한 음악과 콘셉트로 혼성 그룹의 부활을 견고히 다질지,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로 끝맺음을 할지 전 세계 K팝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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