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희망하는 우리나라 미래상에 대해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31.9%)'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28.2%)'를 앞질렀다. 자신의 가정 경제 수준을 '중산층 이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60.5%로 2022년 42.4% 대비 18.1%포인트(p)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주)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남녀 61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1996년 처음 시작했으며 2013년부터는 3년마다 실시해 올해로 9번째를 맞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청소년을 조사대상에 포함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도 실시해 더욱 다양한 구성원의 인식 및 시사점을 도출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보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 더 희망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국민이 가장 희망하는 미래 우리나라의 모습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를 선택한 것이다. 그간 우리 국민은 1996년 조사 이래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를 1위로 꼽아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민주주의 성숙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최근 민주주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성숙한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 느낀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46.9%는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높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낮다(21.8%)'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국민 60.5% 가정 경제 수준 '중산층 이상' 인식
우리 국민 43.7%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응답했고 '중산층보다 높다'는 응답도 16.8%로 조사돼 국민 60.5%는 '중산층 이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대비 18.1%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다만 2022년 대비 우리 국민이 느끼는 전반적 '행복도(65.0%→51.9%)'와 '삶의 만족도(63.1%→52.9%)'에 대한 인식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보와 보수' 갈등 가장 커, '수도권과 지방'-'남녀' 갈등 심해져
집단 간 갈등에 대한 질문에서 우리 국민 82.7%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기업가와 근로자'(77.7%→75.1%→76.3%), '부유층과 서민층'(78.9%→76.6%→74%) 갈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과 지방' 간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은 69%로 2022년 57.4% 대비 11.6%포인트 높아졌고 '남성과 여성' 간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도 61.1%로 2022년 50.4% 대비 10.7%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비율도 2025년 67.8%로 2022년 64.8% 대비 3%포인트 높아졌다.
최우선 해결 과제, 빈부격차-일자리 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빈부격차(23.2%), 일자리(22.9%), 부동산·주택 문제(13.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빈부격차' 문제는 2022년 조사에서 20%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3.2%로 높아져 2022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일자리 문제'(29%)를 앞섰다.
국민 절반 이상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우리 국민의 55.2%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3.3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로는 '개인 비서 역할(50.5%)'과 '텍스트 생성(35.5%)'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44.8%) 중 51.7%가 '활용 방법을 잘 몰라서'라고 응답한 점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제공을 넘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해 '일자리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64.3%)'가 뚜렷한 가운데 동시에 인공지능이 가져올 '업무 효율' 등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나눔 필요성에 대한 기대(51.8%)'도 있어,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자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격', '재산', '가정환경' 순
우리 국민은 배우자 선택 시 '성격(69.3%)'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재산'(11.2%), '가정환경'(6.9%)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직업(장래성)'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2022년 13.7%에서 2025년 5.8%로 7.9%포인트 하락, 사회적 지위 등 외적 조건에 대한 중요도가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 74% '정년 연장'에 긍정적 인식
우리 국민의 50.9%는 '정년퇴직 시기를 현재보다 연장'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정년퇴직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3.1%로 나타나 국민 74%가 정년 연장에 긍정적이었다. 반면 '정년퇴직 시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022년 46.8%에서 2025년 15.7%로 31.1%포인트 크게 낮아졌다.
다문화 관련 '노동력 확보' 등에 긍정적 인식
국민의 66%는 다문화가 '노동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라고 평가했으며 61.3%는 '사회적 포용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라고 응답했다. 국민의 56.5%는 다문화가 '국가 결속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라고 평가했고 58.2%는 '단일민족 혈통에 대한 자긍심이 낮아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 우선시, 노력에 따른 성과 차이 중시
우리 국민은 ▶'사회적 질서보다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돼야 한다(32.1%)'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48.5%)'라고 인식해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자율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력하는 만큼 소득에 차이가 더 나야 한다(61.8%)'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킨다(48.9%)' ▶'뛰어난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환경이 있어야 한다(42.2%)'라고 응답해 개인의 노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취미활동 시간 등 전반적 생활에 긍정적 인식
이번 조사에서 처음 실시한 청소년의 전반적 생활 인식에서 청소년 66.3%는 '좋아하는 취미나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65.6%는 '가족은 내가 힘들 때 도와주는 존재라고 느낀다'고 응답하는 등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대해 희망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에 대해서도 긍정이 부정보다 높지만 45.5%로 상대적으로 긍정 인식율이 낮았다.
한국 거주 외국인 절반 이상 한국 생활에 '행복'하고 삶에 '만족'
또한 이번에 국내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처음 조사한 한국 생활에 대한 행복도 및 만족도에서는 외국인 55.9%가 전반적으로 '행복'하다고 응답하고 56.1%는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비교해 보면 행복도 및 만족도 모두 국내 거주 외국인이 한국인 행복도(51.9%) 및 만족도(52.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외국인은 43.7%로 나타났으며 차별받은 이유로는 '출신국'이 52.9%로 가장 높았다. 차별 경험 시 '개선을 요구한 경험이 있다'라는 응답은 22%에 불과했고 개선 요구 경험이 없는 비율(78%)은 매우 높았는데 개선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요구해도 변하는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42.2%)라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는 정부 정책 수립의 중요한 참고 자료이다. 2026년부터는 매년 조사해 데이터에 기반한 정부정책 추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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