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피아-야구승부조작-농구 폭력', 문체부 스포츠공정위는 뭘했나?

발행:
김우종 기자
[기자수첩]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임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 후 월드컵 실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임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 후 월드컵 실패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삼류 행정 축구협회, 승부조작 논란 야구, 폭력 사태 농구'


브라질 월드컵의 참패.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축구의 최상위 기관이라는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분노다. 축구협회는 당초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홍명보 감독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책임 회피로 느꼈다.


결국 엄청난 폭풍이 뒤늦게 일고서야 이들이 사퇴했다. 그 사이 한때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여론에 의해 난도질을 당했다. 차기 감독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일본이 대회를 마치고 아기레 감독을 곧바로 선임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행보였다. 당초 홍명보 감독을 그냥 밀고가려 했던 축구협회는 결국 '플랜B'도 마련하지 않은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 됐다.


급기야 축구계 원로인 김호(70)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축구협회를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김호 전 감독은 홍 감독과 허 부회장의 사퇴에 대해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꼬리 몇 cm 자른 것밖에 안 된다. 몸통은 축피아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라는 데는 지금 30년 가깝게 내가 그분들 만났다. 프로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 갔을 때 그(똑같은) 분이 계속 돌면서 있다. 모든 이런 행정을 잘못해서 한국 축구의 풀뿌리를 다 망가뜨려놓은 사람들이다"라면서 "제가 축구를 50년 했는데 축구협회에 가본 적이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다. 협회가 지도자나 선수가 좋으면 지원을 해야지 군림을 해서는 안 된다. (협회) 사람을 다 바꿔서 새로운 틀을 짜지 않고는 (앞으로도 계속) 힘들 거다. 지도자를 바꾸는 게 아니고 지금의 행정 하는 분들이 스스로 들고 나와야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 모습. /사진=OSEN


야구판에서는 승부 조작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마지막 경기. 포철고-제주고전. 포철고가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승부 조작 의혹이 일고 있다. 최소 실점 짜맞추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경기에 하루 앞서 경쟁 팀인 대구고(3승2패,28득점 15실점)와 제주고(1승4패,9득점 33실점)가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후 포철고가 1-0으로 승리, 포철고는 3승2패(13실점), 제주고는 1승4패(32실점)로 리그를 마쳤다.


그리고 주말리그 경기규정에 따라 마지막에 경기를 치른 포철고, 제주고가 청룡기 동반 진출을 확정했다. 포철고가 청룡기에 진출하려면 1점 이하의 실점만 기록한 뒤 이겨야 했다. 또 제주고는 1점 이하의 실점만 기록하며 패해야 했다. 절묘하게도 경기 결과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켰다. 더욱이 해당 경기는 1시간 26분(9이닝)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승부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경기 후 협회 홈페이지와 유선상으로 항의와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다. 협회는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정재근 감독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결승전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기에서 경기종료 2분을 남기고 심판판정에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농구판에서는 사상 초유의 심판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주인공은 정재근 연세대 감독. 정 감독은 지난 1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고려대와 결승전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은 채 황인태 심판에 폭언을 한 뒤 머리로 들이 받았다. 엄연한 불법 폭력 행위였다. 결국 다음날 오전 정재근 감독이 속한 연세대 체육위원회는 정 감독의 직무 정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오후 정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연 뒤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제 정 감독은 대한농구협회의 심판만 기다릴 일만 남았다. 대한농구협회는 오는 15일 정 감독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농구계 영구 제명'이라는 중징계가 나올수도 있을것으로 보인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왼쪽 세번째)이 지난 5월 범정부 스포츠혁신 특별전담팀(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체육계가 연일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감시하고 막아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이하 문체부)는 지난 2월 야심차게 큰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한국 체육계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추진을 제도화한다'며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구성, 출범회의를 가진 것이다. 이 위원회는 김종 문체부 2차관을 위원장으로 총 11인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지금 무슨 일을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다.


당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스포츠 4대 악 신고센터(1899-7675)'를 통한 제보 사례를 비롯해, 스포츠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례를 관리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공정성 관리 총괄 기구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부르짖었다. 여기서 스포츠 4대 악이란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선수 (성)폭력, 체육계 학교 입시비리, 체육 단체 등의 조직 사유화 등을 말한다. 이들은 "4대 악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만천하에 선포했다. 그런데 모두 다 헛된 구호였다. 조직 사유화, 승부조작, 폭력. 4대 악 중 무려 '3(三)대 악'이 불과 며칠 사이에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체부,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여전히 현 체육계 상황에 대해 아무 입장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문체부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김종 문제부 2차관은 "자연스럽게 여겨 온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정상화시켜 스포츠의 가치와 진정성을 회복하겠다. 스포츠를 통해 국민 행복을 실현하는 게 정부의 강한 의지다"고 밝혔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은 과연 스포츠로 인해 얼마나 행복해졌나. 아니, 도리어 스포츠로 인해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국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이제는 누가 달래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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