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16일 잠실구장.
삼성과 LG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전반기 마지막 날 경기가 펼쳐졌다. 수요일 평일 경기였음에도 사실상 전반기 1강(强) 체제를 구축한 선두 삼성과 하위권에 있던 LG 전은 팀 순위와 상관없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LG가 개막 직후인 4월23일 김기태 감독이 느닷없이 자진사퇴하고 팀을 떠난 뒤 우여곡절 끝에 양상문 감독을 영입해 팀을 추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팬들이 내야를 가득 메우며 외견상 2만에 가까운 관중이 구장을 찾았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해 LG를 페넌트레이스 2위로 이끌며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그런데 바로 다음 시즌 페넌트레이스 초반에 최하위로 추락하자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기태 감독이 그만 둔 시점이 삼성과의 대구 원정 중이었다.
다음 날부터 올스타전 휴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삼성은 윤성환을 선발로 내세우고 에이스급 선발 요원 배영수까지 불펜 대기를 시켰다. LG도 류제국을 선발 등판시키면서 전반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총력전을 준비했다.
경기 전 LG 양상문 감독은 감독실이 아닌 코치실에서 여러 코치들과 함께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원정팀 감독실에서 구단 프런트와 함께 전반기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눴다. 삼성은 1위를 하고 있지만 2위와 5경기 정도 차 밖에 나지 않으니 후반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으나 의외로 LG가 1회 말 3점을 선취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삼성은 3회초 2점을 뽑아 한 점 차로 따라붙었는데 LG는 4회 1점을 추가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LG가 4-2로 앞선 6회말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LG는 2점을 추가해 6-2로 점수차를 더 벌린 뒤 2사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그리고 4번 타자인 용병 스나이더 타석이 됐다. 스나이더는 1회 결승 2루타를 기록하는 등 타격 감이 좋아 4번 타자로서 쐐기타를 터뜨릴 것인가 기대를 모았다. 3루 주자는 대주자로 기용된 박경수였다.
6-2로 LG가 앞선 상황에서 2사 만루, 타석에는 팀의 4번 타자 스나이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볼카운트가 초구 볼, 2구 헛스윙, 3구 파울, 4구 볼로 투볼-투스트라이크가 됐다.
삼성 투수는 좌완 차우찬이었다. 왼손 투수여서 3루 주자의 움직임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 때 느닷없이 3루주자 박경수가 홈으로 파고 들었다. 홈에서 접전을 펼쳤는데 세이프가 선언됐다. 사실상 홈 스틸을 성공시킨 것이다. 물론 이 때 1, 2루 주자가 같이 도루해 단독 홈스틸이 아닌 삼중도루로 공식 기록됐으나 내용적으로는 단독 홈 스틸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글쓴이는 오랜 기간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를 보았지만 박경수의 홈스틸이 이뤄지는 순간 ‘이게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관전한 분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결정적인 순간에 1점이 반드시 필요해 승부를 건 모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4점차로 앞선 6회, 더욱이 타자가 4번 타자인데 3루 주자가 투아웃일 때, 홈 스틸을 하는 야구는 ‘프로 수준’에서는 보기가 어렵고 ‘그린 라이트’ 상황에서 개인 판단이라면 어쩔 수 없다지만 한편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기습적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는 측면에서 접근해도 6회말 6-2로 4점차 리드를 잡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LG 양상문 감독의 역발상적 작전이었을까? 경기 후 주루코치와 박경수가 호흡을 맞춘 시도로 알려졌다.
2014 프로야구는 용병 숫자를 늘이면서 외국인 타자들이 한국프로야구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 4번 타자인 자신이 타석에 있고 2사 만루였는데 3루 주자가 홈 스틸을 하는 상황을 LG 용병 스나이더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궁금하다. 한국프로야구를 드디어 이해하게 됐을까? 이날 삼성-LG전은 9-2, LG의 큰 점수차 승리로 끝났다. 점수를 많이 낸 LG 팬들은 재미있었을 수 있지만 6회 도루로 7-2가 된 이후 경기의 긴장감은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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