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4일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은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종합 2위를 사수하며 5개 대회 연속 2위 수성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더불어 유독 많은 명장면이 많이 배출된 대회이기도 했다.
◆ 드디어 만리장성 넘은 남자 배드민턴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쾌거를 이뤄냈다. 세계최강 중국을 넘고 금메달을 따냈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9월 23일 열린 남자 단체전에서 약 5시간 20분의 혈투 끝에 중국을 3-2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배드민턴 세계 최강국이다. 한국의 열세가 예상되는 대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은 한국의 승리였다. 주인공은 '맏형' 이현일(34, MG새마을금고)이었다.
양 팀이 매치 스코어 2-2로 팽팽히 맞선 5경기.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경기를 맡아줄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베테랑 이현일을 복귀시켰다. 그리고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이현일은 가오후안을 세트스코어 2-0으로 잡고 한국에 극적인 금메달을 안겼다. 베테랑의 존재가치를 온몸으로 증명함과 동시에 팀에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 '운명의 한 발' 오진혁, 극적인 금메달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오진혁(33, 현대제철)이 드라마를 썼다. 오진혁은 9월 28일 열린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용즈웨이에 세트 포인트 6-4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오진혁은 이날 1~2세트를 내준 뒤, 3~4세트를 가져왔고, 마지막 5세트에 접어들었다. 오진혁은 5세트 첫 2발에서 19점(10점-9점)을 쐈다. 용즈웨이는 18점(9점-9점)을 기록했다. 운명의 마지막 발. 여기서 오진혁은 8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5세트 합계 27점. 용즈웨이가 9점만 쏴도 금메달을 가져가는 상황. 하지만 용즈웨이가 똑같은 8점을 쏘면서 오진혁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오진혁은 8점을 쏜 뒤 체념한 듯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용즈웨이가 8점을 쏘자 겸연쩍은 듯 미소를 띠면서 기쁨을 누렸다. 단체전 동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극적인 금메달이었다.
◆ 남자축구, 마지막 1분.. 임창우의 통렬한 '금빛 결승골'
남자 축구 대표팀이 무려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2일 열린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1분전인 연장 후반 15분 터진 임창우(22, 대전 시티즌)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양 팀은 120분간 0-0으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연장 후반 15분.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은 코너킥 후 북한 골문 앞에서 북한 선수가 손으로 쳐낸 공을 임창우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페널티킥이 나올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임창우의 골이 완성됐다.
임창우는 이번 축구 대표팀에서 유일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소속 선수였다. 하지만 소속팀과 자신의 기량은 별개였다. 임창우는 대회 내내 주전으로 뛰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과감한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크로스는 국가대표에 승선해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번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임창우를 비롯한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금메달을 차지, 그 동안의 비판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 육상 남자 1600m 계주.. '포기는 없다!'
스포츠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절대적인 명제가 있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가 그것이다. 한국 육상 대표팀이 이 명제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박세정(30, 안양시청)-박봉고(23, 구미시청)-성혁제(24, 성결대)-여호수아(27, 인천시청)로 구성된 한국 남자 계주 대표팀은 2일 열린 남자 1600m 계주 결선에서 3분04초03의 한국 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은메달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단순한 2위가 아니었다. 투혼으로 만들어낸 은메달이었다. 주인공은 여호수아였다. 한국의 4주자로 나선 여호수아는 2위를 달리던 사우디아라비아 선수와의 격차를 차츰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승선은 가까워왔고, 그대로 3위로 들어오는 듯 했다.
그래도 여호수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사우디 선수가 방심한 듯 속도를 줄였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여호수아가 몸을 날려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한국의 2위였다. 1/100초까지 같은 숫자가 찍혔지만, 한국이 조금 더 빨랐다. 여호수아의 투혼이 만들어낸 은메달이었다.
◆ 남자농구, '팀'의 승리.. 이란 넘고 12년 만에 금메달!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역사를 썼다. '아시아 최강팀' 이란을 맞아 피 말리는 접전을 펼친 끝에 종료 1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 79-77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이 걸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이후 또 한 번 드라마를 쓰며 12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최고의 센터' 하메드 하디디(29)와 '아시아 최고의 포워드' 니카 바라미(29)가 버티는 이란은 한국이 상대하기 분명 버거운 팀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팀'으로 맞붙었다. 김종규(23, LG)-오세근(27, 상무)-이종현(20, 고려대)-김주성(35, 동부)까지 한국의 빅맨진은 하디디에 적극적으로 달라붙었고, 육탄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김종규는 하디디를 앞에 두고 과감한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공수에서 하디디와 대등하게 맞섰다. 게다가 경기 막판 귀중한 골밑 득점과 추가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며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고, 동시에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