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벤자민 주키치(前 LG)의 별명은 '주님(주키치+하느님)'이었다. LG 트윈스 팬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역대최강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한 2011년은 LG에게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LG는 8일 헨리 소사(29) 영입을 공식 발표하면서 외국인투수 계약을 마쳤다. 지난달 25일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루카스 하렐(29)과 계약한 바 있다. 2015년 잠실 마운드를 누빌 소사와 하렐 듀오는 각각 강속구와 기교파로, 2011년 LG 선발진을 이끌었던 리즈, 주키치 조합과 닮았다.
2011년은 LG에게 강렬하면서도 아팠던 시즌이었다. 새로 데려온 외국인투수 리즈와 주키치가 모두 시작부터 연착륙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당시만 해도 LG 부동의 에이스였던 봉중근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커다란 공백이 예상됐지만 외국인듀오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LG는 이에 힘입어 전반기 한 때 30승에 선착하는 등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리즈는 공식 구속 162km/h를 찍어 KBO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좌완 주키치는 특유의 크로스스텝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우타자 몸 쪽을 파고드는 커터는 알고도 치지 못했다. 둘은 각각 11승 13패, 10승 8패를 기록하며 LG 외국인투수 역사상 최초로 동반 10승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LG는 마무리투수 부재로 시즌이 흐를수록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는 선발투수들이 돌아가며 마무리 '알바'를 뛰었을 정도였다. 2위였던 순위는 갈수록 떨어졌고 급기야 뒷문 보강을 위해 넥센과 박병호-송신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박병호는 홈런왕이 됐고 LG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2년부터는 또 엇박자가 났다. 전반기에 주키치가 잘하자 리즈가 부진했고 후반기에 리즈가 살아나니 주키치가 부진했다. 2013년에는 주키치가 아예 제 몫을 못해 퇴출됐고 2014년에는 리즈가 부상으로 시즌 시작 전에 교체됐다.
그리고 2015시즌을 앞둔 지금, LG는 오랜만에 일찌감치 외국인투수 전력을 재정비했다. 소사는 리즈와 닮았다. 제구력이 불안정한 파이어볼러다. 리즈는 한국에서 3시즌을 보내며 제구력이 잡혔다. 소사 역시 투수전문가인 양상문 LG 감독이나 차명석 코치의 조련을 받으면 리즈만큼 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하렐은 주키치와 다른 우완이지만 역시 기교파다. 140km/h 중반의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구사한다. 역대 사례로 봤을 때 제구력 위주의 투수가 한국 무대에 빨리 적응했던 점을 감안하면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LG 불펜은 리그 정상급이다. 8회부터 시작하던 2011년의 그 마운드가 아니다. 외국인 듀오를 받쳐줄 토종 선발진도 두텁다. 류제국과 우규민에 임정우 임지섭, 장진용 등 자원이 풍부하다. 2011년에는 외국인 2명의 활약을 바라만 봐야 했지만 이제는 외국인선수가 부진해도 어느 정도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마운드가 완성됐다. 소사와 하렐이 리즈와 주키치만큼만 해준다면 2011년의 아픔은 그저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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