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메츠의 영건들에 몰리고 머피에 찔린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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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1차전 승리의 주인공 맷 하비. /AFPBBNews=뉴스1
1차전 승리의 주인공 맷 하비. /AFPBBNews=뉴스1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시속 98마일(158km)짜리 불같은 강속구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스치듯 들어온다면 알고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눈부신 영 슬러거들을 라인업 전체에 수북하게 깔아놓고 1908년 이후 무려 107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 등극을 노리던 시카고 컵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첫 두 경기에서 뉴욕 메츠의 슈퍼 영건 ‘파이어볼러’들에게 완벽하게 눌리며 일찌감치 궁지에 몰렸다.


뉴욕 시티필드에서 벌어진 NLCS 첫 두 경기에서 메츠의 선발로 나선 맷 하비와 노아 신더가드에 철저히 압도당한 컵스는 설상가상으로 2차전에서 철석같이 믿었던 슈퍼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를 내세우고도 패하면서 타격이 두 배가 됐다. 이제 메츠가 안방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선 벌어지는 홈 3게임에서 최소한 2승을 올려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피칭 매치업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였기 때문이다. 메츠는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시리즈 3~5차전에서 슈퍼 영건 선발트리오 가운데서 에이스로 꼽히는 제이콥 데그롬이 3차전, 1차전 승리투수인 하비가 5차전에 등판을 준비하고 있고 유일한 좌완선발인 ‘비밀병기’ 스티븐 매츠가 그 중간경기인 4차전에 나설 예정이다.


LA 다저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최강 ‘에이스 원페어’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꺽은 ‘사이영상 수상자 사냥꾼’인 데그롬은 20일(현지시간) 시리즈 3차전에서 컵스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인 데그롬은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동안 삼진을 13개나 뽑아내는 5이닝 무실점 역투로 커쇼를 꺾었고 시리즈 최종 5차전에선 1회말에 4안타로 2점을 내주는 불안한 출발에도 불구, 6회까지 추가실점없이 버텨내는 저력을 보이며 그레인키를 꺾었다. 그가 3차전에서도 이런 투구를 보여준다면 컵스의 한때 희망찼던 전망은 인공호흡기를 달게 된다.


메츠에게 또 다른 호재는 만에 하나 시리즈가 최종 7차전까지 간다면 데그롬이 정상적인 나흘 휴식 후 최종전 마운드에 오르는 스케줄에 있다는 사실이다. 메츠로선 더 이상 바라기 어려운 완벽한 선발오더가 짜여져 있는 셈이다. 물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데그롬이 컵스와의 7차전 대신 월드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서는 것이지만 메츠는 아직 거기까진 생각지 않고 NLCS에 전념하고 있다.


한편 컵스는 뉴욕 원정 2연전에서 믿었던 선발 원투펀치인 레스터와 아리에타를 내세우고 연패를 당한 타격이 너무 크다. 일단 카일 헨드릭스와 제이슨 해멀이 3, 4차전을 맡고 5차전에 존 레스터가 다시 등판하지만 이젠 피칭 매치업에서 유리하다고 할 만한 경기가 하나도 없다.


만에 하나 3차전에서도 패해 0승3패라는 일찌감치 벼랑 끝에 몰린다면 레스터와 아리에타를 모두 사흘만 쉬게 하고 4, 5차전에 내보내는 극단적인 방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물론 그런 도박을 한다고 해도 피칭 매치업이 유리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컵스 대 메츠의 NLCS는 앞선 디비전 시리즈에서 무시무시한 홈런 폭죽쇼를 펼쳤던 컵스의 영 슬러거들과 눈부신 삼진쇼로 다저스의 초특급 원투펀치를 압도한 메츠의 슈퍼 영건들의 맞대결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메츠의 마운드가 컵스의 강타선을 압도하는 일방통행 양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메츠의 1차전 선발 하비는 8회 2사까지 삼진 9개를 솎아내며 컵스 타선을 5안타 2실점으로 묶었고 이어 2차전에선 신더가드가 6회 2사까지 삼진 9개를 곁들여 컵스 타선을 5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더구나 이들이 마운드를 내려가도 메츠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첫 두 경기에서 메츠 불펜은 3.2이닝동안 단타 3개만 내줬을 뿐이다.


반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홈런 폭죽쇼를 선보였던 컵스의 영 슬러거 타선은 아직까지 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던 이들이 갑자기 침묵을 지키는 것은 이들이 못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메츠 피칭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속 97~98마일 대를 넘나드는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메츠의 영건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디비전 시리즈부터 단지 빠르게 던지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공들이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치며 들어오는 놀라운 제구력을 보여주고 있다. 구위 자체가 위력적인 투수들이 이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까지 보인다면 사실상 공략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물론 뛰어난 젊은 투수들의 약점은 언제라도 흔들릴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위력적인 구위를 갖고 있어도 제구력이 흔들리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렇기에 컵스는 아직 희망을 버릴 수 없다. 메츠의 영건들이 크리스 브라이언트, 앤소니 리조, 카일 슈와버, 호헤 솔레어, 하비에르 바예스, 덱스터 파울러 등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젊은 슬러거들을 끝까지 틀어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아직 이르다.


메츠의 독침 다니엘 머피. /AFPBBNews=뉴스1


문제는 이들이 터질 때까지 과연 컵스의 마운드가 버텨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레스터와 아리에타가 나선 경기에서 연패했으니 이젠 더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다. 특히 ‘미스터 옥토버’로 떠오르고 있는 메츠의 3번타자 2루수 대니얼 머피를 도대체 어떻게 막아야 할지가 문제다.


머피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현재 4게임 연속 홈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상대투수들의 면면이 어마어마하다. 머피는 다저스와 디비전 시리즈 4, 5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에게 홈런을 뽑아낸 뒤 컵스의 레스터와 아리에타를 상대로도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들을 제물삼아 홈런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마지막 3개의 홈런은 메츠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영양가 만점짜리였고 또 하나는 커쇼에게 유일한 실점을 안겨준 것이었다. 머피가 3차전에서도 홈런을 때린다면 카를로스 벨트란이 보유한 포스트시즌 5게임 연속홈런의 메이저리그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머피는 7게임에서 타율 0.357(28타수 10안타)에 5홈런, 8타점, 장타율 0.929, OPS 1.308을 기록하고 있다. 정규시즌 타율 0.281에 14홈런, 73타점, 장타율 0.449, OPS 0.770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높은 페이스다. 더구나 2차전에서 아리에타를 상대론 1회말에 라이트필드 파울폴 밖으로 살짝 벗어나는 ‘파울홈런’을 때린 뒤 다음 공을 한 손으로 걷어 올려 파울폴 안쪽으로 떨어지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파울 홈런 후 바로 진짜 홈런이 나오는 것은 거의 보기 드문 일이다. 그것도 상대가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였던 아리에타였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컵스가 올해 ‘무적 에이스’였던 아리에타마저 쓰러뜨린 메츠와 머피의 맹렬한 기세를 안방 리글리필드에서 조금이나마 누그려 뜨려 최소한 시리즈를 뉴욕으로 다시 끌고 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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