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비공개' 양상문과 김성근의 신경전 뜯어보기

발행:
한동훈 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 LG 양상문 감독(오른쪽).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 LG 양상문 감독(오른쪽).


오는 4월 1일 오후 7시, 전국 5개 구장에서 2016 KBO리그가 일제히 개막한다. 지난 2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 중 4개 구장의 선발투수가 모두 공개됐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가 맞붙는 잠실구장의 선발투수만 공개되지 않았다. 양 팀 감독 사이에 묘한 신경전 기류까지 감지됐다.


사실 개막전 선발투수는 뻔하다. 그 팀의 에이스가 나오는 경기다. 대구에서는 삼성 차우찬과 두산 니퍼트가, 고척에서는 넥센 피어밴드와 롯데 린드블럼이, 창원에서는 NC 해커와 KIA 양현종이, 문학에서는 SK 김광현과 kt 마리몬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의외의 카드라 할 만한 선수는 차우찬, 마리몬 정도다. 하지만 상대팀 선발이 워낙 뻔했기 때문에 숨길 필요가 없었다. 류중일 감독과 조범현 감독은 쿨하게 공개했다.


그런데 한화와 LG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LG의 카드는 뻔했지만 한화는 아니었다. LG는 소사가 유력한데 혹시 아니더라도 다른 카드는 우규민 뿐이다. 반면 로저스가 없는 한화는 예측이 힘들다. 알렉스 마에스트리, 송은범, 안영명, 김재영, 김용주, 송창현 등 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김성근 감독이라면 어떤 깜짝 카드를 꺼낼 지 종잡을 수 없다.


딱히 숨길 이유가 없었던 양상문 감독은 그러나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마이크가 넘어왔지만 선발투수를 발표하지도, 그렇다고 미정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먼저 대답했으면 좋겠다며 응수타진했다. 한화가 선발을 공개하면 우리도 공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역시 예상대로 김성근 감독은 "새벽 3시까지 고민했지만 결정하지 못했다"며 빠져나갔다.


여기서 양상문 감독의 선택지는 2개였다. 그대로 공개해 분위기를 띄우며 김성근 감독을 압박할 수도 있었다. '한화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당당히 밝힌다'며 정면돌파를 하면서 동시에 미디어데이 분위기를 선발투수를 발표할 수 밖에 없게끔 몰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김성근 감독 밑에서 야구를 배웠다. 배운대로 하겠다"며 함께 발표하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의 성향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마이웨이'가 아니라 확실하게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는 때때로 철저하게 상대에 맞춰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2014년 10월 11일 당시 두산 사령탑이었던 송일수 감독은 그날 LG전을 앞두고 "상황에 따라 번트나 작전을 많이 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었다. LG는 4연승을 달리며 4강의 8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었고 두산은 트래직 넘버 1로 벼랑 끝에 몰려있었기에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허나 양상문 감독이 오히려 번트로 두산을 무너뜨렸다. 호투 중이던 두산 선발 마야를 상대로 스퀴즈 번트를 연달아 2번이나 대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15-2로 완승, 두산의 4강 탈락을 확정시켰다. 번트에 흥분한 마야가 손가락 욕설로 논란을 일으켰던 날이기도 하다.


LG 양상문 감독(왼쪽), 한화 김성근 감독(오른쪽). /사진=각 구단 제공


2015시즌 시범경기 개막전도 불꽃이 튀었었다. 2015년 3월 7일, 양상문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한화가 치르는 첫 1군 공식경기 상대가 됐다. 시범경기 최초로 매진이 됐었다. 통상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범경기 특성 상 투수교체는 이닝 단위로 하며 대타나 작전 등은 애초에 정해놓은 대로 해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은 얄짤없었다.


0-6으로 뒤진 LG가 따라붙기 시작한 5회초, 1사 1, 2루 정성훈 타석에 한화는 사이드암 임경완으로 투수를 바꿨다. 6회말에는 LG 좌완 신재웅(現SK)이 만루에 몰리자 한화는 대타 김태균을 내세웠다. 질세라 LG도 우완 셋업맨 유원상으로 곧바로 투수를 바꾸며 실전을 방불케하는 운영을 펼쳤었다. 다음 날 양상문 감독은 "아니 김성근 감독님이 이렇게 나오시니까 나도 응답을 했을 뿐"이라 웃으며 답한 바 있다.


덧붙여, 양상문 감독은 공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김성근 감독은 실제로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을 공산이 매우 크다. LG와 한화는 올 시즌 시범경기서 두 차례 맞붙었는데 모두 한화가 이겼다. 15일 16일 화, 수요일 경기였는데 공교롭게도 13일까지 광주-창원-울산 원정을 치른 LG 선수단의 로테이션 시기와 맞물렸다.


LG는 대전으로 이동하면서 박용택, 정성훈, 임훈 등을 이천으로 보내고 이천에서 어린 선수들을 호출했다. 때문에 한화는 당시 정근우, 이용규, 김태균, 로사리오, 최진행 등 주전 라인업을 풀가동했는데 LG는 문선재, 이형종, 김재율, 백창수, 안익훈 등 유망주들을 대폭 기용했었다. 김성근 감독은 그래서 15일 경기를 이기고도 "LG 전력을 알 수가 없다. 다 어디 갔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시즌 미디어데이 때도 개막전 선발을 말하지 않았다. 그때 상대였던 넥센 염경엽 감독은 그와 상관없이 밴 헤켄이 등판한다고 예고했다. 한화는 탈보트가 나왔고 경기는 넥센이 5-4로 이겼다. 선발 싸움에서는 탈보트가 6이닝 1실점, 밴 헤켄이 5⅔이닝 4실점으로 한화가 승리해 '비공개'의 효과를 보는 듯 했지만 불펜이 무너져 염경엽 감독이 승장이 됐다.


염경엽 감독과는 다르게 김성근 감독과 똑같이 발표를 미룬 양상문 감독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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