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의 2016년 시즌은 잔인했다. 찬란한 영광을 뒤로 한 채, 9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여러 이유로 전력이 급격히 약해진 탓이다. 이 가운데 박석민(31, NC)을 놓친 부분도 있었다. FA 시장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팬들의 성토가 나왔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났고, 삼성에서 또 다른 FA가 나온다. 주인공은 최형우(33)와 차우찬(29)이다. 최형우는 타자 최대어이며, 차우찬 역시 김광현(28)-양현종(28)과 함께 투수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최형우나 차우찬이나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최형우는 올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0.376, 31홈런 144타점, 출루율 0.464, 장타율 0.651, OPS 1.115를 기록했다. 리그 타율 1위, 타점 1위, 최다안타 1위(195안타), 최다 2루타 1위(46개), OPS 1위다. 게다가 '금강불괴'다.
필요성이라면 차우찬도 마찬가지로 높다. 차우찬은 24경기에서 152⅓이닝을 소화해 12승 6패 120탈삼진,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했다.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지난 시즌에는 탈삼진왕에 오르기도 했다. 내구성도 좋으며, 더욱이 불펜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전천후 좌완 파이어볼러다.
삼성의 김한수 감독은 취임식 당시 "구단에 최형우와 차우찬을 잡아달라고 분명히 요청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구단도 둘 다 잡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 관계자는 "최형우와 차우찬을 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관건은 돈이다. 일단 선수들은 당연히 높은 금액을 요구할 것이다. 구단은 나름대로 책정한 금액이 있다. 격차는 있을 수밖에 없고, 협상을 통해 줄여야 한다. 구단으로서는 무조건적으로 선수가 원하는 돈을 줄 수는 없는 법이다. 문제는 기준이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 박석민과 FA 협상을 하면서 금액차이를 본 바 있다. 삼성은 지난해 FA 우선협상기한 마감인 11월 28일 오후 7시경 박석민과의 협상 결렬을 알린 바 있다.
협상 마감인 자정까지 5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지만, 일찌감치 결렬 선언이 나왔다. 금액차가 컸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도 같은 상황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본적으로 KBO 리그의 FA 시장은 거품이 많이 껴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다 보니, 경쟁이 심하다. 이로 인해 몸값이 높아졌지만, '먹튀'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 거품을 빼야 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누가 시작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일단 삼성이 스타트를 끊은 모양새가 됐다.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대로 움직였다. 지난해 박석민을 잡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효율을 추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적이다. 당장 삼성은 FA 누수로 인한 전력 약화를 온몸으로 느꼈다. 더 이상 있는 자원이 빠져나가면, '명가 회복'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게다가 최형우-차우찬은 팀 내 비중이 큰 선수들이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일단 삼성은 "최선을 다해 잡을 것이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최형우-차우찬 둘을 합쳐 200억원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만만치 않음을 넘어, 어마어마한 거액이다. 잡기는 잡아야 하는데, 돈이 너무 든다.
일단 삼성은 지난해부터 확실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합리', '효율' 등의 단어로 대변된다. 과거부터 삼성은 '일등주의'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해왔다. 삼성의 최근 움직임이 FA 시장에서 거품을 빼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다른 구단들이 시장을 따라가는데, 홀로 '독야청청'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최선의 마케팅은 승리이며, 이를 위해 전력 보강은 필수다. 하물며 최형우-차우찬은 '보강'이 아니라 '유지'의 차원이다. 돈을 쓸 필요가 차고 넘치는 자원이기도 하다.
올겨울 FA 시장은 11일부터 시작된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올해도 '광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최형우와 차우찬도 그 일부다. 과연 이들이 2017년 입을 유니폼은 무엇일까? 삼성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