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24,삼성)의 약점을 알려 달라'. 13일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대전 인터시티호텔. 한화 점퍼를 입은 한 신인 투수가 강연자인 '살아 있는 전설' 이승엽(41,삼성)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강연을 마친 이승엽은 이 질문이 '가장 자신을 당황케 했다. 참신했다'고 털어놨다. 한화의 2017년 2차 신인 지명 1순위, 2010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2013년 방출)을 맺었던 김진영(25)의 질문이었다.
13일 신인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스타뉴스와 만난 김진영은 "사실 뻔한 질문보다는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보고 싶었다"면서 "그런데 이승엽 선배께 직접 약점을 여쭤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승엽 선배나 구자욱 선수나 1군서 제가 만약 자리를 잡는다면 다 상대해야 할 타자들이다. 또 이승엽 선배가 은퇴할 경우, 구자욱이 후계자가 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선수에 대해 (이승엽 선배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김진영은 "또 어떻게 듣고 생각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구자욱 선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과도 대결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보여드린 것이기도 하다. 이승엽 선배께 저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진영과의 일문일답.
- 1군 무대에서 꼭 붙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 아, 일단 이승엽 선배가 삼성 소속이라 구자욱을 말씀 드린 것이다. 다른 선수를 또 말하자면 박민우(24,NC)도 꼭 만나고 싶다. 고등학교(김진영은 덕수고, 박민우는 휘문고 출신) 때 제게 무척 강했다. 정타를 맞았다기보다는, 요리조리 도망가면서 출루를 했다. (박)민우는 정말 친한 친구다. 서로 같은 리틀 야구 출신이다. 또 제가 힘든 시기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한화에 지명 받았을 때에는 가장 먼저 연락이 와 축하한다고 했다. 민우에게는 '쉐도우 훈련을 할 때 너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 요즘 어떻게 지내나
▶ 구단으로부터 사실상 한 달이라는 휴가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제게는 3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다. 운동을 할 때 저만의 루틴이 있는데, 그걸 지키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거기엔 김현수(29,볼티모어) 선배님이 계신다. 정신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많이 친해졌다(웃음). 김현수 선배님은 본인보다 후배를 많이 챙겨주시는 성격이다.
물론 야수와 투수는 다르지만….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오후에는 모교인 덕수고로 가서 기술적인 훈련을 한다. 정윤진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 그럼 언제 노나
▶ 오전, 오후에 운동을 하고 저녁에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 마무리 캠프는 어땠나
▶ 팬 분들께서 가식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가치관도 다르지만 전 제게 많은 가능성을 본 시기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 전지훈련을 가면 무언가 꼭 한 개를 얻어 왔다. 과거에도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내가 무엇이 늘었을까', '어떤 부분을 중요시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 정말 스스로 뿌듯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뿌듯했나
▶ 김성근 감독님께서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 제가 바꾸고 싶었던 부분들을 바꿔주셨다. 투수로서 되게 예민한 게 팔 부분이다. 혼자 이겨내기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 김성근 감독님께서 맨투맨으로 붙어 많은 관심과 함께 큰 도움을 주셨다.
- 현재 구속은
▶ 마무리 캠프 때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 146km까지 나왔다. 당시 구단에서는 전광판 구속을 의식하지 말라고 했다. 전광판 구속이 약 4~5km 느리다고 했다. 당시 전광판에는 139km, 우리 구단 스피드건에는 140km대 중반까지 나온 걸로 안다. 그런데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볼 스피드에는 투수로서 솔직히 많은 신경을 안 쓴다. 하지만 팬들께서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속구가 140km 밑으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140km대 초중반을 유지했다.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을 가다듬는데 힘썼다.
- 김성근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 직접적으로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말씀은 안 하셨다. 제가 노력한 만큼 진실 되게 보여드린다면 기대를 더 가져주실 거라 생각한다. 자꾸 '조금 더', '더욱 더'라고 요구를 하셨다. 잘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제겐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구단에서 큰 관심을 보여 주신다. 저는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하다. 구단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조차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마무리 캠프서도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제가 잘해서 인터뷰를 하는 거라 생각 안 하고, '더 잘하고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인터뷰를 하게 도와주시는 거라 본다. 올해 한 번 제가 기필코 구단에 꼭 도움이 되는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열심히 해서 감독님 눈에 꼭 들고 싶다.
- 한화하면 지옥 훈련과 혹사 논란이 늘 따라 다니는데
▶ 글쎄요. 제게 있어 혹사는 팬들로부터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팀의 일원으로서 어떤 누구라도 선수들이라면 당연히 감독님의 지시에 복종하고 따라가야 한다. 절대 저희 선수들 간에는 혹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저는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해,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다. 투수로서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몸 관리를 더욱 조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사라는 표현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 끝으로 각오 및 팬들에 인사를 한다면
▶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한화 이글스 팬 카페서 제 이름이 언급되고, 팬들께서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데, 그 기대에 보답하는 방법은 많은 기회를 부여 받는 거라 생각한다.
2월 스프링 캠프 때 부상 없이 패기 있는 모습으로 임하겠다. 당장의 실력보다, 그동안 간절하게 운동하며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서 희망과 감동을 드리고 싶다.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발전하는 모습으로, 더 발전하는 이글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배님들께서 주연이라면, 저는 조연으로서, 신인으로서 묵묵히 뒷받침하며 선배님들을 따라가는 선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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