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성급한 궁금증일 수 있다. 그래도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한 시즌 800만 관중 시대를 열어 제치고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연봉 25억원, 4년간 몸값 150억원이라는 대단한 야구 스타, 이대호(롯데)를 탄생시켰다.
한국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legend)인 선동렬 현 월드베이스볼 투수 코치가 “내가 현역 선수 생활을 할 때 한국프로야구에 FA 제도가 지금과 같았다면 나는 술을 안 마셨을 것이다”라고 말할 만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직무 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2012년 9월 9일 김해 상동구장을 방문해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 이끌던 한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군, 퓨처스 리그를 지켜봤다. 야구에 대해 갑자기 관심을 표명한 것인데 지역색을 의식한 듯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와 퓨처스리그에 초점을 맞췄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의 작품이다. 철저하게 국민의 관심을 사회 문제와 민주화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프로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소득과 무관하게 만들어졌다.
당시 한국프로야구 출범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인사가 정권 실세였던 이학봉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그리고 권력을 앞세워 삼성, 롯데 등 재벌 기업들을 반 강제로 참여시켰다. 전두환 대통령 퇴임 후를 위한 일해재단, 청와대 경호실이 각종 기금 모급 관리에 개입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국정 농단 사태와 한국프로야구 출범 과정이 비슷하다.
故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7월 대전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찾아 시구를 하고 김승연 한화 이글스 구단주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를 한 것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공식 개막전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5년 잠실야구장 개막전 시구, 2003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모두 네 차례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잠실구장을 가족과 함께 방문해 야구를 관전한 적이 있으나 시구를 하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권 때 주력 사업 중의 하나가 4대강 개발이었는데 인근 부지를 정리 활용하면서 생활 체육을 목적으로 한 축구장은 수 백 개가 조성됐는데 야구장은 겨우 45개에 불과했다. 이 부분도 허구연 야구발전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노력해 뒤늦게 확보됐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회장이 여당의 유력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월드컵 구장을 축구 전용 구장으로 만들고 많은 인프라를 조성한 것과 비교할 때 한국프로야구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었다. 정치력, 로비력이 다 부족하거나 아니면 중립을 지켜 온 것일 수도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구계 일각에서는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특별한 정치적 이유는 전혀 없고, 다만 ‘잠실 돔구장 건설’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잠실 돔구장 건설’ 공약을 내세웠을 게 확실하다.
연봉 25억원의 스타를 배출한 800만 관중 시대의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팬들에게 잠실 돔구장은 큰 관심사가 된다. 대선 후보 중 누가 먼저 ‘잠실 돔구장 건설’을 공약으로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이제 한국 야구가 정치색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김응용 전 해태타이거즈, 삼성라이온즈 감독, 삼성 라이온즈 사장, 그리고 한화 이글스 감독을 역임한 야구인, 김 회장이 새해 1월 14일 국회 헌정 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 포럼’ 창립식에 참여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응용 회장은 공동 대표를 맡았다. ‘더불어 포럼’은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의 모임이다. 야구계에서는 김응용 회장의 ‘더불어 포럼’ 참여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다들 말을 아끼거나 삼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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