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우완 배영수(36)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나서 호투를 펼쳤다. 돌고 돌아 복귀한 1군 무대다. 단 한 경기로 2017년 시즌 부활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배영수는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41개.
이날 한화는 배영수의 호투에 타선까지 폭발하면서 12-1의 대승을 거뒀다. 앞서 LG와의 2연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던 한화는 이날 넥센을 제물로 첫 번째 승리를 품에 안았다.
타선이 대폭발했지만, 기본적으로 배영수의 호투가 돋보였다. 배영수에게도, 한화에게도 의미 있는 호투였다. 배영수가 선발진에 자리를 잡는다면, 한화의 투수력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서 최전성기를 보냈던 배영수는 2014년 시즌을 마친 후 FA가 됐다. 그리고 한화와 3년 21억 5000만원에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냉정히 말해 첫 두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2015년 4승 11패, 평균자책점 7.04에 그쳤고, 2016년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처럼 '악몽'같은 시간을 보낸 배영수는 2017년 시즌 부활을 꿈꾼다. 악착같이 준비했다기 보다는, 마음을 편안히 먹고 착실히 시즌에 대비했다. 연습경기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4경기에서 11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3.27을 올렸다. 사사구 없이 탈삼진 6개를 만들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당시 배영수는 "부상 없이 1군에서 풀타임을 뛰는 것이다. 사실 마음은 편하다. 완전히 새출발 하는 것 아닌가. 불안한 것도 없다. 편하게 시즌을 치를 것이다. 급하게 하니까 더 안되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배영수는 "2016년 쉬었다. 그냥 잘하고 싶다. 옛날처럼은 이제 안 된다. 그냥 내 마음에 들도록 야구를 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다"고 했다. 이런 배영수를 두고 김성근 감독은 "배영수가 의욕을 보인 것도 훈련에서 도움이 됐다"라고 말하며 좋은 평가를 남겼다.
그렇게 시즌을 준비해온 배영수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 나섰다. 지난 2015년 3월 20일 롯데와의 시범경기 이후 무려 727일 만에 오른 시범경기 무대였다. 실전 무대로 계산하면 지난해 8월 24일 퓨처스리그 등판 이후 204일 만이었다.
결과가 좋았다. 4회 실점이 있기는 했지만,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기록했다. 최고 143km의 속구에 슬라이더를 더하며 넥센 타선을 묶었다. 체인지업과 포크도 준수했다. 전성기 시절의 강속구는 없었지만, 현역 최다승(128승) 투수의 관록과 노련미가 돋보인 피칭이었다.
한화의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에 이태양과 윤규진까지 4명은 거의 확정이다. 한 자리가 남는다. 5선발 자리를 놓고 여러 투수들이 경쟁한다.
배영수도 경쟁자 가운데 한 명이다. 만약 배영수가 이날 보여준 수준의 피칭을 계속 이어간다면, 5선발 자리의 주인은 배영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딱 한 경기 만에 배영수가 많은 이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줬다. 부활을 예감케 하는 피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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