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도쿄(일본)] 채태근 기자= “후지산이 무너집니다!” 축구팬을 넘어 한국의 온 국민을 전율에 빠뜨렸던 현장은 22년이 지나 새로운 경기장으로 탈바꿈 중이다.
1997년 9월 28일 오후 2시 도쿄 가스미가오카 육상경기장. 흔히 ‘도쿄국립경기장’으로 불리는, 일본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곳에서 차범근 감독의 한국과 가모 슈 감독의 일본이 1998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B조 1위를 두고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였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의 기적적인 2-1 역전승이었다. 지금과 같이 월드컵 최종예선 조 1~2위가 사이 좋게 본선 진출하던 때가 아니었다. 아시아에 할당된 본선 티켓은 3.5장. 오로지 조 1위만 본선 직행. 조 2위는 플레이오프를 최대 2번이나 거쳐야 하는 제도였다.
실제로 일본은 도쿄대첩 이후 '감독은 할복하라'는 등 극단적인 비판 속에 가모 슈 감독이 경질됐고 플레이오프에서 이란을 꺾고 간신히 월드컵 첫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 카타르월드컵서 48개국 출전을 추진하며 최대 8장의 본선 티켓이 아시아에 주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다시는 월드컵 예선에서 도쿄대첩과 같은 '지면 끝'인 치열함을 보기 힘들 것이다.
도쿄국립경기장은 도쿄대첩 뿐만 아니라 한국에 32년만의 본선 진출의 감격을 안긴 1985년의 월드컵 예선 한일전, 가깝게는 2010년 이동국, 김재성, 이승렬의 릴레이 골로 3-1로 승리하며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오카다 다케시 감독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기록 등이 남아있다. 성남 일화의 2010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한국 축구사에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도쿄국립경기장은 현재 2020년 하계올림픽 주경기장으로서 신축 중에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건축했던 경기장은 9만여명 수용 규모의 최신식 경기장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건설된 사이타마, 요코하마 등 도쿄 인근 경기장에 주요 축구 경기가 배정되고 있어 향후 메인 축구장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은 미지수다. 하지만 한일전 등 중요한 월드컵 예선 경기는 물론, 일왕배 등 전 일본을 대표하는 축구 경기를 개최하는 전통을 간직한 도쿄국립경기장의 상징성은 여전하다.
2020년 7월 24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한국은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백승호, 이강인 등이 포함될 황금세대를 앞세워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린다. 한국 축구가 새로운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어떤 역사를 새길지 기대된다.
정리=조용운 기자
사진=채태근 기자, 도쿄신국립경기장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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