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만화, 영화로 너무나도 익숙한 슈퍼 히어로와 캐릭터들이 K리그 각 구단 엠블럼을 달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협업을 통한 통합 머천다이징(MD) 사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연맹은 각 구단이 다양한 MD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통합 MD 사업을 진행했다. K리그의 많은 구단이 그동안 팬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들은 유니폼, 사인볼, 머플러, 머그컵 등 천편일률적이었다.
게다가 MD 제품의 생판, 판촉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다. 일부 구단은 업무의 경험이 없는 신입 사원들에게 맡길 정도였다. 하지만 MD 제품 판매는 팀의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업이다.
▲ 맨유 사례를 통한 MD 사업의 중요성
세계 최고의 축구 구단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는 명성에 걸맞게 매년 천문학적인 매출과 수입을 올리고 있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의 자료에 따르면 맨유는 2018년에 유통, MD, 의류를 비롯한 생산품 라이선싱 등으로 1억 3,526만 달러(약 1,61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17년보다 150만 달러(약 18억원)가 감소한 수치지만, 201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의 경우 스폰서 수익 2억 2,785만 달러(약 3,318억원)의 절반 이상이 유통, MD 판매 등의 수익에서 나왔다. 또한 2012년 4,445만 달러(약 530억원)에서 6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는 팀의 주 수입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K리그 각 구단의 주 수입원은 스폰서 비용과 선수 이적을 통한 이적료다. 이는 축구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과 K리그의 차이점은 수입원의 차이다. 유럽의 많은 팀은 이것 외에도 홈경기 티켓, MD 제품 판매 수익 등으로 일정 부분을 충당한다. 맨유 같은 구단들은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 K리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MD 사업 다양화 시도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런데 일부 구단이 내놓는 MD 제품은 팬들이 소비 충족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구단은 기존 MD 제품의 판매가 높지 않다며 새로운 제품 생산에 주저했다. 이것이 악순환되며 MD 제품 판매가 큰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연맹은 그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통합 MD 사업을 진행했다. 현행대로 구단별로 자체 생산하는 물품을 판매하면서 연맹 차원에서 통합해서 다양한 MD 제품을 출시하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 ‘리그 브랜딩’, ‘퀄리티 컨트롤’, ‘생산 원가 절감’, ‘유명 제품과의 협업을 통한 제품 생산’ 등을 추진했다.
통합 MD 사업은 일본,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일본 J리그의 경우 전체 구단 MD 제품의 연간 매출액이 15억엔(약 150억원)에 달한다. 연맹은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며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했다.
연맹은 지난해 상반기 통합 MD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모두가 익히 잘 아는 유명 캐릭터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연맹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의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과 협업했다. 마블 캐릭터가 K리그 각 구단의 제품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각 구단이 비용, 판매 등의 문제로 출시에 부담을 느꼈던 텀블러, 핸디 선풍기, 각종 티셔츠, 스냅백 등 15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올해는 ‘유니버설’의 캐릭터 미니언즈와 협업했다. 쿠션, 타올, 에코백, 스냅백, 파우치, 노트 등 다양한 연령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12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유명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성남FC는 홈경기 때 미니언즈를 활용한 브랜드데이를 열어 MD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이벤트를 열었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주얼 효과다. 제품 자체의 퀄리티는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캐릭터가 가진 인지도는 보는 이들이 분명 다르게 느껴지게 한다. 팬들의 소비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 지속적인 협업, 이익 낼 구조가 되어야 한다
통합 MD 사업은 전 구단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10개 구단, 올해는 13개 구단이 참여했다. 연맹은 더 많은 구단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예산 확보가 어려운 구단을 위해서는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구단의 참여 독려만으로는 부족하다. 마블, 미니언즈와의 협업은 일회성이다.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이 캐릭터들을 활용한 제품 생산을 하기는 어렵다. 제품의 생산 못지않은 것인 지속성이다. 꾸준한 생산 및 판매로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 생산은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J리그 각 구단은 리라쿠마, 도라에몽을 비롯한 누구나 익히 알만한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 생산을 펼치고 있다. 구단별로도 개별적으로 캐릭터를 계약해 제품을 생산하거나 홍보 활동을 펼친다. 단발로 끝나는 협업은 수익 증대 등 장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연맹도 그 점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구단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 참여를 유도할 TF 구성 및 다양한 제품 생산,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 및 오프라인 판매 강화 등을 하기 위한 준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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