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콩 검객' 남현희(38·성남시청)가 선수 생활 마지막 대회를 치르고 있다. 바로 전국체육대회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진짜 은퇴한다. 모든 것을 내려놨다.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남현희는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제100회 서울 전국체육대회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예선에 출전했다. 김미나(안산시청), 오하나, 임승민(이상 성남시청)과 함께 경기선발로 나섰고, 경남 대표로 한국국제대학교에 45-11의 완승을 거뒀다.
남현희는 한국 펜싱의 '전설'이다. 통산 국제대회 메달만 99개다. 여자 펜싱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은1-동1).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전까지 98개의 메달을 따냈고, 아시안게임에서 2개를 추가해 100개를 채우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동메달 1개에 그치면서 99개로 마무리하게 됐다.
사실 작년 아시안게임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남현희지만, 다시 검을 잡았다. 올해 초 국제대회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다시 선발되지 못했고, 완전히 은퇴를 결정했다. 이번 전국체전이 자신의 마지막 현역 무대다.
예선 경기를 마친 후 만난 남현희는 "펜싱은 대진운이 중요한데, 첫 판에서 아주 강한 상대를 만나지는 않은 것 같다. 승리를 거뒀고, 내일 8강을 치른다. 내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은퇴 결심 자체는 아주 오래전에 했다. 정확하게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다. 출산 후 나간 대회였다. 그때 아시안게임 준비를 하면서 무릎을 다쳤다. 8월이 대회인데 5월에 부상을 입었다. 운동선수의 길도 좋지만, 나도 내 몸을 챙겨야 할 나이였다. 그때 마음을 개인적으로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음과 현실은 달랐다. 남현희는 "바로 그만두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펜싱은 개인전도 있지만, 단체전도 있는 종목이다. 소속 팀 사정도 있었다. 이에 완전히 내려놓지를 못했다. 심적으로는 정리를 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했다"라고 짚었다.
이어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아예 다 내려놓은 상태였다. 운동을 너무 오래, 많이 했다.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해야, 제2의 인생을 갈 수 있겠다 싶더라. 지도자를 하더라도 알아야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비인기 종목에 괄시도 받아... 후배들 힘 냈으면
오랫동안 검객으로 살았다. 은퇴 후의 삶은 어떨지 물었다. 그러자 남현희는 자신보다 후배들에 대한 걱정부터 했다.
남현희는 "은퇴 후의 삶이 정해진 것은 없다. 선수 은퇴를 할 시점이 되면서 보이는 것이 많았고, 느낀 것도 많았다. 은퇴한 선수들을 보니 고충이 많더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엘리트 선수들이 은퇴를 하면 할 것이 없고, 설 곳이 없다. 정말 큰 문제라고 느꼈다"라고 짚었다.
이어 "주변을 보니 도움의 손길을 많이 기다리더라. 홍보대사 활동 등을 하면서 알게 됐다. 선수 스케줄이 있어 많이는 못해도, 틈틈이 했다. 이제는 조금 더 활동적으로,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삶의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많이 동참을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더했다.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남현희는 "내가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땄지만, 내 앞에 김영호 선생님, 이상기 선생님이 계셨다. 2000년 시드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셨다. 그 덕에 나도 힘을 냈고, 용기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괄시 아닌 괄시도 받았다. 그래도 선배님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후배 선수들도 힘을 냈으면 한다. 사실 '나처럼'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다.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신체조건은 아니지 않나. 누구나 핸디캡은 있고, 단점이 있다.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찾아서 본인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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