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KBO리그에 개명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인 선수까지 이름을 바꿔 눈길을 끈다.
프로야구에서는 이름을 바꾸고 성공한 선수들이 나오면서 개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기준점은 손아섭(33·롯데·전 손광민)을 들 수 있다. 그는 2009년 개명 후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듬해인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439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0.328, 156홈런, 793타점을 올렸다.
이후 개명 효과를 본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엔 KT의 배정대(26)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8년 겨울 배병옥에서 개명했다. 배정대는 2020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13홈런, 65타점, 88득점을 기록하며 주전을 꿰찼다. 2015년 데뷔한 배정대의 2019년까지 타율은 0.180에 불과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선수는 SK 한동민(32)이다. 이미 개명 신청을 했다. 법적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미 동료들에게는 개명 후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새 유니폼에 새 이름이 새겨질 예정이다.
한동민이 개명을 하기로 한 이유는 부상과 부진 때문이다. 2018년 41홈런에 115타점, 97득점 등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지만 2019년엔 12홈런, 지난해엔 15홈런에 그쳤다. 크고 작은 부상도 따라왔다. 5월 정강이뼈 미세 골절로 이탈했고, 7월 복귀했지만 왼쪽 엄지손가락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부상 없는 시즌을 바라는 마음에 개명을 하게 됐다. 팀 동료인 오태곤(30)에게 물어 손아섭이 개명했던 작명소를 찾아갔다. 오태곤 역시 예전 오승택에서 개명했다.
한동민은 "'한동민'이란 이름으로 웃고 울고, 추억이 많았다. 아쉽긴 하지만 너무 아파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뛰고 싶어 개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우승했을 때의 좋았던 느낌으로 돌아가고 싶다. 좋은 영상을 보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개명 열풍은 국내 선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올해 한화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닉 킹엄(30)이 등록명을 '킹험'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SK에서 '킹엄'으로 KBO리그에 데뷔했지만 팔꿈치 수술로 조기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재기의 의지를 담아 개명을 택했다.
킹험보다 앞서 외국인 선수가 등록명을 바꾼 사례도 있다. NC에서 활약한 투수 에릭 해커(38)가 있다. 해커는 2013년 NC 유니폼을 입고 데뷔할 때 성 대신 이름 에릭을 등록명으로 썼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13년 평균자책점 3.63에도 4승11패에 머물렀다. 2014년에도 172⅔이닝을 소화하고 평균자책점 4.01로 역투했으나 8승8패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했다.
2015년부터 '해커'로 등록명을 바꾼 뒤 승승장구했다. 그 해 단숨에 20승 투수로 도약하며 다승왕과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았다. 해커로 등록명 변경 후 4년간 584⅔이닝, 49승 18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다. 킹험 역시 해커처럼 등록명 변경 효과를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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