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107승으로 최강팀 반열에 오른 샌프란시스코가 1년도 안 돼 두 번이나 잡은 투수가 있다. 지난달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26)다.
윌리엄스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됐다. 최고 156㎞까지 나오는 빠른 직구가 매력적이었지만, 제구가 끝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6년간 트리플A 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2020년 겨울 룰5드래프트 대상자가 됐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때 윌리엄스를 처음 잡았다. 최근 3년간 샌프란시스코는 투수의 장점을 살리는 데 집중한 팀이었다. 매년 1년 계약으로 투수를 데려와 선수 개선에 나섰고, 마침내 2021시즌에는 대형 FA 투수 없이 정규시즌 107승을 거두면서 결실을 봤다.
윌리엄스는 그런 샌프란시스코 시스템의 수혜를 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2021시즌 더블 A 리치몬드팀에서 24경기 평균자책점 2.45, 62⅓이닝 61탈삼진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팀 상황에 맞춰 오프너, 마무리, 롱릴리프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지난해 리치몬드 타임스-디스패치는 "직구 커맨드와 공격적인 투구 등에서 윌리엄스는 세인트루이스 시절과 전혀 다른 투수처럼 느껴진다"고 소개했다. 윌리엄스 역시 리치몬드 타임스-디스패치와 인터뷰에서 "세인트루이스가 지금 내 공을 본다면 '이 선수는 어디서 왔냐'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변화를 실감했다.
트리플A에 올라가서는 선발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에 맞춰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2021년 10월, 개선된 모습을 보인 윌리엄스를 빠르게 잡았다. 마이너리그 계약과 함께 2022시즌 스프링캠프에 초대했다. 계약 직후, 미국 매체 팬사이디드는 "윌리엄스는 뛰어난 2021시즌 활약의 대가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보상받았다.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했지만, 타자친화적인 리그라는 점을 감안하면 첫 시즌치고 꽤 좋은 성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윌리엄스를 좋아한다"면서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수 있지만,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윌리엄스는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푸에르토리코 윈터리그에서 5년 만에 선발 투수 풀타임을 목표로 2022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윌리엄스를 눈여겨본 것은 샌프란시스코만이 아니었다. 윌리엄스는 오는 20일 무렵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광주로 향해 1일 열리는 KIA 스프링캠프에 참여한다. KIA는 샌프란시스코에 약간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지난달 27일 윌리엄스와 총액 75만 달러에 계약했다.
권윤민(43) KIA 전력기획팀장은 1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윌리엄스는 전부터 추천 선수 목록에 있었다. 그러다 최근 윌리엄스의 윈터리그 3경기를 풀영상으로 봤다. 매 경기 5이닝 이상, 투구 수 100개 가까이 던지고 있었다. 감독, 투수 코치 등과 함께 보면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영입 뒷이야기를 전했다.
KIA는 영입을 추진하면서 2~3년 전 윌리엄스의 영상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윌리엄스는 예전과 다른 투수라는 것을 확신했다. 권 팀장은 "과거 윌리엄스는 세게 던지려고만 하는 거친 투구폼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매년 거칠었던 투구폼이 점점 개선되는 것이 보였다. 당장 2021시즌만 봐도 4월, 9월, 이번 윈터리그까지 볼 때마다 달랐다. 점점 안정감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기량이 올라오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나이도 그럴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최고 시속 155㎞의 직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투심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하지만 역시 제구력이 관건이다. 달라졌다고 평가받는 2021시즌도 그의 9이닝당 볼넷은 4.2개로 많았다. 권 팀장은 "제구력이 관건"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구위가 뒷받침된 빠른 직구다. 또 KBO리그에서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없으면 버티기 쉽지 않은데 커브 각이 생각보다 크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훌륭한 성품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마이너리그 공식홈페이지 Milb.com 등 여러 매체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팀에서 운영하는 모든 야구캠프에 참여해 지역사회 봉사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 팀 동료들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카리스마 있는 친구"라는 말을 들었다. 권 팀장 역시 "인성과 워크에식(직업윤리 및 태도)도 좋다. 팬들에게 엄청 대응을 잘해준다. 각오를 들어봤을 때도 좋아서 긍정적으로 봤다"고 말을 보탰다.
트리플A 경험도 일천한 윌리엄스의 영입을 두고 모험이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나온다. 이에 대해 권 팀장은 "모험보다는 발전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서 "최근 우리나라에 와서 기량이 늘어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투수 코치분들이 있고, 선수도 동기부여가 있어 열심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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