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 명장 중 하나인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을 데려왔다. 의심 어린 시선은 그의 명쾌한 언변으로 잠식시켰다. 그러나 정작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부임 후 4경기에서 2무 2패다.
여론이 들끓었다. 단지 결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빌드업 축구'로 강대국들을 상대하면서도 점유율을 지키며 우리만의 플레이를 펼쳤던 색깔이 완전히 사라진 반면 클린스만호만의 스타일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나섰다.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오후 2시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이 함께 참석하는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라며 "주요 내용은 부임 이후 각자 맡은 영역에서 바라본 한국대표팀에 대한 생각, A매치 4경기에 대한 전체적 평가와 향후 대표팀 운영 방향"이라고 전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기회를 보장 받았기에 단 4경기 만에 입장을 발표한다는 것은 결코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그만큼 여론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앞서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던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4경기 부진에 대한 해명 성격이 짙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지난 3월 콜롬비아전 2-2, 우루과이전 1-2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제대로 손발을 맞출 기회가 없었고 클린스만 감독의 색깔을 제대로 입히기엔 충분치 못했던 시간이었기에 비판은 크지 않았다. 심지어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7위, 16위로 한국(27위)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는 팀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페루전 0-1 패배에 이어 엘살바도르전 1-1로 비겼다. 한국과 크로스 평가전을 치른 일본은 먼저 치른 엘살바도르(72위)전 6-0 대승을 거뒀고 페루(21위)를 상대로도 4-1로 승리했다.
한국의 경쟁국인 일본과 간접적으로 전력 비교를 할 수 있는 2연전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가하면 전술적으로도 아쉬움이 나타났던 경기였다.
풋볼 존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을 차례로 경험한 후안 레이노소(54) 페루 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보다 종적인 플레이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한국 축구의 그런 방식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면서 "반면 일본은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유동적으로 선수들이 위치를 자주 변경하며 공간을 찾아내는 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국가 모두 훌륭하다고 평가했지만 한국의 전술과 전력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쉬웠다는 이야기다. 결과로도 잘 나타내준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엘살바도르전을 마친 뒤 조규성과 황의조 등의 컨디션 난조에 대해 언급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직선적인 경기를 펼쳤다. 미드필더에 이강인, 황인범 등 컨디션이 좋고 볼 간수와 배급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음에도 선수단 상황에 맞지 않는 축구를 펼쳤음을 자인한 셈이다. 결국 22일 클린스만 감독의 입에 모든 초점이 쏠리고 있다.
물론 단 4경기만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평가하기는 섣부르다. 다만 4경기 졸전에 대해 축구 팬들을 설득시킬 수 있느냐는 향후 클린스만호에 대한 지지도에서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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