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외야에 나성범이 있는 느낌이다."
KBO 한 구단 관계자가 이우성(29·KIA 타이거즈) 이야기에 감탄하며 한 말이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최고 히트 상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우타 나성범' 이우성의 이름이 나온다.
23일 경기까지 54경기 타율 0.323, 5홈런 22타점 23득점 5도루, 출루율 0.393 장타율 0.462, OPS 0.855. 아직 규정 타석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OPS만 놓고 보면 150타석 이상 소화 선수 중 리그 9위, 팀 내에서는 OPS 0.901의 최형우 다음이다. OPS 0.843의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함께 올 시즌 KIA 외야가 최강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는 주역이다. 덕분에 3월부터 부상으로 종적을 감췄던 나성범(34)의 공백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올해 이우성의 성적에는 KIA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메커니즘적으로는 발사각도가 조금 높아졌을 뿐 크게 변한 것은 없었다. 다만 전력분석팀도 인정할 정도로 팀 내 1위의 성실함으로 매 경기 들어가기 전 상대 투수 분석에 들어갈 뿐이다.
스스로 말하길 2021년 이전까지의 이우성은 늘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개막이 다가올 때면 '내가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내 자리는 있을까' 걱정이 앞섰고 불안한 마음이 타석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2020년부터 그는 루틴을 장착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별난 건 아니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워밍업 및 타격훈련을 하는 평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지키자 다짐하며 매일 하게 된 것이 달랐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다. 6년 열애 끝에 2022년 1월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는 부정적인 그를 웃게 만드는 원천이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우성은 "아내와 함께하면서 혼자 하던 방황을 끝냈다. 항상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말을 해준다"고 결혼을 새로운 계기로 여겼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는 항상 내가 내 속에 있는 말을 혼자 갖고 있지 못하게 한다. 와이프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며 고마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달라진 이우성 덕분에 최근 KIA 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나성범의 복귀가 이우성의 출전 기회에 악영향을 줄지 걱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정작 선수 본인은 나성범의 복귀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우성은 "(나)성범이 형이 재활 중에도 한 번씩 라커룸에 오셨는데 난 그때마다 성범이 형 기를 받으려고 막 끌어안는다. 형도 그때마다 '그래 우성이도 잘해야지' 하면서 꼭 안아주신다. 정말 효과도 있었다. 한번은 형과 포옹한 날 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그날 저녁에는 바로 형에게 전화를 드렸다"며 "그래서 오실 때면 무조건 끌어안는다. 그 외에도 형이 병원을 갔다거나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전화를 드리곤 했다"고 미소 지었다.
'리틀 나성범' 혹은 '우타 나성범'이란 말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우성은 "(나)성범이 형이랑 비교되는 거 자체가 솔직히 너무 감사한 일 아니에요?"라고 반문하고 웃으면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쑥스러워했다.
나성범뿐 아니라 최형우, 김선빈 등 든든한 팀 선배들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여겼다. 이우성은 "(나)성범이 형은 NC 때부터 몸 관리나 운동을 준비하는 것에 있어 정말 많이 배웠다. (최)형우 선배님은 야구를 대하는 생각이나 그런 자세가 감탄스러울 정도로 배울 것이 정말 많다. 두 선배들뿐 아니라 우리 팀 주장 (김)선빈이 형도 그렇고 정말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라 우리 KIA 팀 선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런 만큼 팀 승리에 더욱 진심이다. 최형우가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서 역전 투런포로 KBO 최초 1500타점을 달성한 그 순간, 이우성은 1499타점째에 해당하는 주자였다. 그가 앞서 출루하지 않았다면 최형우가 1500타점을 홈런으로 장식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은 없었다.
이우성은 "역시 (최)형우 선배님은 힘이 장사다. 타구가 안 넘어갈 줄 알고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가 바로 뛰려고 했는데 그대로 넘어갔다. 홈으로 들어오는 선배님께 '제가 1499타점째 선수에요. 정말 영광이에요'라고 몇 번 말한 거 같다. 무엇보다 형우 선배님의 그 타점으로 이긴 것이 너무 좋았다"고 활짝 웃으면서 "팀이 이기고 또 잘해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 우리 같은 어린 선수들이 야구(실력)가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주전 경쟁이나 이런 다른 건 신경 안 쓰고 어떻게 내가 팀 승리에 도움이 될지 많이 생각한다. 요즘처럼 인터뷰를 많이 하는 것이 데뷔 후 처음인데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내 루틴을 유지하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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