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그것도 올림픽에서 무려 9차례나 금메달을 사냥한 한국 양궁 여자 단체전이 세계선수권에서 뜻밖의 상대에 발목을 잡혔다.
안산(광주여대), 임시현(한국체대), 강채영(현대모비스)으로 이뤄진 대표팀은 2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3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단체전 16강에서 인도네시아에 3-5로 졌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한국 양궁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 단체전은 적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020 도쿄 대회까지 9차례 연속 정상을 수성했다.
그렇기에 이번 세계선수권 16강 탈락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난 대회 전 종목을 석권했던 한국 리커브 대표팀은 당초 목표였던 두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 목표는 일찌감치 무산됐다.
2020 도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혼성전까지 추가돼 리커브와 컴파운드 각각 금메달 5개씩, 총 10개가 걸려 있다. 2011년 토리노 대회 이후 한 국가가 리커브 전 종목을 석권한 것은 2021년 양크턴 대회 한국이 처음이었는데 이번 대회에도 그 목표에 도전했으나 단체전 탈락으로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전날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냈기에 더욱 기대가 컸다. 한국은 곧바로 16강부터 경쟁했는데 박영걸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허무하게 패했다. 2세트를 따낸 게 유일한 승리였다.
세계양궁연맹(WA)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여자 대표팀이 세계 밖으로 추락했다"며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의 인터뷰를 전했다. 안산은 "정말 집중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바람 때문에 고전했다. 슛을 잘 못해서 졌으니 그걸 인정하고 이제 개인적으로 더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WA에 따르면 한국 양궁은 44년 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25차례 대회에서 17번 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 단 한 번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기에 이번 16강 탈락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알 수 있다.
이 외 종목에선 순항했다.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이 나선 혼성전에선 결승에 오르며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김우진-임시현은 이날 16강에서 우크라이나, 8강에서 카자흐스탄을 잇따라 제압하고 준결승에서 이탈리아(마우로 네스폴리-타티아나 안드레올리)마저 6-0으로 제압하며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김우진-임시현은 대만의 당즈준-레이젠잉을 슛오프 끝에 5-4로 잡아낸 독일(플로리안 운루-미셸 크로펜)과 금메달을 두고 다툰다.
남자 단체전에선 준결승에 올랐다. 김우진,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예천군청)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16강에서 브라질을 잡았고 8강에서 인도를 5-1로 꺾어내며 제압해 4강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두고 자웅을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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