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령님 사랑에 보답" 北 송국향 눈물, 南 김수현 한마디엔 웃음바다... 역도장엔 '동포애'가 있었다 [항저우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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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안호근 기자
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결승 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춘희(왼쪽부터), 송국향, 북한 코치, 김수현. /사진=안호근 기자
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결승 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춘희(왼쪽부터), 송국향, 북한 코치, 김수현. /사진=안호근 기자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걱정되고 생일인지는 몰랐지만 축하합니다."(한국 김수현)


북한은 금·은메달을 합작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내내 남북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고 역도장에서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감지됐다. 북한 선수는 지도자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무거웠던 현장도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의 한 마디엔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 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결승이 열린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 체육관. 북한 송국향(22)과 정춘희(25)가 나란히 267㎏(인상 117㎏, 용상 150㎏), 266㎏(인상 117㎏, 용상 149㎏)을 들어 금·은메달을, 김수현이 243㎏(인상 105㎏, 용상 138㎏)을 기록해 남북한 선수가 포디움을 메웠다.


치열한 경기가 종료된 뒤 기자회견장에 북한 선수들과 김수현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현장을 찾은 건 90% 이상이 국내 취재진이었지만 김수현과는 따로 인터뷰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기에 북한 선수들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우승자 송국향은 "금메달을 쟁취하긴 했지만 내 목표는 세계기록이었다. 정말 아쉽게 됐다"며 "이 자리에 중국 선수가 참가하지 못했는데 오늘 같이 했더라면 더 재미있고 멋있는 경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선수가 어떻게 됐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춘희(왼쪽)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송국향. /사진=안호근 기자

이날 중국의 랴오 구이팡은 인상에서 북한 선수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113㎏을 들어 올렸고 북한 선수들에게 앞서기 위해 무게를 올려 118㎏를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몸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인상 3차 시기는 물론이고 용상 도전을 아예 포기했다.


정춘희도 "오늘이 중국 선수의 생일인데 축하한다. (부상에) 걱정이 많다. 앞으로 완쾌해 실력으로 경기를 다시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북한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 심지어 '북측'이라는 지칭에도 발끈하고 경기장 내에선 한국 선수들만 보면 '격투 태세'에 돌입했다. 5년 전 단일팀으로 나섰던 여자농구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재회한 전 동료들을 외면하기 바빴다. 냉랭하기만 했던 남과 북이지만 그들이 중국 선수의 생일까지 챙기는 모습은 어딘가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김수현의 발언이 얼어 있던 북한 선수들의 마음도 녹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수현은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며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걱정되고 생일인지는 몰랐지만 축하한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기록은 낮지만 대단한 선수들이랑 중국에서 같이 경쟁하고 응원도 받으며 경기할 수 있어, 살면서 기억에 남을 경기가 될 것 같다"며 "북한의 림정심(30) 언니를 너무 좋아했는데 더 잘하는 두 명이 나와서 경기했다. (앞으로도) 같이 시상대에 올라가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는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에 가서도 똑 부러지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선수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들에게 화답하고 있는 정춘희(왼쪽부터), 송국향, 김수현. /사진=뉴스1

그것도 잠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림정심에 대한 의미와 북한 여자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를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날아왔다.


송국향은 "목표한 것은 림정심 낭자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성과를 거두는 연유는 어떻게 하나 격려해주시는 김정은 수령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오직 이 한 가지 생각으로 힘과 마음을 합쳐준 덕분이다. 고마운 스승님들 덕분이다. 감독 동지들의 남모를 수고가 깃들어있다. 정말 이렇게 훌륭한 산업 동지들을 널리 자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식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후 따로 만난 김수현의 입을 통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인상을 4위로 마친 뒤 김수현에겐 희소식이 전해졌다. 랴오 구이팡이 경기를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중국 선수가 그렇게 될 줄도 몰랐고 용상을 기다리고 있는데 코치님께서 '이제 네가 할 몫만 하면 기회가 올 수 있으니까 정신 차려라'고 말하며 기세를 올려주셨다"면서 "그리고 북한 선생님도 오셔서 '수현아, 너한테 지금 기회가 왔다'고 얘기도 해 주셨다. (림)정심이 언니 코치님이신데 옛날부터 (북한) 선생님께서 저를 좀 언니와 닮았다고 '금심이(김수현+림정심)'라고 불러주신다. 아까도 몰래 와서 '너 될 것 같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라'고 두 코치님이 얘기를 해 주셔서 정신을 차리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1, 2위를 차지했기에 나온 보기 드문 광경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다른 종목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한 동포라는 사실임엔 변함이 없다. 경기장에선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밖에선 서로를 향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역도의 분위기는 다른 종목에서와 달리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다.


시상식에서 북한 인공기와 태극기(오른쪽)가 나란히 올라가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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