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5경기, 고작 9이닝을 소화했을 뿐이지만 돌아온 '투수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매체 더다이제스트는 18일 "전 메이저리거 이가라시 료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도류로 활약 중인 오타니의 투구 변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뉴욕 메츠에서 뛰었던 이가라시는 올 시즌 오타니의 투구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올해 던지고 있는 공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3번째, 4번째 경기부터 직구가 정말 날카롭고 뻗는 느낌이 있다"며 "회전 효율도 좋아졌고, 공의 궤적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2023년 여름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던 오타니는 지난해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9744억원)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재활을 이유로 투수로는 나서지 못했다.
이후 지명타자로만 나서면서도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타격에 있어선 아메리칸리그(AL) MVP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고 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또 한 번 세계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다만 이 같은 이유로 투수 복귀에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순 없었다. 투수 복귀를 앞두고도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투구를 펼치지 못하고 곧바로 빅리그에서 실전을 경험해야 했다. '타자 오타니'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연일 불 같은 강속구를 뿌려대고 있다.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8.2마일(158㎞)로 부상 직전인 2023년 96.8마일(155.8㎞)보다 더 빨라졌다. 피안타율은 0.167,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78로 특급 투수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가라시는 그 이유를 투구폼에서 찾았다. 그는 "릴리스 포인트(공을 손에서 놓는 위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너무 앞으로 던지려 하면 엉덩이가 빠지는데, 이번에는 골반이 잘 세워진 상태로 좋은 지점에서 공을 놓고 있어서 회전 효율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구속만 좋아진 게 아니다. 영상에선 오타니 포심의 RPM(분당 회전수)이 LA 에인절스 시절의 2200~2400에서 현재 2500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가라시는 "직구가 이렇게 날카롭고 뻗으면 다른 변화구들도 확실히 잘 먹힌다. 슬라이더, 수직 슬라이더, 크게 휘는 스위퍼도 던진다"며 "그의 공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부담이 커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폼이 확실히 개선됐기 때문에 오히려 팔꿈치에 무리가 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의 비범함을 읽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속이 줄더라도 오타니의 투수로서 가치는 충분한데 아프지 않을 수 있는 투구 메커니즘으로 변화를 하면서도 구속과 RPM을 모두 끌어올렸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가라시도 "투수로서의 개성이 드러났다"며 "이걸 발견한 것이 다저스의 애널리스트와 투수코치 덕분인지, 아니면 오타니 본인의 노력 덕분인지, 물론 둘 다겠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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