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석(56) LG 트윈스 단장은 지난 16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약 100분 동안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 전반기를 결산하는 내용이었다. 차 단장은 2019년 트윈스 단장으로 부임했고 2020년 '엘튜브는 소통이 하고 싶어서'라는 타이틀로 이 콘텐츠를 시작해 어느덧 6년째 이어가고 있다.
차 단장은 이틀 후인 18일에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의 코어 콘텐츠인 '슈퍼매치 프리뷰 쇼'에 출연했다. 차 단장은 "콘텐츠가 선수쪽에만 몰려 있으면 한정적이다. 프런트가 생각하는 팀의 문제점이나 가야 할 방향을 설명하면 좋겠다"며 자신이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타 구단 단장들의 동참을 희망했다.
야구단장이 팬들과 '꾸준하게' 소통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LG 트윈스는 6월 1일부터 이번 유튜브 방송을 한 7월 16일까지 13승 17패 승률 0.433로 부진한 가운데 팬들과 댓글 라이브 시간을 가졌기에 팬들로부터 칭찬보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을 높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차 단장의 유튜브 소통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 타 구단에도 없는 LG만의 독보적인 콘텐츠이다. 필자는 일회성이 아닌, 팬들과 꾸준하게 소통하는 자체만 해도 차 단장은 박수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야구단장은 흔히들 야구단의 '실무 책임자'라고 한다. 대부분의 야구단장들은 선수단과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런 위치의 단장이 팬들과 장시간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 팬들 입장에서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KBO리그에서 야구단장의 역할은 선수단 관리와 지원에 집중된다. 필자는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대외적으로 소통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와 관계(relation)를 통해 팬들과 간접적으로 소통을 하는 건 일차적이고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건 이차적 방법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각 구단 감독들이 선수단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도맡아 하고 있고 단장들은 외부 소통에 한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감독은 '선수단'을 대표하는 자리이지 '구단'을 대표하는 자리는 아니다. 구단에 대한 외부 소통은 감독이 아니라 구단의 누군가가 해야 한다. 그 누군가는 홍보팀장, 단장 또는 대표이사가 될 것이다. 이 중에서는 '실무 책임자'인 단장이 최적임이다.
필자의 경우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 단장 재임 2년 동안 언론과의 소통에 노력했다. 팬들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소통을 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구단에 대한 오해와 억측을 최소화시켰다. 그래서 차 단장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많은 공감이 간다. 감독이나 홍보팀이 대답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 경우 단장이 나서야 한다. 차 단장은 이런 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 프런트 연수를 갔는데 알투나 커브스(Altoona Curves)라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산하 더블A팀에서 2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다. 알투나 커브스에도 단장이 있었는데 그는 메이저리그 단장과 달리 마케팅·비즈니스를 담당했다. 그러면서 단장이 정기적으로 팬 사인회를 직접 해 인상적이었다. 선수도 아닌 프런트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야구단장들이 외부 노출을 꺼리는 분위기이다. 성적이 부진하면 더더욱 그렇다. 미디어와 인터뷰도 부담스러워 하는데 팬 사인회는 언감생심일 터다. 그런 가운데 차 단장의 방송 출연은 신선했다.
필자는 차 단장이 출연한 두 편의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과거 LG 트윈스가 PC통신 '하이텔'에서 구단 전용 부스(go twins)를 운영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OB(현 두산) 베어스와 더불어 LG 트윈스가 '하이텔'에서 구단 전용 부스를 운영했는데 필자가 여기서 활동을 하다가 트윈스로 입사한 바 있다. 당시 LG는 이 곳을 통해 팬들의 의견을 접했는데 차 단장의 '엘튜브는 소통이 하고 싶어서' 코너 역시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는 콘텐츠로 보였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보도자료(오피셜)를 통해 구단의 입장을 팬들에게 설명한다. 그러나 보도자료는 쌍방향 소통 방식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팬들의 목소리를 좀더 귀기울이기 위해서는 방송을 통한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KBO리그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바라보는 가운데 팬들과의 소통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프로야구단의 기본이다. 차 단장의 바람처럼 보다 많은 야구단장들이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길 바란다. 그러면 팬들은 구단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고 1000만 관중 시대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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