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33)이 토트넘 입단 10년 만에 오랜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다. 10년이나 동행을 이어온 것도 대단한 일인데, 주장으로서 우승 타이틀을 통해 구단과 팬들의 한(恨)까지 털고 직접 동행을 끝냈다. 이별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을 뿐,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게 됐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이별이다.
손흥민은 2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진행된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토트넘과 결별을 선언했다. 손흥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며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잔류와 이적 사이에서 많은 추측이 오갔는데, 손흥민이 스스로 결별을 선언했다. 행선지는 미정이다.
23세의 나이에 지난 2015년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지 10년 만이다. 당시 손흥민은 레버쿠젠 활약을 바탕으로 토트넘에 입단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했다. 당시 무려 3000만 유로의 이적료가 말해주듯 손흥민에 대한 구단의 기대가 컸다.
첫 시즌엔 EPL 단 4골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한 시즌을 치르면서 적응을 마친 뒤엔 그야말로 재능이 폭발했다. 2016~2017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무려 8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을 이뤄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EPL 무대에서 꾸준하게 최고 수준의 성적을 냈다. 2021~2022시즌엔 무려 23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 타이틀까지 품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데다 거리를 가리지 않는 슈팅력, 폭발적인 스피드 등 그라운드 위 기량은 현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에 주장 역할까지 맡을 정도의 리더십까지 갖췄으니 현지에선 그야말로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커리어는 특히 많은 러브콜에도 10년이나 동행을 이어왔다는 데 더욱 의미가 컸다. 꾸준한 활약 덕분에 내로라하는 유럽 빅클럽들의 이적설이 돌았으나, 손흥민은 늘 토트넘과 재계약을 택했다. '우승 타이틀'을 위해 팀을 떠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손흥민은 늘 토트넘에 남았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였다.
그리고 지난 2024~2025시즌, 손흥민은 기어코 그 목표를 이뤄냈다. 주장 완장을 이끌고 팀의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비록 부상 여파 등으로 선발로 출전하진 못했으나, 그는 교체로 출전한 뒤 10년을 기다린 토트넘에서의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태극기를 두른 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토트넘 팬들과 한국 팬들을 모두 감동시켰다.
스스로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걸 바쳤다고 생각한다.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자신할 정도로 10년 간 팀에 헌신한 데다, 다들 팀을 떠날 때 팀에 남는 충성심을 보였다. 그리고 기어코 우승이라는 한까지 풀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아름다운 결별로 마무리됐다. 토트넘 통산 기록은 무려 454경기 173골 101도움이다.
토마스 프랑크 토트넘 감독은 "단순히 10년이라는 기간이 아니라 환상적인 10년을 보낸 선수다. 리그에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그동안 수많은 기여를 했으니 지금이 (팀을 떠날)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은 "손흥민은 EPL 레전드 중 한 명이자 최고의 선수"라며 "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건 오랜 기간 일관성을 유지하는 건데, 손흥민은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고 극찬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손흥민이 우리 구단에서 뛰었던 건 정말 큰 영광이었다"며 "해리 케인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손흥민은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그가 원하는 대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케인 역시 토트넘 레전드지만 우승 타이틀을 위해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추진했던 데다 끝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반면, 손흥민은 끝까지 토트넘에 남아 우승까지 이룬 뒤 떠나는 것에 대한 찬사였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모두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컸다"면서 "10년 전 토트넘에 왔을 때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 이제는 남자가 돼서 떠날 수 있게 됐다. 작별할 때는 적절한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좋은 작별을 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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